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생활기, 2018.02.02
- 뉴질랜드
- 2018. 2. 11. 20:05
2018년 2월 1일, 밤새 뒤척이며 울고 짜증내던 아이들을 달래느라, 다른 승객들에게 미안해서 눈치보며 밤새 한 숨도 못 잤던 날이었답니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오클랜드 공항에서 맞닥들인 태풍으로 인해 비행기가 연착되고, 게이트가 몇 번씩 바뀌는 통에 크라이스트 처치로 오는 비행기를 놓치는 웃지 못할 헤프닝을 겪었던 저는 정말이지 파김치가 되었었답니다. 우여곡절 끝에 크라이스트 처치 공항에서 동생 부부를 만나 동생네 집으로 왔던 저의 뉴질랜드에서의 첫 날이 지나갔지요. 길고도 길었던 힘든 시간이 지나고 밤새 편안한 침대에 누워서 아이들과 평안을 누릴 수 있음에 참으로 감사했답니다. 뉴질랜드는 지금 한여름이라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뉴질랜드에서의 첫날 밤은 추웠답니다. 원래 이렇게 춥냐고 했더니 그렇지는 않다고 하더라고요, 오클랜드에서 만났던 태풍이 치치까지 따라 내려와서 밤새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해서 그렇게 추웠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은 한국에서 입고 온 긴 내복을 입고 잤고, 저는 긴 옷을 입고도 추워서 이불을 덥고 잤는데 아이들이 양쪽에서 자꾸만 이불을 걷어 차 내어서 오돌오돌 떨었답니다. 비가 오고 태풍이 오면 습해서 더 더운 우리나라의 여름과는 완전 달랐답니다.
↗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기대했던 파란 하늘은 온데간데 없고 하늘에 구름이 가득했답니다. 태풍의 세력권에서 벗어나려면 며칠이나 걸릴까요^^;
↗그럼 어때요, 눈 앞을 가로막는 높은 건물도 없고 탁 트인 시야에 그냥 기분이 좋았답니다. 건물 속에 나무 몇 그루 있는 한국과는 다른 느낌, 숲 속에 집이 있는 것 같아서 너무도 좋았지요. 꿈꾸던 생활을 체험하러 온 느낌입니다. 흐흣! 뉴질랜드와 한국의 시차는 4시간이라는데 제가 일어난 시간은 오전 11시 30분, 한국 시간으로 7시 30분에 일어났답니다. 알람을 맞춘 것처럼 정확히 한국에서 일어나는 시간에 눈이 떠졌다는 게 참 신기했어요, 제 생체리듬이 이렇게도 정확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요.
↗동생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은 2층집인데 이 곳은 아이들과 제가 한달 간 생활하게 될 2층 방이랍니다. 창이 넓어서 참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침에 제가 일어나 보는 광경들이, 또 해질녘에 보는 노을들이 모두 저 창을 통해서 보는 것들이지요.
↗방 한 켠에는 커다란 벽장이 있답니다, 수납하기 편리하게 되어 있어서 따로 장롱이 필요없을 것 같아 너무 좋았답니다. 나중에 집을 짓게 되면 저도 가구없이 벽장을 이용할 수 있는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요.
↗창 옆에는 작은 책상과 책꽂이, 의자가 있어요, 공부하다 찌뿌둥할 땐 뒤돌아 창 밖을 한 번씩 바라보면 그냥 기분전환이 될 것 같네요.
↗이 곳에 와서 가장 낯설었던 것이 바로 이 카페트, 카페트 문화라는 것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냥 큰 카페트가 깔려있나보다 생각했었는데 직접 보니 바닥이 전부 카페트였답니다. 한국의 우리집은 거실과 온 방이 마룻바닥인지라 바닥청소를 할 때는 쓸고 닦고 했는데 여긴 청소기로 빨아들이는 게 다인 것 같은 느낌, 애들이 뭘 먹다가 흘리거나 쏟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었지요. 게다가 배변훈련 중인 우리 딸이 혹여나 실수라도 하면.. 아, 정말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이불에 조금 실수해도 통으로 세탁기에 넣고 삶아빨던 저인데, 이건 뭐 바닥을 뜯어내서 물빨래를 할 수도 없고 어떻게 청소를 하겠어요. 매의 눈으로 우리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봐야겠습니다.
↗2층 저희 방 바로 앞에는 세면대를 가운데로 오른쪽에는 화장실이 있고, 왼쪽에는 샤워실이 있답니다. 변기도 매번 물청소를 하던 저에게는 변기 청소를 어떻게 하고 사는지가 가장 궁금한 것이었답니다. 방법이 있겠죠?
↗샤워실에는 커다란 창을 통해 햇살이 쏟아지고 그 햇살을 즐기며 목욕을 할 수 있도록 큰 욕조가 있었답니다. 물을 받아두고 아이들과 놀이하기에 충분한 크기인 것 같아 참 좋았답니다. 우리집 욕조는 혼자 들어가 기대 앉으면 딱 맞는 사이즈인지라 조금 부러웠지요.
↗욕조 건너편에는 샤워부스가 있어요, 샤워기가 위에 달려 있어서 아이들 씻기기에는 불편했지만 혼자 들어가 후다닥 씻고 나오기에는 딱 좋았답니다.
↗변기 뒤로도 창이 있고, 창을 열 수가 있어서 참 좋았답니다. 창을 완전히 열 수도 있고, 잠금장치를 이용해서 환기가 될 만큼 0.5cm 정도로 열린 채로 고정해 둘 수도 있고, 아예 꼭꼭 잠글 수도 있다는 게 특이했어요.
↗여기는 엄마가 한 달간 사용하실 2층 작은 방이랍니다. 이 방에도 커다란 벽장이 있고, 책상과 의자, 작은 침대 2개가 있었답니다.
↗푹 자고 일어난 우리 아이들은 계단 아래로 내려가기 바빴답니다. 큰 아이는 빠른 걸음으로 뛰듯이 내려가고, 둘째는 계단이 낯설어서 혼자 주춤주춤하며 '엄마, 손'이라고 말을 했답니다. 내려갈 때는 그나마 서서 한 칸씩 내려가는데 올라오는 건 혼자 일어서서는 힘든지 정글북에 나오는 '모글리'처럼 두 손과 두 발을 모두 이용해 기어서 올라왔답니다. 그런데 속도는 정말 엄청 빨랐지요. 뒤에서 보고 있으면 아기 오랑우탄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주방으로 내려오니 동생이 아침을 준비해 두고는 저희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오전 8시 반에 2층에 올라와 보았더니 모두가 너무 곤하게 자고 있길래 그냥 자게 뒀다고 해요, 뉴질랜드에서 8시 반이면 한국에서는 새벽 4시 반이니 시차를 적응하려면 며칠이 더 걸리겠죠?
↗주방 가득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이 너무도 아름답고 포근했답니다. 하늘이 구름으로 가득 차 있어서 흐린데도 햇살에 환한 주방이었지요. 이 사진을 보여줬더니 이런 주방에서는 뭐든 하고 싶고,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고 지인들이 이야기를 했었답니다. 물론 저도 그 말이 와닿았답니다. 저 나무들 위로 파란 하늘이 드러나면 더욱 그렇겠지요?
↗동생이 차린 아침겸 점심식사였어요, 텃밭에서 따 온 오이를 무치고, 닭고기 오븐구이를 아이들이 먹기 좋게 찢어 볶고, 두부를 굽고, 달걀을 굽고, 직접 담근 알타리김치와 깻잎김치를 내고, 새우와 야채들을 볶고, 구수한 된장국을 끓였지요. 모두가 만족스러웠던 꿀맛같던 아침식사였답니다.
↗정원에 나가보니 보랏빛 수국이 너무도 곱게 피어 있었답니다. 이제 수국이 거의 다 져 간다고 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렇게 아리따운 꽃송이를 볼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손이 많이 간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저는 이렇게 꽃이 피는 정원이 있는 집에 살고 싶네요.
↗정원 한 켠에는 동생이 키우는 채소들이 자라는 텃밭이 있답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모와 함께 마당에 나가 흙도 파 보고 고추와 깻잎, 오이, 호박 등의 채소들을 바라보며 너무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밤사이 태풍이 지나가면서 어찌나 바람이 많이 불었는지 오이덩굴을 매달아 두었던 끈이 다 끊어져서 엉망이 되었답니다. 바람이 잠잠해진 후에 동생은 의자를 가져다 밟고 올라가서는 다시 지붕에다 끈을 묶어서 오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해 주었답니다. 우리 아이들은 가시오이, 백오이를 몇 개씩 따 와서는 자기가 땄다고 뿌듯한 미소를 보여주었답니다.
↗텃밭에서 따 온 오이를 물에 잘 씻어서 맛 보았답니다. 잘라주었더니 우리 아들은 통째로 먹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러라고 했더니 맛있다며 아작아작 깨물어 먹습니다. 약도 치지 않은 채소들인지라 슥슥 닦아 먹어도 될 만큼 깨끗하고 아이가 자기가 딴 오이를 맛있다며 먹는 걸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았답니다. 이렇게 건강한 먹거리를 늘 아이에게 줄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말이지요.
↗마당에 있는 작은 나무 의자에 남매가 나란히 앉았어요, 한참을 텃밭에서 놀다가 빨래를 널고 있는 이모 옆으로 달려와 이모를 보면서 잠시 앉아 쉬는 거라고 했어요.
↗담장에 곱게 핀 하얀 나팔꽃이 아름다웠답니다.
↗내린 비에 너무도 싱그러운 나무, 밤새 엄청 추워서 진짜 여름인가 싶었는데 이 나무를 보니 여름이 맞는 것 같아요.
↗담장 아래에는 작은 나무가 자라고 있었답니다. 아마도 큰 나무 뿌리가 옆으로 뻗어나가면서 그 곳에서 자라난 아기나무겠죠?
↗식사도 하고, 아이들과 정원에서 잠시 놀다가 마트에 장을 보러 나왔답니다. 마트로 가는 길에 잠시 들른 K마트, 모두 'made in china'라고 적혀있었는데 가격이 너무도 저렴했답니다. 여름옷만 가득 챙겨왔는데 생각보다 날씨가 너무 선선해서 아이들 긴 옷도 몇 개씩 사고, 우리 아들 샌들도 하나 샀답니다.
↗드디어 먹을거리를 사러 온 파킨세이브, 자동차 모양의 카트가 있길래 태웠는데 아이들이 조용하게 뭔가를 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봤더니 어머나, 카트에 아이들 보라고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저도 완전 신세계, 이렇게 쇼핑하기가 편할 수가 없답니다.
↗과일을 사러 가 보니 정말 다양한 과일들이 있었어요, 그러다 돌아보니 사과 종류가 6가지나 있었답니다. 부사, 홍옥, 아오리 뭐 이 정도로만 알고 있다가 이렇게 진열된 걸 보니 참 새롭더라고요. 알록달록 예쁘기도 하고 말이지요.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브로콜리도 하나 샀어요, 가격은 79센트.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600원 정도네요, 이렇게 신선한 브로콜리가 이렇게나 저렴하다니 놀라워요. 우리나라에선 브로콜리가 가장 신선하고 많이 나올 때 저렴하게 사도 약 2,000원 정도였고, 겨울철에 국내산 브로콜리를 사려고 하면 가격은 두 배까지 뛰는데 말이지요.
↗빵 코너의 일부분, 우리 나라에서 본 빵은 그냥 아기들 장난감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요. 매번 손바닥만한 빵을 일반적인 크기로 알고 있던 제 눈에는 이 빵들의 크기가 어찌나 큰지 저걸 다 먹을 수나 있을까 싶었답니다.
↗우리나라나 뉴질랜드나 다르지 않은 이 것, 아이들은 동전넣고 타는 이 붕붕카를 너무도 좋아하네요. 우리 둘째는 파이프를 물고 있는 이 강아지 차를 보고는 '아빠곰, 아빠곰' 하면서 타려고 떼를 썼답니다.
↗우리 둘째는 Westfield 여기 저기를 맨발로 활보했답니다. K마트에서도, 파킨세이브에서도 똑같이 말이지요. 워낙에 신발을 벗어던지는 녀석인지라 정말이지 감당이 안되는데 여기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처치에서는 kiwi 아이들은 저렇게 맨발로 많이들 다닌다고 해서 그냥 뒀답니다. 다니다 보니 실제로 많은 현지 아이들이 맨발로 다니고 있더라고요. 가시라도 박히면 어쩌나 싶어 걱정이 앞서서 신발을 신기려던 저였는데 신발을 벗어던진 아이는 발에 모터라도 단 듯 어찌나 잘 다니던지요.
↗한참을 맨발로 돌아다닌 우리 딸은 발이 아주 그냥 새카매졌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매번 벗고 다니다가 한국에 돌아가서도 맨발로 다니겠다고 떼를 쓰면 어쩌나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
↗마트에서 장을 다 보고 셀프 계산대에서 동생 부부는 계산을 했답니다. 하나씩 바코드를 찍고는 아래에다 저렇게 쌓아두는데 계산이 완료될 때까지 물건을 만지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알고보니 물건을 쌓아둔 저 것은 그냥 선반이 아니라 무게를 재는 저울이었답니다. 영수증이 나오고 계산이 완료되기 전에 저 물건을 들어올리거나 하면 처음부터 다시 계산을 해야 한다고 해요. 마트마다 셀프 계산대도 있고 우리나라처럼 직원이 있는 계산대도 있었는데 동생이 굳이 셀프로 하길래 저는 또 셀프로 계산을 하면 뭔가 혜택이 있나보다 했답니다. 그런데 그것도 알고보니 그런 게 없다고 했어요. 습관처럼 셀프로 가긴 했는데 너무 많은 것들을 구매했던지라 그냥 직원이 있는 곳에 갈 걸 싶었다네요. 보통은 살 물건이 몇 가지 안되거나 줄이 너무 길거나 할 때 셀프로 계산을 한다나봐요. 저희도 마트에 가서 계산할 때 한 두 가지만 사면 되는데 앞에 줄 선 사람들은 카트에 산더미같이 쌓여있고 이럴 때 너무 싫잖아요. 딱 그럴 때 셀프 계산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었답니다. 여튼, 신기했어요.
↗계산하고 나오면서 카트를 반납하다보니 카트 옆에 붙은 '$2'표시, 이 카트 사용이 무료가 아니었군요. 우리나라 돈으로는 1,500원 정도였어요, 덕분에 편안한 쇼핑을 즐길 수 있어서 좋긴 했는데 다음부터는 사용하지 않을 것 같아요.
↗마트에 다녀와서 K마트에서 산 우리 아이들 용품을 꺼내봤답니다. 커플로 입힐 긴 바지 두 개, 반바지, 둘째 신발과 팔찌, 빨대컵, 아이들 팬티, 킥보드 탈 때 씌워 줄 헬맷.
↗2층 방에 올라가 밖을 내다보니 아까보다는 하늘이 조금 개인 것 같았어요. 그래도 여전히 흐렸지만 말이지요.
↗아이들 입맛을 생각해서 맵지 않은 간장찜닭을 해서 저녁을 먹었답니다. 텃밭에서 직접 기른 호박을 볶고, 아이들이 낮에 땄던 오이를 쌈장에 찍어서 먹었지요.
↗밤 8시 30분, 아이들을 재우러 올라와보니 하늘이 이렇습니다. 저녁 5-6시 정도의 느낌이랄까, 참 오묘하고 적응이 안 됩니다. 너무 밝은 하늘인지라 아이들도 아직 잘 시간이 아니라고 더 놀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암막커튼을 모조리 치고는 아이들을 재웠답니다. 왜 창마다 암막커튼이 다 달려있는지 이해가 되는 밤이었답니다.
당신의 손끝에서 피어난 공감, 제 하루를 더욱 아름답게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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