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생활기, 2018.02.03

낮은 구름이 가득한 하늘,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맞는 두 번째 아침입니다. 우리와 함께 오클랜드에서 크라이스트 처치까지 왔던 태풍은 아직도 파란 하늘을 보여주지 않고 심술입니다. 우리 나라의 파란 하늘을 보고 잿빛 하늘이라고 했던 누군가의 말 이후로 새파란 하늘은 대체 어떤 하늘일까 궁금했었는데 뉴질랜드의 하늘은 그리 쉽게 그 모습을 보여주질 않았지요. 그럼 어때요,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있는 것을요. 

↗태풍에 나무에서 떨어진 작은 새집, 그 안에다 거센 바람에 떨어진 꿀밤을 가득 주워담아 '엄마, 여기!' 하고 내미는 우리 아들이예요.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혹여나 기억에서 지워져버릴까 얼른 카메라에 담았답니다.

↗오늘 아침도 파란 하늘은 아니었지만, 양털같은 구름이 낮게 덮여있는 모습이 참 포근해 보였답니다. 흐리고 어두워도 나무들의 푸른 빛은 참 아름다웠어요.

↗어제보다는 조금 일찍 일어난 우리 아이들, 둘이 껴안고 아침인사를 하느라 바쁩니다. 종일토록 이렇게 서로 예뻐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서로 좋다고 웃다가도 순식간에 씩씩대며 어찌나 싸우는지. 아이들의 마음은 폭풍같은 바람에 휘날리는 휴지조각 같습니다.

↗곤한 아침인지라 모두가 늦잠을 자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과 저만 일찍 일어나 버렸네요. 매일 아침을 챙겨먹는 아이들인지라 늦어지는 아침에 배가 고플 것 같아 요거트에 복숭아, 오렌지, 토마토를 넣어 먼저 먹였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먹어보니 어찌나 꿀맛이던지!

↗오전 10시 30분에 아침을 먹었습니다. 콩나물국, 콩나물무침, 가지무침, 마늘종무침, 시금치무침, 노각무침, 브로콜리데침, 알타리김치, 된장국이 아침 식사 메뉴였답니다. 아이들은 콩나물, 시금치, 브로콜리, 된장국에 든 두부를 정말 맛있게 먹었답니다. 오늘 아침은 야채로만 가득해서 아이들이 혹여나 먹지 않을까 봐 동생은 걱정이 되었는지 '달걀이라고 구워줄까?' 하더라고요. 하하, 괜한 걱정이었답니다. 아이들이 된장국 속에 있는 두부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오늘도 저 두부 때문에 밥을 더 먹었답니다.

↗밥을 먹고는 애매하게 배가 고플 시간, 어제 마트에 들러 사 온 옥수수를 압력밥솥에다 익혔답니다. 쫀득쫀득한 우리 나라의 옥수수와는 다른 느낌, 그러나 무엇인가 아주 익숙한 그런 느낌. 옥수수에서 아삭한 콩나물의 식감이 난다고 해야 할까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맛을 어디에서 느꼈는지 알게 되었답니다. 바로 우리가 마트에서 사 먹는 통조림옥수수였지요. 이 옥수수가 통조림옥수수를 만드는 재료가 되는 모양입니다. 딱 통조림옥수수를 먹으며 느꼈던 그 맛입니다.



↗옥수수를 먹고는 동생과 함께 한국마트인 코스코에 갔었답니다. 마트가 여러 곳이 있는데 각각의 재료와 제품에 따라 이용하는 마트가 다르더라고요, 조금 비싸긴 해도 고기를 살 때는 늘 이 곳을 이용한다고 하더라고요. 두부와 무, 배추, 쌀 같은 것도 이 곳에서 사는 것 같았어요.

↗아침에는 그렇게도 흐리더니 낮시간이 되니 파란 하늘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답니다. 

↗다발로 묶인 이 당근을 본 건 '카운트다운' 이었던 것 같아요. 늘 마트에서 굵고 짧은 뿌리만 있는 당근을 보다가 이렇게 잎이 달린 채 묶인 가늘고 긴 당근을 보고 있자니 토끼 '바니'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늘 당근 하나를 들고 큰 앞니로 와그작 와그작 씹어먹고 있던 모습이 기억 속에 남아있지요. 그런데 이 곳 뉴질랜드의 키위 아이들은 이 당근을 토끼처럼 잎이 달린 채 그냥 들고 씹어먹는다고 하네요. 간식으로 저 당근을 하나 싸 주기도 한다는 말에 정말 깜짝 놀랐답니다. 여튼, 너무 신선하고 맛있어 보이는 이 당근이 제 눈에 확 들어왔었지요! 저도 한 묶음을 사 왔는데 우리 아이들이 과연 저걸 먹을까요?

↗세 번째로 들른 마트는 바로 중국인 마트였어요. 체리 시즌이 모두 끝이 나서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는데 이 곳에 가면 있을 거라고 하면서 가 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 곳에 있는 빵집에서 우리나라의 파리바게뜨에서 파는 빵과 아주 유사한 빵들을 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 보니 어제 보았던 거대한 빵과는 다른, 정말 우리가 익히 알던 빵들이 그 곳에 있었답니다.

↗입구에는 2018년 개의 해를 맞이하며 새해 인사를 적어놓은 그림이 있었답니다. 중국인 마트답게 황금색과 빨간색이 잘 어우러져 있었지요.

↗동생의 예상은 적중했어요, 싱싱하고 맛있는 체리가 있었답니다. 2kg 한 박스에 30달러, 약 24,000원 정도라고 들었어요. 두 박스를 사 왔는데, 저녁을 먹기 전 간식으로 우리는 체리 2kg을 다 먹어버렸답니다.  

↗22개월 우리 딸도 체리를 얼마나 잘 먹는지, 씨를 발라내고 반으로 잘라서 그릇에 담아주었는데 씨를 바르는 속도가 먹는 속도를 따라가질 못하더라고요. 두 손 가득 체리즙이 흠뻑 묻었네요. 

↗체리를 가득 먹고는 동생네 집 바로 옆에 있는 공원으로 산책을 다녀왔답니다. 오후가 되면서부터 구름이 바람에 많이 밀려가고 새파란 하늘이 '나 여기 있다!' 하며 그 모습을 모여주었답니다. 푸른 잔디밭과 키가 큰 나무들과 어우러져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른답니다.

↗공원 반대편에는 나무들 사이로 집이 몇 채 보였는데 그 모습이 정말 그림같이 예뻤답니다. 저 곳에 살고 있는 사람은 저의 꿈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이네요.

↗태풍이 불어와 얼마나 심술을 부렸는지 공원에 있는 나무들의 가지가 참 많이도 꺾여 있었습니다. 꺾인 가지들 사이로 거닐다 보니 익지도 않은 새파란 도토리가 정말 많이 떨어져 있었답니다. 그걸 주우며 돌아보니 도토리 나무가 몇 그루 있더라고요, 엄마는 떨어진 도토리를 주우시며 도토리묵을 만드셔야겠다고 하셨어요.

↗공원 건너편에서 도토리를 줍다가 인사도 할 겸 동생이 이 곳에서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분들의 집에 들렀답니다. 공원으로 통하는 뒷문 담장에 아이비가 어찌나 싱그럽고 자라고 있는지,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답니다.

↗정원에 빨간 열매가 총총 맺힌 귀여운 나무가 있었답니다. 

↗이건 무슨 꽃인가 싶었는데 곁에서 레몬 꽃이라고 알려줍니다. 레몬꽃은 태어나 처음 보았어요, 열매가 맺히려면 꽃이 피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왜 레몬 꽃은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걸까요.

↗정원에 레몬이 주렁 주렁 매달린 채 레몬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답니다. 우리 아이들도 마트에서 파는 레몬만 보다가 이렇게 나무에 달린 레몬을 보니 너무 신기하고 좋았는지 나무 아래로 손을 뻗어 노란 레몬을 따며 '엄마, 이것 봐! 내가 레몬을 땄어!'하고 소리를 질렀지요.

↗집주인 아저씨께서 레몬을 보고 신이 난 우리 아들과 함께 레몬을 따서 챙겨주셨는데 이 녀석은 그 레몬을 주머니에 넣고 손에 들고 아주 신이 나서 싱글벙글했답니다.

↗레몬을 제게 맡겨 놓고는 이번엔 토마토밭으로 가서 토마토를 따 왔습니다. 약도 치지 않고 키운 거라고 하시길래 슥슥 닦아 먹어보라고 했더니 한 입 베어물고는 맛있는지 씨익 웃습니다. 온 얼굴에 토마토 즙을 다 발라가며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저도 한 입 먹어봤더니 정말 토마토가 진하고 맛이 좋더라고요. 뜨겁고 강한 햇살을 받고 자라 그런가 봅니다.

↗만나뵈서 반갑다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담장에서 만난 하얀 수국 꽃 송이.

↗장미도 빛깔이 참 곱고 예뻤답니다.

↗작고 앙증맞은 꽃을 피운 다육식물도 있었지요.

↗아마도 알로에인 것 같은 이 식물, 뿌리가 자라면서 곁에서 새로 많이 올라오고 있었답니다.

↗꽃 색깔은 다르지만 꼭 토끼풀 같긴 한데.. 토끼풀 종류겠지요? 매번 흰색만 보다가 보랏빛을 보니 새로웠답니다.

↗공원 옆으로 난 도로를 따라 집이 있었는데 모두 초록빛의 아름다운 정원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Garden is life!'라고 할 만큼 정원을 중요시여긴다고 하네요. 남편 없이는 살아도 가든없이는 못 산다나요. 잘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이들의 이러한 가치관 덕분에 크라이스트 처치가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길을 따라 걸어가다가 샛길을 따라 다시 공원으로 들어갔습니다. 키가 큰 저 나무들은 바람막이 나무들이라고 해요. 바람이 센 뉴질랜드에서는 바람막이 나무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 같았어요.

↗도토리 나무 아래에서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를 외치는 우리 아들, 그런데 곁에 선 우리 딸은 오빠가 아직 무슨 놀이를 하는지 잘 모르는지라 그냥 오빠를 보고만 있습니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집을 다른 장소에서 다시 바라 보았답니다. 역시 아름답고 좋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2층 방 창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습니다. 구름들이 양떼처럼 몽실몽실 어찌나 귀엽든지요.

↗아까 아이들이 놀러갔던 집에서 따 온 레몬과 오이와 토마토와 고추를 씻었습니다.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오늘 저녁은 오븐구이 닭입니다. 뉴질랜드에 온 첫 날 저녁식사 때 먹었었는데 우리 아들이 또 먹고 싶다고 해서 한 마리 더 사왔답니다. 이렇게 잘 구워진 오븐구이 닭이 $12입니다, 그것도 저녁 시간이 되면 $10로 할인을 합니다. 우리 나라 돈으로 8,000원 정도인데 양도 정말 많고 맛이 좋답니다. 이 곳 사람들의 전통요리라고 하네요, 실제로 이 곳 사람들은 닭을 오븐의 제일 윗칸에 올려두고는 그 아래칸에 야채를 넣고, 제일 아래칸에는 감자를 넣고 익힌다고 하네요. 닭이 익으면서 육수와 기름이 아래로 떨어지도록 해서 야채와 감자에 그 향과 맛이 배이게 하는 건가 봐요. 제일 아래칸에 있는 감자에는 닭 육수와 기름이 모이는데 감자가 다 익으면 그 국물에 으깨서 먹는다고 하네요. 이야기를 듣는 동안 어떤 맛일지 살짝 궁금해졌답니다.  

↗오븐구이 닭을 먹기 좋게 다 찢어서 내고 갖가지 야채 반찬들을 꺼냈답니다. 그리고 엄마표 소고기국도 함께 냈지요. 어찌나 맛이 좋은지 오늘 저녁도 정말 배부르게 잘 먹었답니다.

↗정확히 밤 9시, 해가 지고 붉은 노을이 하늘을 물들였답니다. 여전히 밝은 하늘이라 암막커튼을 쳐야 하는 밤이지만, 잠자리에 누워 보는 아름다운 석양도 나쁘진 않네요. 오늘도 참 많이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였답니다.



당신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공감, 저의 하루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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