"엄마, 고마워요."

아이들을 재우다 잠이 든 어느 밤, 친정엄마가 저를 깨웁니다. "한시가 넘었는데 서서방이 안 온다. 전화 한 번 해 봐라." 엄마의 말에 눈을 비비며 나와 보니 시계바늘은 어느새 새벽 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늦은 휴가인데 주중엔 계속 비 소식도 있고 해서 일상에서 휴가를 찾기로 했던 저희 부부였던지라 신랑은 아이들이 잘 즈음에 지인들과 만나 당구를 친다고 하며 나갔었답니다. 전화를 걸었더니 지금 돌아오는 길이랍니다. 일단 신랑의 안녕함을 확인한 후 물 한 잔을 마시러 주방으로 갔답니다. 물 한 잔을 마시며 보니 싱크대에 반찬통이 여러개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 하나 뚜껑을 열어보았더니 삶은 보리와 찐 콩잎, 콩잎김치, 깻잎김치, 고구마줄기볶음이 정성스레 담겨있습니다. 아이들 재우다 피곤에 절어 잠이 든 딸을 위해 그 밤에 엄마는 또 자식들 먹일 반찬을 만드셨네요. 어릴 적 먹던 음식들을 제가 좋아하는 줄 아시고 말이지요. 

 

 

손자가 좋아하는 미역국도 빼놓지 않고 끓여놓으셨네요. 냉동실에 딱 한 덩이 남아있던 소고기는 어떻게 찾으셨는지 정말 놀라운 우리 엄마, 그녀는 능력자입니다. 건강에 좋은 들깨도 듬뿍 갈아넣으셨네요. 우리 아들이 아침에 일어나 미역국에 밥을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른답니다. 아침마다 등원시간에 쫓기며 밥 먹이는 게 너무 힘든 요즘이었는데 할머니가 끓여주신 미역국은 알아서 너무 너무 잘 먹어서 저도 아침부터 기분이 정말 좋았답니다.

늦은 밤 딸자식 생각에 국이랑 반찬 만드시느라 곤하셨을텐데 아직 귀가하지 않은 사위가 안전하게 돌아오는 걸 보고 주무신다며 그 새벽까지 기다려 주신 장모님, 우리 엄마는 아빠가 살아계실 적에도 늘 아빠가 안전하게 집에 돌아오신 것을 확인하고 잠자리에 드셨었지요. 어릴 때 늘 보던 모습인지라 저도 신랑이 야근을 하는 날엔 안전히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당연한 일이 되었답니다. 아이가 둘이 된 후엔 그렇지 못한 날도 종종 있지만..^^; 답답하고 촌스러워 보이던 엄마의 인생이었는데, 그 인생을 저도 조금씩 살아갈수록 그런 우리 엄마가 참 멋져 보입니다. 가정을 세우고, 자식들에게도 가정을 세우는 법을 가르치는 엄마. 우리 엄마는 그런 엄마입니다. 제 곁에 계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래 오래 함께 해 주세요.

"사랑해요, 엄마."

 

친정엄마밥상! http://liebejina.com/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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