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스트처치 토요마켓(Christchurch Farmer's Market) 나들이

나뭇가지마다 물이 가득 올라 연두빛 새순이 돋아나는 크라이스트처치의 봄은 참 아름답습니다. 파란 하늘과 초록잎들과 부서지는 햇살은 어디서나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지저귀는 새소리는 덤이지요. 이렇게 완벽한 조화 속에 모인 사람들은 더없이 행복한 시간들을 선물받기 마련이지요. 운이 좋게도 바로 우리가 그러했답니다.

2019.09.21.토 Christchurch Farmer's Market

↗리카턴 부시(Riccarton Bush)에서 열리는 토요마켓 입구에는 마켓을 이용하는 모두를 향한 환영의 메시지와 함께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들이 명시되어 있었답니다. 표지판 뒤로 보이는 마켓의 풍경, 리카턴 하우스 앞으로 마켓들이 줄지어 서 있고 사람들도 정말 정말 많이 모여 있었어요.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 친구와 함께인 청소년들, 오랜 세월을 나눈 노부부들.. 참 많은 연령층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추억을 쌓아가고 있었답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잔디밭을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맑은 강물에 손을 담그며 물을 튀기며 놀았지요. 아직은 차가운 물이라 손이 시려울 법도 한데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마음가는대로 행복함을 표현하고 누리는 아이들이랍니다. 아이들 곁으로 오리들도 동동동 떠다니고 잔디밭 위로 삼삼오오 모여앉아 모두가 여유로운 이 공기를 만끽하고 있었어요. 

↗잔디밭 곳곳에 예쁜 꽃들이 피어나는 봄날, 발길닿는 누구에게나 웃어주는 꽃들이 있어 이 봄이 더욱 감사합니다.

↗토요마켓에는 농부들이 유기농으로 직접 키운 과일이나 야채, 수제 먹거리가 많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걸까요? 거칠지만 건강해보이는 빵들이 바구니에 한가득이었는데 한 바퀴 돌아보고 오니 금새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답니다. 갑자기 오병이어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마켓을 돌아보던 우리 아이들의 발길이 멈춘 곳은 바로 캔디가게 앞이었어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지요. 아이들은 먹고 싶은 막대사탕을 하나씩 고른 뒤 직접 $2를 지불했답니다. 

↗이게 뭐라고. 막대사탕을 쪽쪽 빨아먹으며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하던 우리 아이들, 작은 것에도 이렇게 큰 행복을 느끼는 아이들이지요.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삶을 살아간다면 아마 우리의 인생은 더욱 풍성해질 거예요. 작은 것에도 더욱 감사해야겠어요.

↗동생과 함께 토요마켓을 방문한 가장 큰 목적은 바로 주렁주렁 달려있는 저 살라미였답니다. 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꽤 좋다고 알려진 살라미보다도 훨씬 비싼 편이기는 하지만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아주 좋은 제품이랍니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짜고 기름진 살라미와는 달리 짜지도 않은데다 기름기도 매우 적어서 담백한 맛이 아주 좋아요.

↗여러 가지 종류의 살라미들을 얇게 저며서 사람들이 맛을 볼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더군요, 짜지 않고 담백해서 아이들 입맛에도 좋았는지 두 녀석이 시식용 살라미를 자꾸 먹으려고 해서 괜히 미안했던 순간이었어요. 저희는 사슴고기로 만든 살라미를 먹어보고는 맛과 향이 좋아서 그걸로 바로 구매를 했답니다. 통으로 하나를 사면 $25, 반은 $15이긴 했지만 하나를 다 사면 너무 많을 듯 해서 저희는 half를 선택했지요. 

↗점심은 간단히 핫도그를 먹기로 했어요, 그릴 위에다 빵과 소시지를 바로 바로 구워서 직접 만들어 주는 주인 아저씨. 늘어선 줄이 꽤 길었지만 모두가 기꺼이 즐거움으로 기다리는 모습에서 이 마켓이 토요마켓에서 베이컨브로와 함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가 있었어요. 많은 이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핫도그를 만드는 주인 아저씨의 손은 아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답니다, 물론 친절과 미소도 잊지 않았지요.

↗핫도그 두 개를 손에 받아들고 괜히 더 기분이 좋아졌어요. 음식을 먹기 전 맛을 기대하고 상상하면서 눈으로 즐기는 바로 그 순간이었어요! 따뜻하게 구워져 손바닥에 전해지는 빵의 온기가 더욱 마음을 설레게 했답니다. 초록의 잔디와도 너무 잘 어울리는 비주얼이죠?

↗마켓을 둘러보면서 군것질도 하고 아이들과 잔디밭에서 뛰기도 하며 오전시간을 참 즐겁게 보내고 돌아나왔어요. 물건도 많이 떨어지고 마감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마켓에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답니다. 우리 딸은 막대사탕을 들고서 참 씩씩하게도 걷네요, 막대사탕의 힘인가 봅니다.

↗차로 돌아가는 길, 어느 담장 너머로 활짝 핀 벚꽃을 만났답니다. 바람에 꽃잎들이 어찌나 하늘하늘 예뻤는지 몰라요. 지난번 여행에서는 뉴질랜드의 뜨거운 여름을 아주 격렬하게 즐겼다면 이번 여행에서는 치치의 봄을 일상에서 소소하게 만나며 행복을 찾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파란 하늘과 초록의 잎들이 가득한 이 곳에 이토록 고운 꽃들이 가득 피어나니 아이 셋 엄마의 가슴 속에서도 소녀감성이 살아나네요. 뉴질랜드의 봄날은 참 많이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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