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스타운 와카티푸의 귀부인과 함께 팜투어, 2018.02.07
- 뉴질랜드
- 2019. 2. 25. 14:48
퀸스타운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아침은 정말 화창한 햇살이 파란 하늘을 가득 채운 아름다운 날이었답니다. 밤새 충분히 쉬고 여유로운 아침 식사를 마친 저희는 9시를 조금 넘긴 뒤 이틀밤을 평안히 묵었던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했답니다.
↗짐을 싣고 퀸스타운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해 둔 뒤 조금 걸어 와카티푸 호수의 귀부인이라 불리우는 언슬로호(TSS EARNSLAW)를 타러 갔답니다. 언슬로호는 1912년부터 와카티푸 호수를 가로지르며 운행되어진 증기선으로 현재까지도 새카만 석탄을 빨갛게 태우며 동력을 얻고 있는 배랍니다.
↗예전에는 양들을 태우고 이 호수 위를 힘차게 달렸다는데 지금은 양들은 태우지 않는 듯 했어요. 무려 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와카티푸 호수를 지켜온데다 1990년 3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 황태자가 탑승한 적도 있어 퀸스타운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굉장히 인기가 좋답니다. 그걸 증명하듯 오늘도 아침부터 언슬로호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저도 그 인기를 증명하는 관광객 중 한 명이고 말이지요.
↗멋진 자연경관을 벗삼아 유유히 와카티푸 호수를 가로지르는 언슬로호를 타고 있으니 뺨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어릴 적 영화 타이타닉 속에서 들었던 소리들이 귓가를 맴돕니다. 로즈(케이트 윈슬렛)를 비롯한 많은 여자들이 입고 뽐냈던 화려한 드레스가 떠올랐고,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로즈가 3등실에서 함께 춤을 추었던 흥겨운 파티도 떠올랐답니다.
↗"Lady of the Lake", TSS Earnslaw(Twin screw Steamer) Statistic, 1912
↗TSS Earnslaw Gifts & Souvenirs
↗언슬로호에 타서 꼭 보고 싶었던 곳은 바로 동력실이었답니다. 동력실 한 켠에는 석탄을 태워 어떻게 배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바뀌어지는지 알 수 있는 그림도 있었답니다. 동력실은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곳이었는데 관광객들이 이 곳 여기 저기를 다 둘러볼 수 있도록 위쪽에서 걸어다닐 수 있게 되어 있었어요. 덕분에 저는 잘 보았는데 열기도 뜨거운데다 시끄럽기도 하고, 발밑의 틈이 넓어서인지 아이들은 무섭다고 들어가는 것조차 거부했답니다. 저는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말이지요.
아, 그리고 언슬로호를 탑승한 뒤 저희가 겪었던 너무 당연하면서도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하나 있었어요. 아이들 챙기느라 자리를 못 잡고 서서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마침 빈 자리가 있길래 얼른 가서 앉았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왜 그 곳에만 앉지 않는지 생각지 못했었는데 앉아있으면 있을수록 엉덩이가 너무 뜨거운 거예요,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니 저희가 앉은 곳 바로 아래가 석탄이 타고 있는 곳이었어요. 모두가 빈 자리를 발견하고 앉았다가 뜨거움을 참지 못하고 일어서길 반복한 것이었지요.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데 그걸 예상하지 못하고 겪었던 일로 모두가 어찌나 웃었는지 모른답니다.
↗동력실에 들어가 보니 아래층에서 선원이 까만 석탄을 삽으로 퍼서 불구덩이 속으로 집어넣고 있었어요. 1912년 첫 운행을 시작한 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매일 이렇게 까만 석탄을 태우며 힘을 얻어 와카티푸 호수를 가로지르고 있는 언슬로호, 앞으로도 그 우아하고 당당한 모습을 간직하길 응원합니다.
↗갑판 위로 나와보니 굴뚝에서 새하얀 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관광객들은 와카티푸 호수 위의 아름다움을 언슬로호와 함께 온 몸으로 맞으며 여행을 즐기고 있었답니다.
↗드디어 월터 피크 농장(Walter Peak Farm)에 도착했습니다. 팜투어를 위해 언슬로호가 멈춰 선 곳에서 바라보니 눈 앞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이 펼쳐졌답니다. 그냥 농장일 뿐일텐데 꼭 요정이라도 살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요.
↗농장으로 들어서며 보니 아주 아주 오랜 시간을 거친 듯한 기계가 서 있었어요. 농장일과 관련된 것이겠지요. 분명 어느 시간 속 어느 누군가에게는 정말 유용하게 쓰였을 것 같은데 이젠 저리 서서 관광객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있네요.
↗언슬로호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양털을 깎는 모습을 보았답니다. 양털깎기 시연이 끝난 뒤 무대로 내려가 깍은 양털을 쥐어보니 참 포근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이렇게 양털을 깎는데도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순하게 잘 있던 양을 보고 있으려니 십자가 사역을 그저 잠잠히 감당하셨던 예수님 생각도 살짝 났답니다.
↗양털깎기가 끝난 뒤에는 양몰이를 보았답니다. 휘파람 소리를 내며 목동이 지시를 하면 양몰이를 하는 개가 양들을 모아서 우리로 잘 들어갈 수 있도록 양을 몰며 달려갔답니다. 잠깐의 시연으로 보긴 했지만 넓은 목초지에서 목동과 양몰이 개가 함께 수많은 양을 몰아 우리로 돌아오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참 대단한 것 같았습니다.
↗양털깎기도 보고, 양몰이도 보고. 이번에는 목장 여기 저기를 둘러보았답니다. 산과 호수 곁의 목초지에서 아름다운 햇살을 받으며 살아가는 이 동물들을 보고 있자니 참 평화롭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언제부턴가 동물복지를 외치고 있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동물복지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도 같고 말이지요.
↗사슴이었으려나, 아이가 손바닥 위에 먹이를 올려두고 손을 내밀었더니 냉큼 달려와 먹이를 받아먹습니다.
↗양도 먹이를 달라고 냉큼 달려와 우리 밖으로 머리를 쑥 내밉니다, 서가맘은 아이에게 양과 함께 찍은 예쁜 사진을 남겨주고 싶었는데 아이는 놀란 맘에 제 품으로 더욱 꼭 안겼답니다. 오빠가 하는 걸 보고 자기도 먹이를 주고 싶어하면서도 막상 양이 다가오니 무서운지 손을 꼭 쥔 채 뒤로 물러나기를 반복했답니다.
↗커다란 나무 밑에는 잘라 둔 사슴뿔이 몇 개 놓여있었답니다. 그런데 사슴 뿔이 어찌나 크고 무거운지 다섯살 우리 아들이 낑낑대며 겨우 하나를 들어보았답니다. 사슴들은 저 무거운 뿔을 두 개씩이나 머리에 달고 가파른 산을 어떻게 그렇게 가볍게 뛰어다니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답니다.
↗농장에서 만난 귀여운 이 소에겐 감히 먹이를 줄 엄두가 나지 않았답니다. 사슴이랑 양이랑 라마들은 와서 손바닥 위에 놓인 먹이를 핥듯이 먹고 갔는데 이 녀석은 먹이를 쥔 손목까지 혀로 감아서 쑥 자기 입 속으로 넣어서 먹더라고요. 징그럽기도 했고 무섭기도 해서 "미안하지만 난 못 주겠다." 이러고는 돌아섰답니다. 그런데 정말 이 녀석, 너무 너무 귀여웠어요.
↗농장 여기 저기 흩어져 풀을 뜯는 동물들, 저 동물들은 이 곳에서 행복하려나요.
↗New Zealand Sheep Breeds, 양은 다 똑같은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나봐요. 퀸스타운 광장에서 보았던 윌리암 길버트 리즈아저씨의 동상 옆에 있던 메리노 양은 이렇게 많은 양의 종류 중 하나였구나 싶었답니다.
↗저희는 언슬로호 탑승과 함께 티타임이 포함된 팜투어를 신청했었답니다. 바베큐도 있다고는 하던데 저희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그것까지는 무리가 아닐까 해서 간단히 티타임을 선택했답니다.
↗몇 가지의 조각케익과 함께 몇 가지의 쿠키, 몇 가지의 잼과 버터가 준비되어 있었답니다.
↗물과 함께 음료와 커피도 구비되어 있었지요.
↗당 떨어지는 오후시간, 향긋한 커피와 함께 달콤한 디저트까지, 이 모든 게 오늘은 꼭 필요했었어요!
↗넓은 들과 바람에 찰랑이는 호수를 바라보며 가지는 티타임은 참 평화로웠답니다. 노동자에게 농장일은 참으로 고되고 바쁜 일상일 뿐일테지만, 그러나 그들도 이렇게 잠시 앉아 티를 마시며 위로를 얻곤 했겠지요.
↗커피를 마시고 옆방으로 가 보니 기념품상점이 있었답니다. 양 인형과 양털로 만든 각종 옷가지와 소품들, 여러 가지 화장품들이 자신이 선택되어지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3시간 동안의 팜투어와 티타임이 모두 끝난 뒤 다시 승선한 언슬로호,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이끌려 가보니 거기에는 그랜드피아노와 그 앞에 앉아 연주하고 계신 나이 지긋하신 선원 한 분이 계셨답니다. 깜짝 놀랐어요, 진짜 피아노가 있을 거라고는, 누군가 정말 연주를 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거든요.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피아노 주변에 앉아있던 모두가 한 목소리로 합창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모두가 입을 모아 부르고 있던 노래는 마오리족의 전통민요인 [포카레카레 아나(Pokarekare Ana)]로 한국인들에게는 '비바람이 치던 바다~' 로 알려진 연가였답니다. 연가는 마오리족의 전통민요이지만 1950년 한국전쟁에 참가했던 뉴질랜드 군인들에 의해 한국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해요.
↗언슬로호를 탑승한 많은 이들이 피아노 선율에 맞춰 함께 노래부르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답니다. Song Book List에는 무려 48곡의 노래가 있었어요, 그 중 몇 곡은 가사까지 수록되어 있었답니다. 노래는 잘 모르지만 선율은 꽤나 친숙히 들어보았던 곡들인 것 같았어요.
↗배의 중앙에서는 와인, 맥주, 커피와 티 등의 마실거리와 아이스크림, 쿠키 등을 구매할 수가 있었답니다.
↗너무도 여유로웠고 재미있었던 언슬로호와 월터 피크 팜투어가 끝나고 다시 퀸스타운 선착장으로 돌아온 저희들을 반겨준 것은 바로 갈매기떼와 오리떼였답니다. 과자 부스러기를 달라고 달려드는 이 녀석들이지만 그래도 그걸 보며 까르르 웃고 마냥 행복해하는 아이들이 있어 제겐 너무 반가웠답니다. 이렇게 저희들의 퀸스타운에서의 또 하루가 끝이 났답니다. 유리알처럼 너무도 반짝였고, 정말 여유로웠던 오늘, 참 감사한 시간입니다.
♥공감에 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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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5 - [뉴질랜드] - 뉴질랜드 퀸스타운, 201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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