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기쁨, "고마워, 아들!"

하루 종일 흐린 잿빛 하늘이더니 결국 저녁엔 토독토독 빗방울이 떨어진 날이었어요, 요즘 비가 잦긴 하지만 미세먼지를 씻어내 주는지라 싫지 않았답니다. 아이들과 함께 차에 올라타면서 잠깐 빗방울을 맞으면서도 오히려 기분이 좋았지요~ 우리 아들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으하하" 웃고 난리였답니다.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서 아이들을 카시트에 태우고 이동하는 동안 과속방지턱을 만날 때마다 아이들에게 "쿵떡!" 하며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아이들 둘 다 신이 났답니다. 38개월 우리 아들은 그렇다 치고, 12개월 된 딸은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고나 웃는 것인지.. 눈이 사라지도록 함박웃음을 웃으며 까르르 까르르 넘어가던걸요. 나란히 카시트에 앉아 함께 큰 웃음을 나누고 있는 걸 보니 너무 행복했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영천시 장난감도서관에 다녀와서 당직 서는 아빠가 보고 싶다는 말에 아빠 퇴근 시간 맞춰서 사무실 앞으로 갔었답니다. 저의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계셔서 병문안을 가던 길에 잠시 아빠 얼굴만 보러 들른 것이었는데 마침 저녁시간이라 함께 저녁식사도 하고 왔지요, 그 또한 아이들에겐 큰 추억이 될 것이라 생각이 되네요. 바쁜 일정 탓에 후다닥 밥을 먹고는 달서구 도원동에 위치한 보훈병원에 다녀왔답니다. 멀리서 뭐하러 왔냐고 타박이셨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도 우리 아이들을 보시며 예뻐서 어쩔 줄 몰라 하시는 걸 보니 또 감사하고, 아이들 데리고 무리해서라도 오길 잘했다 싶어 기분이 참 좋았답니다.

오늘도 평안히 쉬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친정 엄마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오니 벌써 밤 9시가 되었더군요, 우리 아이들 씻기고 옷 갈아입혀서 재울 준비를 하다보니 밤 10시가 다 되었던걸요. 그런데도 아이들은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한 채 놀고 싶어 난리였답니다. 아, 오늘도 잘 타이밍을 놓쳤구나 싶었어요. 매일 같은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게 아이들에게 참 중요한데 삶 속에서 그 평범한 매일 같은 일상의 실천, 그게 생각보다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 며칠간 노력하며 깨진 이 리듬을 다시금 되돌려야겠어요.

↗여튼, 아이들은 신나게 놀고 있고 해서 저는 다 마른 빨래를 걷고 또 다시 빨래를 널었답니다. 건조대에 한가득 빨래를 널어두고 주섬 주섬 정리하며 보니 우리 아들이 수건을 개켜서 이렇게 차곡 차곡 한 쪽에 쌓아두었네요. "아, 정말 감동!" 제가 빨래 널 때 수건을 하나씩 가져가서 바닥에 펴며 왔다갔다 하길래 "우리 아들 잘한다~" 하며 칭찬을 해 주었더니 걷어둔 수건을 모두 다 개켜두었어요. 우리 아들이 고사리손으로 엄마를 도와주고 싶었나 봅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예쁘고 귀한지 저 수건들은 아들이 개켜 둔 저대로 정리해서 하나씩 꺼내 써야겠어요. 볼 때마다 우리 아들 예쁜 마음 한 번씩 더 생각하며 미소짓고 싶어서요, 은혜의 기념비라고나 할까요. 옆에서 보고 계시던 친정 엄마가 추억에 젖어 말씀하셨어요, "우리 지나도 현성이만할 때 기저귀를 둘둘둘 말아서 개 놓곤 했는데.. 우리 엄마 힘들다 카면서. 그것도 안 걷어주는 것 보다 낫더라."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흙 다 묻혀놓지 않았더냐고. 제가 어릴 때 살던 시골집에선 마당을 가로질러 빨랫줄이 있었고, 가운데에 긴 나무막대기를 받쳐서 빨랫줄을 들어올려 빨래를 널어두곤 했거든요. 흙으로 된 마당에서 길고도 긴 소창기저귀를 5살짜리가 어떻게 깨끗하게 걷었을까, 아마도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진 않았을까 싶었지요. 그래도 친정엄마는 괜찮았답니다, "물기만 다 말랐으면 그냥 썼다." 하셨어요. 그 때 친정엄마 마음도 아마 제 마음과 같은 마음이었겠지요? 엄마를 도와주겠다는 아이의 온전한 그 마음이 너무 소중해서 다른 건 어떻든 다 괜찮은 것.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의 마음이 보이고 엄마가 더 짠하게 느껴집니다.

 

 

↗수건을 다 개켜두고는 또 우리 아들이 "내가~ 할머니 핸드폰에 배터리가 없어서, 그래서 충전기 꽂아놨어!" 합니다. 제 핸드폰도 나란히 잘 꽂아두었더라구요. 그래서 잘했다고 칭찬해주며 다시 보니 "어머나!" 핸드폰에 충전핀은 꽂아뒀는데 콘센트에 코드는 꽂아두질 않았네요. 하하하하! 코드는 매일 제가 꽂아두니 자기가 꽂아야 한다는 걸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예요. 우리 아들이 이렇게나 귀엽습니다, 그래서 얼른 핸드폰 들고 사진부터 찍어뒀답니다.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외할머니와 함께 블럭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더니 안방으로 달려와 제 곁에 누워 품에 쏙 안깁니다. "잠이 와?" 했더니 잠이 많이 온다고 했어요. 곁에 누워 눈을 비비길래 토닥토닥 해줬더니 금새 쌔근쌔근 깊은 잠에 빠져드는 우리 아들입니다. 이렇게나 사랑스러운데 제가 요즘 너무 혼내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미안해지네요, 동생을 많이 예뻐하지만 동생이 태어나고 저도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할텐데.. 우리 가정에 선물로 온 이 귀한 아이를 더 많이 사랑하고 아껴주어야겠어요. 이 아이들의 존재만으로도 너무 귀한데 자라나면서 이렇게나 엄마에게 큰 행복을 안겨주네요, 육아는 분명 힘든 일이지만 그 안에 너무도 큰 기쁨이 있는 것 같아요. 날로 날로 새로운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저와 제 아이들 앞에 펼쳐질지 또 기대가 되는 새벽입니다.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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