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스트처치행 비행기를 놓쳤어요.

휠체어 서비스 덕분에 붐비는 사람들 틈에 아이들을 데리고 줄을 서지도 않고 정말 빠르게 비행기에 탑승을 했답니다. 타고 보니 우리가 가장 먼저 탑승을 한 것이었어요, 친정엄마가 허리도 아프시고 발수술을 하셔서 오래 걷기에는 발도 좀 아프셔서 휠체어 서비스를 신청하게 되었는데 제가 되려 도움을 받게 되었네요. 따로 서류를 준비할 필요도 없이 그냥 미리 신청만 하면 되는 것인지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너무 감사한 일인 것 같았답니다. 승무원의 빠른 걸음과 발길 닿는대로 걸어가는 첫째의 자유분방함과 아기띠도 하지 않은 채 안은 둘째가 너무 바둥거리는 바람에 제일 끝에 있던 오사카행 탑승게이트까지 가는 길이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덕분에 탑승을 잘 했습니다. 몸과 마음은 이미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지만 이것은 우리들의 긴 비행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일 뿐이었지요. 

↗비행기가 이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문의 박스와 함께 아이들을 위한 식사로 샌드위치가 나왔답니다. 

↗아이들 장난감이라도 들어있으려나 싶어 열어보니 여러 종류의 간식거리가 들어있었습니다. 오렌지주스, 찢어먹는 인포켓치즈, 짜요짜요, 킨더초콜릿, 초코파이, 록커 웨하스. 하나같이 모두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것들이었답니다.

↗아이들 심심할까 봐 스티커북도 두 권 주더라고요, 우리 애들은 스티커와 별로 친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일단 받아두었답니다.

↗샌드위치는 언제 나오냐고 재촉하던 우리 아들은 아침부터 시작된 강행군에 지쳤는지 잠이 들어버렸답니다. 오사카 공항에 내릴 시간은 가까워 오는데 아이는 계속 잠에 취해있고, 내릴 때는 샌드위치를 가지고 내릴 수가 없다고 안내를 받은지라 고민이 좀 되었답니다. 그냥 간식상자만 가지고 내릴까 하다가 그래도 그렇게 기다리던 샌드위치인데 싶어 착륙 10분 전쯤 아이를 흔들어 깨웠답니다. 푹 자지 못해 쉽사리 깨어나질 않았지만 입에 초콜릿을 하나 잘라 넣어주었더니 그래도 힘겹게 정신을 차리더라고요. 그렇게 깨어난 아이는 시간이 부족해서 샌드위치를 다 먹지는 못하고 하나만 먹었답니다. 토마토와 오이가 들어간 샌드위치와 참치 샌드위치, 햄치즈 샌드위치가 나왔었는데 참치는 싫대서 남기고, 빵도 퍽퍽한대다 다 먹으려면 시간도 오래 걸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토마토오이 샌드위치에다 햄치즈 샌드위치 속의 햄과 치즈만 쏙 빼서 넣어 주었더니 다행히도 잘 먹더라고요. 토마토와 오이, 햄, 치즈 모두를 좋아하는 우리 아들에겐 입에 잘 맞는 샌드위치였던 것 같아요. 

↗엄마와 제가 먹은 메뉴는 닭고기채소볶음백반이었답니다. 저는 맛있게 잘 먹었는데 엄마는 이게 도대체 뭔가 하면서 드셨다고 했어요. 고추장이라도 뿌려서 드시지 그랬냐고 했더니 고추장이 있는 건 몰랐다고 하시네요, 뭐든 잘 드시는 저희 엄마이시긴 한데 혹여 가는 동안 먹을거리가 입맛에 맞지 않아 못 드시면 어쩌나 조금은 걱정이 되었답니다. 

인천공항에서 17:10에 출발한 비행기는 18:55분에 오사카 간사이(KIX)공항에 도착했답니다. 밥을 먹고 아이들 챙기고 하다보니 금방 도착한 오사카였는데, 표지판 곳곳에 한국어로도 친절하게 안내가 되어 있었답니다. 미리 신청한 휠체어 서비스는 이 곳에서도 받을 수 있었답니다, 휠체어를 가지고 온 직원이 비행기 문 앞에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엄마는 편안하게 이동을 하실 수 있었고, 저도 아이들 챙기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우왕좌왕할 필요가 없었답니다. 

↗모노레일을 타고 본관역까지 이동을 했답니다. 이게 첫 번째 모노레일, 정말 짧아서 꼭 지하철로 한 정거장 이동하는 느낌이었답니다.

↗모노레일을 한 번 더 탔는데 이번에도 아주 짧은 구간이었답니다. 본관에서 중간역으로 이동을 했는데 휠체어 서비스는 우리가 환승할 비행기가 있는 게이트 앞까지 받을 수 있었답니다. 낯선 여행길에 직원이 함께 동행해 주는 것이 이렇게도 미덥고 든든할 줄이야, 신경쓸 게 없어 더욱 감사한 일이었답니다.

↗에어 뉴질랜드 직원에게 티켓을 보여주고는 체크인을 했는데 직원이 저희 티켓과 여권을 보고는 굉장히 미안해하며 휠체어 서비스를 신청했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엄마는 어디 계시냐고 물어왔답니다. 저와 함께 엄마에게 와서는 휠체어를 준비해 주겠다고 하며 인사를 하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답니다. 아마도 제가 오랫동안 아이를 안은 채 직원이 업무를 시작하기까지 기다린데다 다른 분에게 순서를 양보했던 탓에 미안했었나 봅니다. 여튼, 직원은 곧 휠체어를 준비해 주었답니다. 유리창 너머로 우리가 탈 비행기가 저기 보이는군요, 그리고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한 우리 아들도 보이는군요. 

↗탑승이 시작되고는 역시나 휠체어를 탄 엄마와 저와 우리 아이들이 가장 먼저 탑승을 했답니다.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배려가 참 감사했답니다. 우리 아들은 인천공항에서 항공안전교육에 대해 듣고 와서 그런지 혼자서 벨트를 채우고 풀고 잘 하더라고요, "엄마, 이것 봐. 혼자 할 수 있어." 하며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자랑을 했답니다. 아이들은 정말 스펀지 같습니다, 그대로 빨아들이고 배우고. 좋은 것, 행복한 것만 배우고 익히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1월 31일 수요일 21:00, 오사카 간사이 공항을 출발했습니다. 창문 너머로 간사이 공항의 밝은 불빛이 잘 다녀오라고 인사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곧 다시 올게.'

↗에어 뉴질랜드 비행기 안은 보랏빛 조명이었습니다. 굉장히 비행기가 넓고 화이트톤의 깔끔한 느낌이었는데 조명은 은은한 보랏빛이랄까 핑크빛이랄까.. 뭐, 그랬답니다. 아이들이 있어서 조금 넓은 가장 앞줄 좌석을 받았습니다. 배시넷을 설치할 수 있는 좌석이긴 했는데 우리 둘째는 배시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가 없었답니다. 예약할 때 안내받기로는 분명 사용할 수 있다고 했었는데 22개월이라고 했더니 직원이 안된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아쉽지만 사용을 할 수가 없었답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이 아기바구니를 설치한 모습인데 저희 좌석 건너편 아기는 돌쯤 되어 보이던 아기였던지라 설치를 해 주었답니다. 아, 정말 너무 너무 부러웠답니다. 우리 딸은 바닥에 누워 자지 않으면 자지 않는데 이 일을 정말 어찌할꼬.  

↗늦은 밤시간이라 뭐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륙하고 얼마 안 있어 식사가 준비되었답니다. 소고기와 감자, 당근, 그린빈스를 굽고 쪄서 소스와 함께 낸 것 같았는데 소고기가 너무 퍽퍽해서 작은 아이는 꾹꾹 씹다가 다 뱉어내 버렸답니다. 달걀찜과 우엉, 고구마, 미역, 당근조림은 아마도 일본음식인 것 같았는데.. 저는 나름 잘 먹었지만 아이들은 입에도 대지 않았답니다. 게다가 둘째 아이가 밀쳐버리는 바람에 바닥으로 곤두박질, 뚜껑이 덮여있긴 했었지만 그건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답니다. 아, 탑승하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너무 너무 힘이 듭니다.

↗아이들을 위해 천가방을 하나 건네주고 갔는데 꺼내보니 스티커 놀이를 할 수 있는 것들이 가방 안에 들어있었답니다. 스티커는 좋아하지 않는 우리 아이들인데 에어 뉴질랜드 역시 스티커를 주네요, 아이들은 눈길도 주지 않았답니다. 대신 여권 가방을 따로 챙기지 않아서 좀 불편하다 싶었는데 마침 요 가방이 하나 생겨서 저는 여권과 티켓을 모두 여기에 넣어 가방에 다시 넣었답니다. 다음번엔 꼭 작은 여권가방 하나를 챙겨야겠다 생각했지요. 

↗다른 좌석은 모두 앞좌석 뒤편에 모니터가 달려있는데 저희는 가장 앞줄인지라 의자 옆에서 모니터를 꺼내서 사용했답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세 언어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저희는 영어를 선택했어요. 아이들도 저도 영어를 거의 사용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일본어나 중국어로 듣는 것 보다는 덜 어색할 것 같아서 말이지요. 둘째는 헤드셋을 끼워줘도 불편한지 벗어버리고 모니터도 보는 둥 마는 둥 했는데 첫째는 헤드셋을 끼고는 처음 보는 애니메이션을 참 잘도 보았답니다. '헬로우, 하이, 바이.'를 제외하고는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알아듣는 게 없을텐데도 어쩜 그리 웃어대며 즐겁게 보는지 참 신기할 뿐이었답니다. 

↗2월 1일 오전 8시(뉴질랜드 기준), 한국시간으로는 새벽 4시. 바닥에 누워 편히 잘 수 없는 상황에 짜증이 나 밤새 칭얼대고 우는 우리 둘째를 업고, 안고, 얼러가며 밤을 꼴딱 샜답니다.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온 보랏빛 광경. 구름이 가득하고 그 위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참 신비로웠답니다. 처음엔 너무도 희한한 색이라 내가 달을 보고 해라고 착각을 하고 있나 싶기도 했답니다. 하하^^; 어떻게 저런 빛깔이 나오는 걸까 너무 신기했답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보랏빛은 사라지고 서서히 하늘이 밝아져왔답니다. 비행기 창문에는 얼음이 얼어붙어 꼭 겨울왕국의 퀸 엘사가 마법이라도 부린 양 아름다운 모습이었고,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구름으로 만들어 둔 밀림같았답니다. 빽빽한 구름 숲을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느낌이 얼마나 놀랍고 경이로운지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께 절로 찬양을 돌리게 되는 새벽이었답니다.

↗밤새 칭얼대던 우리 둘째는 아침이 가까와 오면서 품에 안겨 잠시 잠이 들었답니다. 조금이라도 자세가 바뀌면 깨는지라 다른 승객들이게도 미안하고, 이렇게 힘들어하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너무 미안한 그런 밤이었답니다. 큰 아이도 의자에 앉아 자는 건 불편한지 잠들었다가 계속 깨어나 칭얼대기를 반복했었지요. 아, 정말 멀고도 먼 뉴질랜드로 가는 길입니다. 아이들 둘을 계속 돌보며 밤을 샜는데도 잠이 오기는 커녕 더 또랑또랑해지는 느낌입니다.

↗오전 9시가 조금 지나니 아침 식사가 나왔습니다. 분명 키즈밀이라고 주고 갔는데 엄마 식사도 동일한 메뉴를 주고 가서 조금 당황스러웠답니다. 이걸 받아들고는 우리 아들이 잘 먹겠구나 싶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잠에서 깨어나더니 요거트와 베이컨만 먹고는 다른 것은 안 먹겠다고 고집을 피웁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과일도 나몰라라 하고.. 밤새 너무 힘들어서 그런 것인지, 먹고는 움직이지 않고 계속 앉아만 있어서 속이 더부룩해서 그런 것인지. 여튼 입맛이 없다고 합니다. 제가 먹은 건 연어와 그린빈스 등의 야채를 함께 쪄서 밥에다 곁들인 것이었는데 아쉽게도 사진이 없답니다. 꼬박 밤을 샌 데다 둘째 아이를 업은 채로 먹다보니 무슨 정신으로 먹었나 싶습니다. 

↗아침식사가 3개만 나왔길래 직원을 불러 등에 업힌 둘째가 먹을 음식을 달라고 했답니다. 어젯밤에도 우리 둘째 먹을 것이 나오지 않았다고 하면서 말이지요. 알았다고 친절하게 웃으며 가더니 세상에나, 6개월, 9개월부터 먹는 이유식을 가져다 주고 갔습니다. 그것도 밤에 먹는 것과 아침에 먹는 걸 한꺼번에요, 어젯밤에 빠뜨린 걸 한꺼번에 주는 모양입니다. 혹여나 먹을까 해서 과일과 뮤즐리가 들어간 걸 뜯어서 한 입 떠 주었더니 그걸로 끝, 두 숟가락째부터는 거들떠도 보지 않습니다. 무슨 맛인가 싶어 먹어봤더니 새큼한 맛에다 시나몬 향이 가득 나는 그런 맛, 차라리 차였다면 좋았을텐데 이유식으로 으깨진 죽을 이런 맛으로 먹자니 저라도 싫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깝지만 버렸답니다, 우리 아이는 22개월에 젖만 조금 먹고 생으로 굶었답니다. 아, 속상해.  

↗오전 11시 35분, 오클랜드 공항(AKL)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승무원에게 휠체어 서비스를 요청했는데 받을 수 있냐고 했더니 승객들이 다 내리고 난 후 마지막으로 내리라고 합니다. 모두가 내리고 난 뒤 짐을 챙겨 내리는데 출구로 나가면 직원이 올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나가다보니 연세가 꽤 많으신 할아버지 한 분이 아주 큰 휠체어 하나를 밀고 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용할 휠체어가 맞는지 확인을 한 뒤 엄마가 앉으실 수 있도록 해 드렸답니다. 엄마도 아이들이 울고 칭얼대는 소리에 밤새 한숨도 못 주무신데다 장시간 비행에 지치셔서 그런지 휠체어 서비스를 꽤 만족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꽤 연로하신 분이었는데 아이를 안고 있는 저를 보시고는 제 백팩까지 메고 가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답니다. 국내선 환승을 위해 이동하는 길, 짐을 찾는 곳도 국내선 환승센터도 모두 이 길로 나가야만 있습니다. 표지판을 보다가 반가웠던 한국어, 우리나라에서 뉴질랜드로 오는 비행기 노선도 없는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여튼, 참 반가운 한국어였습니다. 

그렇게 기분좋게 공항에서 이동을 하다가 갑자기 멈춤! 마약탐지견이 엄마가 안고 계신 가방 앞에서 코를 킁킁대며 앞을 가로막습니다. 옆에 있던 직원이 다가와 가방을 보자고 하며 가방에 음식물이 있냐고 물었답니다. 그래서 정말 자신있게 없다고 했는데 이 직원이 가방 지퍼를 딱 잡은 채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정말 없냐고 다시 묻습니다. 순간 자신감 상실, 엄마에게 한 번 확인을 했는데 없다고 하던 엄마가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서는 '열어봐야 알지.' 하십니다. 이 무슨.. 여튼, 저는 음식물은 없다고 이야기를 했고 직원은 수술할 때나 끼는 듯한 장갑을 끼더니 엄마 가방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죄다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제 옷과 엄마의 몇 가지 물품들, 비행기에서 손을 닦았던 물티슈와 사탕포장지 두 개, 그리고 한약 두 팩이 나왔습니다. 한약을 들고는 이건 뭐냐고 묻길래 일단 생각나는대로 'chinese medicine'이라고 알려줬답니다. 아깝지만 폐기겠구나 싶었는데 다행히 괜찮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제게 몇 가지를 물었답니다. 뭘 먹었냐, 언제 먹었냐 등등. 당장 제가 먹었던 연어찜은 생각도 나지 않고 생각나는 건 참치샌드위치였답니다. 물티슈로 아이 입을 닦았었는데 그것만 생각이 났던 것이지요. 그래서 약 12시간 전에 Tuna를 먹었다고 설명을 했더니 개가 그 냄새를 맡은 것 같다며 협조해 줘서 고맙다고 합니다. TV에서나 보던 장면이었는데 그걸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곳에서 제가 겪으니 정말 긴장하게 되는 순간이었답니다.

↗오클랜드 공항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기 전, 수화물로 부친 짐을 찾아서 다시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으로 부쳐야 하는데 이건 셀프로 해야 하는 일이었답니다. 그래서 저희도 두개의 캐리어가 나오기를 기다렸지요.  

↗셀프 체크인 기계입니다. 여기서 해도 되고 잘 모르겠다 싶으면 옆에 있는 직원에게 물어봐도 됩니다. 모두가 친절하게 알려주신답니다. 저는 엄마가 휠체어에 타고 있었던지라 에어 뉴질랜드 직원과 계속 동행을 했는데 이 분이 다 해 주셔서 옆에서 방법을 보기만 했답니다. 그리고 마침 우리가 갔던 체크인 코너에 계셨던 직원은 한국인이었던지라 한국말로 인사를 나누었답니다. 오자마자 만난 두 번째 직원이 한국인이라는 게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그랬답니다. "안녕하세요!"

↗수화물을 먼저 부치고 난 뒤 저희는 국내선 환승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답니다.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은 국제선을 타는 곳과 국내선을 타는 곳이 따로 나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표지판을 따라 이동을 했답니다. 

↗오클랜드 공항에 내릴 때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는데 비가 왔었는지 바닥이 다 젖어있었답니다. 바람도 어찌나 세차게 불어댔는지, 시원하긴 했지만 조금 당황스러웠답니다. 동생에게 듣기로는 치치에서 비오고 추운 날은 한달에 하루 이틀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하필 우리가 온 날이 공교롭게도 비오는 날이라니 이건 또 무슨 일일까요. 여튼, 벤치에 앉아서 초록색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초록색 버스가 드디어 왔습니다, 환승 버스를 타고 잠시 이동을 하면 국내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곳에 내려준답니다. 날씨가 좋으면 초록색 라인을 따라 걸어도 된다고 했는데.. 환승은 일단 초록색인가 봅니다.

↗휠체어를 밀어주셨던 직원분은 1층의 안내 데스크까지 저희를 데려다 주셨고, 다른 직원에게 저희를 인계해 준 뒤 인사를 하고는 돌아갔답니다. 저희는 여기서 29번 게이트로 가라는 안내를 받은 뒤 휠체어를 하나 받았답니다. 이번에는 아이를 안고 제가 휠체어를 밀어야 했답니다.

↗보안검색대로 가는 길에 만난 현대차, 제 차는 싼타페인데 이건 코나라고 적혀있습니다. 처음 보는 차이긴 하지만 그냥 현대차라고 하니 왠지 한 번 더 눈길이 갔답니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근본없는 말은 아닌가 봅니다.

↗보안검색대를 지나는데 여기서도 한국인 직원을 만났답니다. 아이들에게 한국어로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걸 듣고는 한국어로 제게 이야기를 건넵니다. 무사히 검색대를 통과한 뒤 29번 게이트를 찾아보니 오른쪽, 그런데 가다보니 엘리베이터가 없습니다. 다시 돌아와 알아보니 엘리베이터는 왼쪽에 있어서 왼쪽으로 가서 올라간 뒤 다시 오른쪽 끝으로 가야 한다고 합니다. 

↗29번 게이트 앞 벤치에 앉아 탑승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답니다. 우리 아이들은 오랜 비행시간에 지쳐 곤한데다 너무 너무 지루했던 탓에 카펫이 깔린 저 바닥 위를 뛰어다니고 굴러다니고 하며 시간을 보냈답니다.

↗오클랜드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조금 내리다 마는 느낌이었는데 대기하고 있자니 비가 점점 무섭게 내립니다. 원래 여기에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 건가 하며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았답니다.

↗29번 게이트에서 기다리다가 직원에게 티켓을 보여주며 확인을 했더니 저희가 탈 NZ547 항공이 29번 게이트에서 28번 게이트로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28번 게이트 앞으로 이동을 해서 기다리는데 탑승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화면에 NZ547은 뜨지를 않는 겁니다. 그래서 또 직원에게 표를 보여주며 물었더니 지금 여기 있는 비행기가 가고 나면 이 곳에 비행기가 올 것이니 기다리라고 하는 겁니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출발시간인 2시가 다 되어갈 즈음, 불안한 마음에 또다시 직원에게 물었답니다. 우리 비행기는 대체 언제 오느냐며 티켓을 보여 주었더니 여기서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합니다. '비행기도 연착이 되나? 비가 많이 와서 그런가?'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었지만 일단은 안내 방송에서 간간히 들리는 'cancel'에는 해당이 없는 것 같아 기다려보기로 했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NZ547비행기는 오지 않고 이상한 마음에 다른 직원에게 4번째로 질문을 했답니다. 그랬더니 직원은 탑승 게이트가 또 변경되었었고, 당신 비행기는 이미 갔다고 이야기합니다. 순간 머리가 하얘지는 기분,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물어봐도 갔다고만 이야기하고 제 이야기를 아무리 해도 자기는 모른다며 1층에 있는 티켓 끊는 곳으로 가서 이야기 하라고 합니다. 



아.. 답답한 마음에 동생부부에게 전화를 하기로 했는데 로밍을 하지 않고 그냥 왔습니다. USIM 카드를 제부가 사 뒀다고 해서 만나서 그걸로 바꿔 끼우면 될 것이니 굳이 로밍을 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 실수였지요. 그래서 옆에 앉아 있던 금발머리 승객에게 도움을 청했답니다. 아는 단어, 손짓, 발짓 다 해 가며 제 상황을 설명하고는 제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답니다. 귓가에 울리는 익숙한 목소리의 "Hello?",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답니다. 제부에게 상황을 설명하고는 어떻게 해야 할지 좀 알아봐 달라고 하며 옆에 있는 승무원을 바꿔주었답니다. 긴 대화가 이어진 뒤 승무원이 다시 핸드폰을 돌려주며 뭐라고 얘기를 했답니다. 그런데 제게 안긴 채 울고 있던 둘째 아이 소리에 뭐라고 하는지 도무지 들리지가 않는 겁니다. 그 때 핸드폰을 빌려주셨던 승객분이 승무원에게 자기가 저를 도울 수 있다고 하며 승무원을 보냈답니다. 그리고는 금발머리 여자분이 아주 차분히 제게 설명을 했답니다. 제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은 최대한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바꿔서 말이지요. 아주 짧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저는 1층에 있는 수화물을 찾던 곳으로 돌아가는 길, 아까 전화를 받아주었던 승무원이 뛰어가서 에어 뉴질랜드 직원을 데리고 오고 있었답니다. 그 직원의 도움을 받아 저희는 티켓을 무료로 다시 끊을 수가 있었답니다. 이런 경우에 가장 빠른 다음 비행기를 무료로 탈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휴~ 이 또한 감사한 일이네요. 그리고 짐은 무사히 먼저 도착해서 저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원래는 3시 45분에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했어야 했는데 저희는 조금 늦은 4시에 NZ555 비행기를 타고는 크라이스트처치로 향했답니다. 우리 아이들도 지쳤는지 큰 아이는 비행기를 타자마자 잠들고, 둘째 아이는 제가 비행기를 놓친 걸 알고 난 뒤 뒷수습을 하는 동안 제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답니다. 1시간 25분의 비행을 하는 동안 비행기가 어찌나 무섭게 흔들리던지, 저는 이러다 비행기가 추락하는 건 아닌가 순간 아찔했답니다. 하루 종일 나쁜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났던지라 또 다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닌가 싶었던 것이지요. 그 흔들리던 비행기 안에서도 우리 아이들은 너무도 잘 잤는데 저는 심한 멀미를 했답니다. 여튼, 아무 사고 없이 비행기는 치치 공항에 잘 내려앉았고, 저희는 통로를 따라 나가다가 저희를 맞이하는 동생의 목소리를 들었답니다.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목소리였답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많이 불고, 게이트는 몇 번씩 바뀌었다고 하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들어보니 뉴질랜드에 태풍이 왔다고 하네요, 그래서 어떤 비행기는 취소가 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게이트가 자꾸만 변경되었던 것이라고 말이지요. 그나마 치치로 오는 비행 일정이 모두 취소되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저희의 뉴질랜드를 향한 첫 비행은 끝이 났답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짐도 무사히 잘 찾았답니다.     

↗동생 부부의 차를 타고 동생네 집으로 오는 길에 카운트다운에 들러 아이 기저귀를 한 팩 샀습니다. 가져온 기저귀가 부족할까 봐 걱정이 되었거든요.

↗그리고 겨울 콧물감기를 시작하면서 피부 트러블이 시작된 우리 둘째를 위해 Balm도 하나 샀답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것이라고 해서 보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말이지요. 부디 효과가 있길 바라봅니다.

↗공항에서 보낸 기나긴 대기시간으로 인해 허기진데다 긴장이 풀리면서 극도의 피곤함을 느낀 저희들이었어요. 원래는 밖에 나가서 맛있는 음식을 사 먹을 예정이었다고 했는데 그냥 집에 와서 간단히 먹자는 게 모두의 의견이었답니다. 그래서 삼겹살을 굽고, 오븐구이 치킨을 하나 사서 뜯고, 된장찌개를 끓이고, 텃밭에 있는 상추와 민들레, 깻잎을 뜯어와서 저녁을 먹었답니다. 엄마도 저도 진이 빠져서 이 모두를 동생이 혼자 준비했답니다. 오는 길은 너무도 멀고 험했지만 얼굴을 보니 이렇게나 반갑고 좋습니다. 바로 어제 봤던 것처럼 편안한 나의 가족, 이들이 있기에 이 모든 어려운 일들을 웃으며 넘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티켓발권하는데 에러나고, 신청해 둔 키즈밀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아이는 밤새 울고, 배시넷도 안된다고 하고, 마약견한테 걸려서 가방 검사까지 받고, 반복된 게이트 변경과 비행기 연착으로 인해 환승 비행기는 놓치고. 정말 안 좋은 일들이 계속 되어 짜증스럽고 힘들었던 이 하루도 웃으며 이야기할 추억거리가 되겠지요? 

2018/02/02 - [뉴질랜드, 걸음마다 새로운 이야기] - 드디어 동생을 만나러 갑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