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사랑스러운 20가지 이유, 남편으로부터.
- 내가 살아가는 이 순간
- 2017. 3. 24. 14:58
지난해 말, 전화를 걸어 남편에게 통보만 하고는 아버지학교를 등록했던 나였습니다. 우리 부부에게 선물같은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또 미소가 너무도 사랑스러운 우리 둘째가 태어나면서 신랑을 아버지학교에 보내고 싶다 생각했었는데 마침 이번 아버지학교 개강 장소가 감사하게도 저희가 섬기는 반야월교회였기에 저로서는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었답니다. 언젠가 아버지학교에 대해 들었고, 아버지학교를 수료한 아버지들이 아이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하며 축복해주는 모습을 본 기억이 제겐 아주 강한 자극이 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저는 그 때도, 지금도 우리 신랑이 아이들에게 축복하며 말씀을 아이들의 가슴에 새겨주는 그런 아버지가 되길 바라고 있답니다. 막연히 아버지학교는 그런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보냈는데 첫 주 강의를 듣고 오더니 신랑이 그럽니다, "여보, 나 여기 왜 보냈어?" 하고. 그래서 이유를 알려줬더니 "아~." 하더군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신랑이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알 것도 같았습니다, 자기가 가서 보니 아내들이 가서 새 사람이 되어 오라는 식의 교화..? 그런 의도로 이곳에 오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남편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의도가 전혀 아니었는데 말이지요. 어쨌거나 신랑은 11월 한달동안을 매주 토요일마다 거의 다섯시간 아버지학교에 가서 강의를 들었답니다. 상의도 없이 등록한 아내인데도 신랑은 제 말을 잘 들어주었고, 다녀와서는 매일 밤 잠들어 있는 아이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의 말씀을 읽어주고는 기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아내인 제게도 그렇게 해 주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밤, 아버지학교에 다녀 온 신랑이 저를 식탁으로 이끌었습니다. 거기에는 제가 좋아하는 향기로운 소국 한다발과 함께 아이스크림 케익이 놓여 있었고, 신랑은 마주 앉아 갑자기 '아내가 사랑스러운 20가지 이유'를 읽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날은 저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했답니다. 아이들 병원 데리고 갔다 오느라, 낮에는 또 놀아주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다가 밤이 되어 둘이서 오붓하게 마주 앉은 시간이었답니다. 그리고는 신랑이 읽어주는 제가 사랑스러운 이유들을 듣고 있노라니 갑자기 눈물이 얼마나 쏟아지던지요, 이 좋은 날 부끄럽게도 말입니다. 신랑은 미소를 가득 머금고 계속 저를 바라보아주었고, 저는 한참을 그렇게 울었답니다. 그냥, 너무도 감사하고 너무도 행복했었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를 사랑해줘서 사랑스럽다.
나와 결혼해줘서 사랑스럽다.
미소가 아름다워 사랑스럽다.
보고만 있어도 사랑스럽다.
내가 힘들어하는 일을 시키지 않아서 사랑스럽다.
내가 아플 때 잘 챙겨줘서 사랑스럽다.
내가 먹고 싶어하는 음식을 잘 만들어줘서 사랑스럽다.
현성이 현서를 믿음 안에서 양육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내 손톱을 깎아 주는 걸 좋아해서 사랑스럽다.
퇴근이 늦은 날 잠들지 않고 나를 기다려줘서 사랑스럽다.
애교부리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자주 했으면 좋겠다.)
친정식구와 시댁식구를 챙기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내가 힘들어 할 때 꼭 안아주는 아내가 사랑스럽다.
겨울이면 잘 때 춥다고 품에 꼬옥 안기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현성이 현서 육아일기를 쓰는 아내가 사랑스럽다.
잘못해놓고 미안하다는 말을 못해서 눈물 흘리는 아내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내가 웃기면 웃음을 참는다고 콧구멍을 실룩실룩하는 아내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아침마다 출근할 때 인사하고 꼭 안아주는 아내가 사랑스럽다.
내가 어디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아내가 사랑스럽다.
자신보다 남편과 아이들을 챙기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우리 부부는 마주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바닥 청소도 자주 못해주고, 욕실청소도 제 때 제 때 못해주고, 아이들 밤잠도 못 재워주고.. 신랑은 자기가 너무도 부족한 모습들을 많이 보여줘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사실은 제가 더 부족한 아내요 부족한 엄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가 이렇게 많은 것들을 못해주지만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 자기 목숨까지도 아낌없이 내어줄 수 있는 남편이요, 아빠라는 것을 믿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이 나의 남편이고, 또 내 아이들의 아빠라서. 결혼 5주년에 받은 가장 큰 선물은 당신의 마음이었습니다. 그 날 밤 우리가 더욱 이 가정을 아름답게, 행복하게 꾸려가는 부부가 되고 또 이 가정 안에서 우리의 아이들을 건강하고 지혜롭게 잘 양육하는 부모가 될 것을 우리는 약속했답니다. 아버지학교 등록하길 참 잘 한 것 같습니다. 아, 저도 신랑에게 답장을 써 주었답니다, 남편이 사랑스러운 20가지 이유를 가득 담아서!
"사랑합니다,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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