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동생을 만나러 갑니다.
- 뉴질랜드
- 2018. 2. 2. 22:29
2018년 1월 31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3개월 전 끊어둔 티켓을 바로 오늘 사용하게 되었답니다. 너무 오래 오래 전에 끊어두어 그런지 진짜 내가 뉴질랜드에 가는 것인지, 혹여나 사기를 당해서 여행은 못 가고 돈만 날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던지라 여행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제 티켓이 정말 있는지 확인도 두어번 했었답니다. 티켓을 끊어두고는 너무 오랫동안 묵혀두었나 봅니다. 기다림이 커서 그랬는지 육아 중인 제게 3개월은 보통 금방 지나가는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긴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튼, 드디어 비행기를 타는 그 날이 왔습니다.
↗전부터 만나는 사람들마다 짐은 다 쌌느냐고 물었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저 짐을 떠나기 전날 쌌답니다. 혹여나 필요한 걸 빠뜨리면 어쩌려고 그랬나 싶지만 그냥 뭐, 미리 리스트도 구성해두었고, 옷만 가져가면 되지 뭐 다른게 필요있나 싶은 마음이었답니다. 생판 모르는 곳으로 오는 것이긴 했지만, 그래도 동생네로 가는 것이니 그냥 마음이 편했던 것 같습니다. 뉴질랜드는 지금 더운 여름이라고 하니 짧은 티셔츠와 반바지를 주로 챙겼답니다, 그리고 동생부부가 부탁했던 물품들과 아이들 비상약, 모자, 썬크림, 래쉬가드, 도착하기까지 아이들 달랠 때 필요한 사탕과 젤리 등의 간식들을 챙겼지요.
↗커다란 캐리어에는 저와 아이들 둘의 짐, 작은 캐리어에는 친정엄마의 짐이 들었고, 잡다한 것들은 여기 저기 나눠서 넣었답니다. 기대에 들고 탈 손가방에는 둘째 아이의 기저귀와 물티슈를 넣고, 제 백팩에는 아이들 간식과 여권 등 필요할 때 바로 바로 꺼내 써야 하는 것들을 넣었답니다. 사진엔 없지만 친정엄마도 작은 백팩을 하나 챙기셨답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떡국을 끓여 아침식사를 하고는 온가족이 지하철을 타고 동대구역으로 가서 KTX 4인 동반석을 탔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친다고 역사에서 좋아하는 크림치즈아몬드 스틱을 샀어요, 어른들도 좋아하지만 우리 아이들도 너무나 좋아하는지라 두 개씩 먹으라고 주었더니 어찌나 잘 먹는지! 가끔 한 번씩 역에 갈 일이 있으면 이렇게 사주는 것도 좋은 것 같네요.
↗3시간의 기차여행이 22개월 우리 딸에게는 너무도 지루한 일정이었는지 먹고 나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시작하더니 테이블 위에 올라가고 통로로 나가려고 하고 아주 그냥 난리였답니다. 최대한 책도 보여주고 바깥풍경도 보여주고 말도 걸면서 시간을 보냈답니다.
↗11시 45분 인천공항 제1터미널 도착, 제일 먼저 저희는 발권부터 했답니다. 신혼여행 이후로 처음 온 인천공항이었는데 참 많은 것이 달라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가장 크게 느낀 게 모두 셀프체크인을 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는 점이었어요. 제2터미널이 새로 생겨서 2018년 1월 18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그건 제가 본 것이 아니니 피부로 느껴지지가 않았답니다. 드디어 셀프체크인 시작, 그런데 둘째 아이에게서 자꾸만 오류가 발생했다고 하면서 저와 둘째 아이 티켓은 발권이 되지 않는 거예요. 어머, 대체 이게 무슨 일! 두어번 해봐도 똑같길래 직원에게 얘기했더니 직원도 해보고는 카운터로 가서 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카운터로 가서 어찌된 일인지 알아보니 글쎄 둘째 아이의 비행 스케줄이 오사카(간사이공항)까지는 입력이 되어 있는데, 오클랜드와 크라이스트처치까지의 일정이 입력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예약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실수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었답니다. 조금 기다리긴 했지만 카운터에서 비행스케줄을 모두 입력하고는 티켓발권을 모두 마쳤답니다. 흐흣, 사기당한 건 아니었네요.
↗발권을 마치고는 점심식사를 했답니다. 1시도 안 된 시간이었는데도 모두들 어찌나 배가 고프다고 느꼈는지, 기차에서 아이들 데리고 너무 진을 뺐나 봅니다. 공항에 있는 식당을 한 바퀴 돌아보고는 쌀국수를 먹으러 갔답니다. 연차 휴가까지 써 가며 공항까지 배웅하러 따라온 서가파파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래미 입에 쌀국수를 넣어주느라 제대로 식사도 못했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한달간 아이들을 보지 못할테니까요. 아이들 때문에 늘 곤하고 힘들긴 해도 갑자기 집이 조용하고 아침에 나갈 때 그 풍경이 밤에 들어올 때와 동일하면 뭔가 허전하고 기분이 이상할 것 같답니다. 저만 그런가요? 서가파파도 조금은 그럴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고, 밥은 챙겨먹고 다닐지 걱정도 좀 됩니다. 아이들과 제가 없는 동안 그나마 좀 쉴 수 있길 바라는 수 밖에요.
↗제가 너무도 좋아하는 양지차돌쌀국수, 우리 아이들도 어찌나 잘 먹는지 M Size로 시키길 정말 잘 한 것 같았답니다.
↗곁들여 먹으려고 월남쌈과 튀김도 시켰답니다. 월남쌈은 엄마가 참 좋아하셨고, 튀김은 서가파파와 우리 아들이 참 좋아했답니다. 저는 언제나 다 좋아하고 말이지요.
↗점심을 먹고는 서가파파가 다시 타고 내려갈 버스표를 사러 왔답니다. 터치스크린으로 되어 있는데 셀프로 표를 살 수가 있어서 너무 편하고 좋아보였답니다. 저희도 한 달 뒤에 한국으로 돌아오면 리무진버스를 타고 내려갈까 봐요, 평창동계올림픽 때문에 인천공항에서 동대구로 가는 기차는 없다고 안내를 받은지라 어째야 할까 고민이었거든요. 밤10시 도착인지라 아이들도 버스에서 잘 것 같은지라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캐리어 두 개는 수화물로 부쳤지만 나머지 짐을 들고 아이들을 걸려 다니는 게 너무 힘들어서 트롤리를 이용했답니다.
↗짐을 싣고 그 위에 아이들을 앉혔더니 둘 다 너무도 좋아합니다. 큰 아이는 앞에 타고서 자기가 운전을 하고 있다고 좋아 싱글벙글이고, 둘째 아이는 오빠 뒤에 탔다고 또 싱글벙글입니다. 귀여운 녀석들입니다.
↗아이들 둘을 데리고 공항에서 보내는 다섯시간은 정말 너무도 길었습니다. 발권하고 둘러보며 점심 먹는데 걸린 두시간을 빼고도 무려 세시간, 직원에게 물어봐도 아이들이 놀 만한 장소는 없다고 해서 정말 난감했답니다. 아이들이 놀만한 곳이 한 두 곳이라도 있으면 참 좋을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그냥 계속 걸어다니고 구경하고 했답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곳이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부스였지요. 커다란 스크린이 있어 올림픽 관련 영상을 볼 수 있었답니다. 녹화방송이었는지, 생중계방송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겐 두 아이 챙기는 게 가장 큰 일인지라 동계올림픽 이야기는 그냥 머나먼 이야기. 이런 저의 정신없는 일상도 언젠가는 추억거리가 되고 여유로 채워지겠지요.
↗우리 아들은 체험 중입니다, 저걸 쓰고 둘러보면 360도로 자연풍경을 볼 수 있나봐요. 아빠는 여기 저기 둘러보며 '오~' 하던데, 우리 아들은 잠시 보더니 아프다고 빼달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엄청 무거워서 코받침이 아이 얼굴을 마구 짓눌렀거든요.
↗부스 한 켠에는 이런 것도 있었는데 타 볼 수 있었답니다. 생각보다 깊은지 아이가 앉으니까 보이지 않고 서니까 저 정도로 보이더라고요. 저 운동기구의 이름은 무엇인지.. 저는 봅슬레이가 아닐까 하고 봤는데 맞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서가파파는 이런 저런 놀라운 기계들을 보면서 너무 즐거워 보였었는데 저희는 이 곳에 오래 있지를 못했답니다. 오빠가 이걸 타는 것을 보고 달려운 우리 딸에게 직원이 위험해서 안된다고 했더니 울음보가 터져버렸거든요, 그래서 달래려고 젤리를 하나 꺼내줬는데 이 곳엔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젤리는 먹어야겠다고 떼쓰고, 여기서 먹을 수는 없다고 하고 결국 나와버렸답니다.
↗바로 옆에는 비행기 안전 체험장이 있었답니다. 딸아이를 달래고는 둘러보니 우리 아들은 아빠와 함께 여기에서 안전벨트를 채우고 풀고 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답니다. 비상시에 쓰는 마스크와 구명조끼는 무섭다고 싫어했지만 안전벨트 채우고 푸는 건 너무도 즐거웠는지 자꾸만 하더라고요.
↗벨트를 가지고 한참을 놀더니 이번엔 비상탈출구에서 미끄럼틀을 타 봅니다. 이건 별로 재미가 없었는지 한 번 하고는 시큰둥했는데, 이걸 보고는 둘째가 달려와 계속 미끄럼을 탑니다. 이제 가자고 불러봐도 쌩하고 돌아서서 갈 뿐이었어요, 몇 번이고 계속 탈 기세인지라 나중엔 그냥 안고 멀리 와 버렸답니다.
↗돌아보다 보니 요런 귀여운 것도 있습니다. 공항 안에서 이동할 때 타는 것 같았는데, 큰 아이는 이걸 타고 싶다고 아빠에게 떼를 썼답니다.
↗자세히 보니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입니다. 지하1층의 중앙엘리베이터가 있는 곳까지 태워주는 서비스인데 저희는 아이들을 둘 데리고 있는데다 엄마가 발이 아프시니 한 번 이용해 보기로 했답니다.
↗사람들 사이로 쌩쌩 달렸던지라 저는 조금 놀랐는데 아이들은 신이 났었답니다. 너무 빨리 내려야해서 우리 아들은 매우 아쉬워했어요. 내려서 돌아보니 어머, 서가파파가 눈앞에 도착했네요. 우리가 이걸 타고 이동하는 동안 서가파파는 짐이 실린 트롤리를 끌고 우리가 왔던 그 길을 마구 뛰어왔다고 했어요. 아이들이 아빠를 찾을까 봐 어지간히도 빨리 뛰었나 봅니다. 매주 한 번씩 축구는 괜히 가는 게 아닌가 봅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한참을 놀았는데도 아직 1시간이나 남아있었답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쌩쌩했지만 저희 부부는 너무도 지쳐버렸던지라 의자에 앉아서 좀 쉬기로 했답니다. 의자들 사이로 기둥이 하나씩 있었는데 거기엔 220V, 110V의 코드가 있었답니다. 알고나서 다시 둘러보니 기둥에 있는 코드에다 각자의 충전기를 꽂아서 많은 사람들이 충전을 하고 있었지요. 그래서 저도 가방에 있던 충전기를 꺼내서 간당간당하던 배터리를 충전했답니다. 충전기를 수화물로 보냈으면 정말 후회했을 거예요.
↗비행기 출발 50분 전, 발이 아프신 엄마를 위해 미리 신청해 둔 휠체어 서비스를 받기 위해 해당 카운터로 방문했답니다. 그랬더니 직원이 엄마를 휠체어에 앉히고는 지금 가자고 하는 겁니다. 의자에 앉아 넋 놓고 있느라 서가파파와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말이지요. 아직 시간 많이 남았다 싶어 여유부리다가 이 무슨 일인가 싶었어요. 아이들과 엄마와 저는 서가파파와 급하게 인사를 나눈 뒤 직원을 따라 이동을 했답니다. 면세점을 지나 비행기를 타는 곳까지 가는 그 길이 제게는 어찌나 멀었는지 모른답니다. 휠체어를 미는 직원의 걸음은 어찌나 빠르던지, 또 큰 아이는 제 손을 잡고 가겠다고 떼를 쓰고, 12kg의 작은 아이는 제게 아기띠도 없이 그냥 안겨 있고, 어깨에 맨 제 가방은 너무도 무거워 돌덩이라도 넣었나 싶고. 하필 제가 탈 비행기는 제일 끝이라고 하더라고요. 누군가가 제 다리를 땅 속으로 마구 밀어넣는 듯한 기분이었답니다.
여튼, 이렇게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우리 동생을 만나러 가는 그 첫 걸음이 시작되었답니다. 엄마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우리 동생의 마음은 지금 두근반 세근반 했겠지요? 동생을 만날 마음에, 뉴질랜드에서의 멋진 하루 하루를 보낼 마음에 저 역시 그랬지만 그보다도 저는 아이들이 비행기와 낯선 공항에서 보낼 열아홉시간이 참으로 걱정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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