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스타운 와카티푸의 귀부인과 함께 팜투어, 2018.02.07

퀸스타운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아침은 정말 화창한 햇살이 파란 하늘을 가득 채운 아름다운 날이었답니다. 밤새 충분히 쉬고 여유로운 아침 식사를 마친 저희는 9시를 조금 넘긴 뒤 이틀밤을 평안히 묵었던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했답니다. 

↗짐을 싣고 퀸스타운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해 둔 뒤 조금 걸어 와카티푸 호수의 귀부인이라 불리우는 언슬로호(TSS EARNSLAW)를 타러 갔답니다. 언슬로호는 1912년부터 와카티푸 호수를 가로지르며 운행되어진 증기선으로 현재까지도 새카만 석탄을 빨갛게 태우며 동력을 얻고 있는 배랍니다.    

↗예전에는 양들을 태우고 이 호수 위를 힘차게 달렸다는데 지금은 양들은 태우지 않는 듯 했어요. 무려 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와카티푸 호수를 지켜온데다 1990년 3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 황태자가 탑승한 적도 있어 퀸스타운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굉장히 인기가 좋답니다. 그걸 증명하듯 오늘도 아침부터 언슬로호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저도 그 인기를 증명하는 관광객 중 한 명이고 말이지요.

↗멋진 자연경관을 벗삼아 유유히 와카티푸 호수를 가로지르는 언슬로호를 타고 있으니 뺨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어릴 적 영화 타이타닉 속에서 들었던 소리들이 귓가를 맴돕니다. 로즈(케이트 윈슬렛)를 비롯한 많은 여자들이 입고 뽐냈던 화려한 드레스가 떠올랐고,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로즈가 3등실에서 함께 춤을 추었던 흥겨운 파티도 떠올랐답니다.  

↗"Lady of the Lake", TSS Earnslaw(Twin screw Steamer) Statistic, 1912

↗TSS Earnslaw Gifts & Souvenirs

↗언슬로호에 타서 꼭 보고 싶었던 곳은 바로 동력실이었답니다. 동력실 한 켠에는 석탄을 태워 어떻게 배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바뀌어지는지 알 수 있는 그림도 있었답니다. 동력실은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곳이었는데 관광객들이 이 곳 여기 저기를 다 둘러볼 수 있도록 위쪽에서 걸어다닐 수 있게 되어 있었어요. 덕분에 저는 잘 보았는데 열기도 뜨거운데다 시끄럽기도 하고, 발밑의 틈이 넓어서인지 아이들은 무섭다고 들어가는 것조차 거부했답니다. 저는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말이지요.

아, 그리고 언슬로호를 탑승한 뒤 저희가 겪었던 너무 당연하면서도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하나 있었어요. 아이들 챙기느라 자리를 못 잡고 서서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마침 빈 자리가 있길래 얼른 가서 앉았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왜 그 곳에만 앉지 않는지 생각지 못했었는데 앉아있으면 있을수록 엉덩이가 너무 뜨거운 거예요,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니 저희가 앉은 곳 바로 아래가 석탄이 타고 있는 곳이었어요. 모두가 빈 자리를 발견하고 앉았다가 뜨거움을 참지 못하고 일어서길 반복한 것이었지요.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데 그걸 예상하지 못하고 겪었던 일로 모두가 어찌나 웃었는지 모른답니다.

동력실에 들어가 보니 아래층에서 선원이 까만 석탄을 삽으로 퍼서 불구덩이 속으로 집어넣고 있었어요. 1912년 첫 운행을 시작한 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매일 이렇게 까만 석탄을 태우며 힘을 얻어 와카티푸 호수를 가로지르고 있는 언슬로호, 앞으로도 그 우아하고 당당한 모습을 간직하길 응원합니다.  

↗갑판 위로 나와보니 굴뚝에서 새하얀 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관광객들은 와카티푸 호수 위의 아름다움을 언슬로호와 함께 온 몸으로 맞으며 여행을 즐기고 있었답니다.

↗드디어 월터 피크 농장(Walter Peak Farm)에 도착했습니다. 팜투어를 위해 언슬로호가 멈춰 선 곳에서 바라보니 눈 앞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이 펼쳐졌답니다. 그냥 농장일 뿐일텐데 꼭 요정이라도 살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요.

↗농장으로 들어서며 보니 아주 아주 오랜 시간을 거친 듯한 기계가 서 있었어요. 농장일과 관련된 것이겠지요. 분명 어느 시간 속 어느 누군가에게는 정말 유용하게 쓰였을 것 같은데 이젠 저리 서서 관광객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있네요.

↗언슬로호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양털을 깎는 모습을 보았답니다. 양털깎기 시연이 끝난 뒤 무대로 내려가 깍은 양털을 쥐어보니 참 포근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이렇게 양털을 깎는데도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순하게 잘 있던 양을 보고 있으려니 십자가 사역을 그저 잠잠히 감당하셨던 예수님 생각도 살짝 났답니다. 

↗양털깎기가 끝난 뒤에는 양몰이를 보았답니다. 휘파람 소리를 내며 목동이 지시를 하면 양몰이를 하는 개가 양들을 모아서 우리로 잘 들어갈 수 있도록 양을 몰며 달려갔답니다. 잠깐의 시연으로 보긴 했지만 넓은 목초지에서 목동과 양몰이 개가 함께 수많은 양을 몰아 우리로 돌아오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참 대단한 것 같았습니다. 

↗양털깎기도 보고, 양몰이도 보고. 이번에는 목장 여기 저기를 둘러보았답니다. 산과 호수 곁의 목초지에서 아름다운 햇살을 받으며 살아가는 이 동물들을 보고 있자니 참 평화롭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언제부턴가 동물복지를 외치고 있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동물복지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도 같고 말이지요. 

↗사슴이었으려나, 아이가 손바닥 위에 먹이를 올려두고 손을 내밀었더니 냉큼 달려와 먹이를 받아먹습니다.

↗양도 먹이를 달라고 냉큼 달려와 우리 밖으로 머리를 쑥 내밉니다, 서가맘은 아이에게 양과 함께 찍은 예쁜 사진을 남겨주고 싶었는데 아이는 놀란 맘에 제 품으로 더욱 꼭 안겼답니다. 오빠가 하는 걸 보고 자기도 먹이를 주고 싶어하면서도 막상 양이 다가오니 무서운지 손을 꼭 쥔 채 뒤로 물러나기를 반복했답니다. 

↗커다란 나무 밑에는 잘라 둔 사슴뿔이 몇 개 놓여있었답니다. 그런데 사슴 뿔이 어찌나 크고 무거운지 다섯살 우리 아들이 낑낑대며 겨우 하나를 들어보았답니다. 사슴들은 저 무거운 뿔을 두 개씩이나 머리에 달고 가파른 산을 어떻게 그렇게 가볍게 뛰어다니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답니다.

↗농장에서 만난 귀여운 이 소에겐 감히 먹이를 줄 엄두가 나지 않았답니다. 사슴이랑 양이랑 라마들은 와서 손바닥 위에 놓인 먹이를 핥듯이 먹고 갔는데 이 녀석은 먹이를 쥔 손목까지 혀로 감아서 쑥 자기 입 속으로 넣어서 먹더라고요. 징그럽기도 했고 무섭기도 해서 "미안하지만 난 못 주겠다." 이러고는 돌아섰답니다. 그런데 정말 이 녀석, 너무 너무 귀여웠어요.  

↗농장 여기 저기 흩어져 풀을 뜯는 동물들, 저 동물들은 이 곳에서 행복하려나요.

↗New Zealand Sheep Breeds, 양은 다 똑같은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나봐요. 퀸스타운 광장에서 보았던 윌리암 길버트 리즈아저씨의 동상 옆에 있던 메리노 양은 이렇게 많은 양의 종류 중 하나였구나 싶었답니다.

↗저희는 언슬로호 탑승과 함께 티타임이 포함된 팜투어를 신청했었답니다. 바베큐도 있다고는 하던데 저희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그것까지는 무리가 아닐까 해서 간단히 티타임을 선택했답니다.

↗몇 가지의 조각케익과 함께 몇 가지의 쿠키, 몇 가지의 잼과 버터가 준비되어 있었답니다.

↗물과 함께 음료와 커피도 구비되어 있었지요.

↗당 떨어지는 오후시간, 향긋한 커피와 함께 달콤한 디저트까지, 이 모든 게 오늘은 꼭 필요했었어요!

↗넓은 들과 바람에 찰랑이는 호수를 바라보며 가지는 티타임은 참 평화로웠답니다. 노동자에게 농장일은 참으로 고되고 바쁜 일상일 뿐일테지만, 그러나 그들도 이렇게 잠시 앉아 티를 마시며 위로를 얻곤 했겠지요.

↗커피를 마시고 옆방으로 가 보니 기념품상점이 있었답니다. 양 인형과 양털로 만든 각종 옷가지와 소품들, 여러 가지 화장품들이 자신이 선택되어지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3시간 동안의 팜투어와 티타임이 모두 끝난 뒤 다시 승선한 언슬로호,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이끌려 가보니 거기에는 그랜드피아노와 그 앞에 앉아 연주하고 계신 나이 지긋하신 선원 한 분이 계셨답니다. 깜짝 놀랐어요, 진짜 피아노가 있을 거라고는, 누군가 정말 연주를 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거든요.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피아노 주변에 앉아있던 모두가 한 목소리로 합창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모두가 입을 모아 부르고 있던 노래는 마오리족의 전통민요인 [포카레카레 아나(Pokarekare Ana)]로 한국인들에게는 '비바람이 치던 바다~' 로 알려진 연가였답니다. 연가는 마오리족의 전통민요이지만 1950년 한국전쟁에 참가했던 뉴질랜드 군인들에 의해 한국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해요. 

↗언슬로호를 탑승한 많은 이들이 피아노 선율에 맞춰 함께 노래부르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답니다. Song Book List에는 무려 48곡의 노래가 있었어요, 그 중 몇 곡은 가사까지 수록되어 있었답니다. 노래는 잘 모르지만 선율은 꽤나 친숙히 들어보았던 곡들인 것 같았어요.

↗배의 중앙에서는 와인, 맥주, 커피와 티 등의 마실거리와 아이스크림, 쿠키 등을 구매할 수가 있었답니다. 

↗너무도 여유로웠고 재미있었던 언슬로호와 월터 피크 팜투어가 끝나고 다시 퀸스타운 선착장으로 돌아온 저희들을 반겨준 것은 바로 갈매기떼와 오리떼였답니다. 과자 부스러기를 달라고 달려드는 이 녀석들이지만 그래도 그걸 보며 까르르 웃고 마냥 행복해하는 아이들이 있어 제겐 너무 반가웠답니다. 이렇게 저희들의 퀸스타운에서의 또 하루가 끝이 났답니다. 유리알처럼 너무도 반짝였고, 정말 여유로웠던 오늘, 참 감사한 시간입니다.

 

♥공감에 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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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Tanyo
    2019.02.25 15:08

    히히 추억이 새록새록 ㅋㅋ 힘들었지만 또 그만큼 즐거웠는데 ㅋ

    • 2019.02.25 15:09 신고

      애들 챙기는 건 어디나 힘든 일, 그래도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아서 너무 좋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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