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치치에서의 하루, 시차적응!

[2019.08.22.목] 뉴질랜드에서의 하룻밤을 잘 보내고 아침을 맞이했어요, 평소같으면 7시에 일어나는 아이들인데 3시간의 시차 때문인지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일어났답니다. 게다가 길고 길었던 여행 때문에 피로한 탓도 있었겠지요. 반가움에 피로도 잊었었는데 저녁을 먹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찌나 피곤했는지 몰라요.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밤이 지나고 긴 여행 뒤에 밀려 온 피로감을 어느 정도 털어낸 아침. 뒤척임 한 번 없이 정말 평안히 밤을 잘 보낼 수 있도록 포근한 이불과 따수미텐트, 전기요로 무장한 따스한 보금자리를 제공해 준 우리 동생 부부에게 참 감사했어요!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오전 시간이 거의 끝나가네요, 햇살은 낯선 여행자를 반겨주는 듯 어찌나 예쁘게 빛이 났는지 모른답니다. 마당에 나가보니 예쁜 꽃들이 잔디밭 곳곳에 피어 있었어요. 초록빛이 가득한 마당이라 달걀을 닮은 작고 귀여운 이 하얀 꽃들이 더욱 돋보였지요.  

↗키 작은 이 꽃을 따서 아이들은 이모와 함께 꽃반지도 만들고, 꽃팔찌도 만들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습니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은 자연을 만나고, 자연을 배우며, 때묻지 않은 해맑은 웃음소리를 바람에 실어보냅니다.

↗아이가 따다 준 꽃 한송이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보았더니 꼭 꽃반지를 낀 듯 참 예뻤어요.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두신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 시8:3-4] 시편 기자의 말을 떠올리며 이 모든 것이 주의 자녀 된 나를 위해 준비해두신 것들이라 생각하니 참 감사한 순간이었답니다. 

↗식빵을 굽고 버터와 허무스, 베리잼을 바르고 구운 달걀과 치즈를 넣어 간단히 토스트로 아침 겸 점심을 먹었어요.  

↗친정엄마와 우리 둘째는 마당 한 켠에 자리를 펴고 앉아 따스한 햇살을 만끽하며 예배를 드렸답니다. 아이의 작은 입술로 올려드리는 찬양과 기도소리가 어찌나 귀여웠는지, 주님께서 아마 숨죽이고 들으셨을 것 같아요.

↗1년 6개월만에 찾은 동생네. 최근 몇 년간 임신 중이거나 거의 수유 중이었던 저였기에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았지만 커피를 아주 맛있게 내리는 동생네에 왔으니 이걸 안 마실 수가 없지요. 눈으로도 맛있게 마시라고 로제타를 예쁘게 해줘서 오랜만에 정말 기분 좋은 티타임을 가졌답니다. 

↗점심먹고, 티타임도 가지며 느긋하게 쉬다가 오후 늦게 크라이스트처치 시내에 있는 웨스트필드 쇼핑몰에 갔습니다. 잠이 온다고 칭얼대던 둘째를 위해 웨건도 꺼냈지요, 가져올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이럴 땐 가지고 오길 참 잘했다 싶어요. 갓난쟁이 아기도 있는데 잠 온다는 큰 아이들을 다 안아주고 업어줄 수가 없으니 말이지요.

↗쇼핑몰 이곳 저곳을 찬찬히 둘러보다가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콘을 하나씩 들려주었어요, 잠이 온다던 둘째도 아이스크림 이야기에 벌떡 일어나 "딸기맛 아이스크림!"을 외쳤지요. 자기 주먹보다 큰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려줬더니 어찌나 얌전히 앉아서 잘 먹던지. 저는 아이들이 맛있게 잘 먹고 있을 때가 참 좋습니다. 잘 먹어서 좋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잘 먹을 때가 가장 조용할 때라 말이지요.

↗이모랑 할머니랑 모두 함께 'cheese~!!'

↗당장 필요한 몇 가지를 사러 간 거였는데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우리 아이들도 그랬답니다. 장난감 코너에서 이거 들었다 저거 들었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눈물 쏙 빼고 우여곡절 끝에 장난감을 하나씩 집어왔답니다. 집으로 돌아와 이모부와 함께 원숭이를 점프대에서 날려보내 나무에 거는 게임을 하며 언제 그랬냐는 듯 꺄르르 거렸지요.

↗아이들이 새 장난감을 뜯고 놀고 하는 사이 저녁밤이 준비되었습니다. 라면으로 간단히 저녁을 먹었던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배추된장국에다 구운 삼겹살과 양송이, 그리고 김치와 상추쌈을 먹었답니다. 짙은 여독과 시차로 인해 늦잠을 풀 자버린 오늘인지라 더욱 짧았던 하루여서 쇼핑몰 방문만으로 이 하루가 다 가버렸지만 오늘도 참 감사했답니다. 아이들이 눈부신 햇살만큼 밝게 미소지었던 하루여서 감사했고, 그 누구도 아프거나 다치지 않아 또 감사했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함께 나눌 수 있어 감사했답니다. 이 하루로 시차가 적응될리는 없지만 이렇게 하루, 이틀 보내다보면 금새 아침 일찍 가뿐히 일어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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