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한 그릇으로 가슴까지 따뜻하게.

너무 추운 오늘이었어요.

팔공산에서부터 불어내려온 바람은 저희 집까지 막힌 곳 하나 없는 길을 달려와 부딪히며 '휘이잉~' 소리를 냈어요. 덩달아 신이 난 저희 집 후드는 가쁜 숨을 몰아쉬듯 폐를 부풀리는 것 같았죠.

정말이지 하루 종일 얼마나 이 바람소리를 느껴야 했는지 몰라요.

집 안이 따뜻한데도 세찬 바람소리를 듣고 있자니 '아, 추워!'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구요.

이런 날은 뜨끈한 국물이 최고다 싶어 아가를 재워놓고 서둘러 콩나물무국을 끓였답니다~ 엄마가 해주셨던 맛을 더듬어 콩나물이랑 무를 넣고 끓이다가 황태랑 두부도 조금 넣고, 마늘도 두드려 넣고, 마지막에 파도 넣고.

집간장 한 스푼과 나머지는 굵은 소금 간.

↗간을 심심하게 맞춰서 밥 위에 국을 한가득 퍼 주었답니다.

'아, 이거지..'

추운 겨울날, 바람소리가 가슴 깊은 곳까지 전해져 올 땐 친정엄마의 손맛을 더듬어보세요.

엄마가 뜨끈하게 끓여내 주신 국물에다 밥 한 그릇 말아서 후후 불어 후루룩 먹던 날을 추억하며 또 하루를 보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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