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 대게마트, 맛있고 배부르고 저렴하게!

새해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2월의 끝자락에 서 있네요, 옛 어른들 말씀에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이 빨리 간다더니 제가 요즘 딱 그렇답니다. 10대, 20대를 보낼 때는 10년이 멀기만 한 세월이었는데 이젠 한 해 한 해 지나가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10년이 그리 길지도 않은 느낌이거든요. 조금만 더 지나면 또 이 한 해의 끝자락에서 이 시간들을 추억하고 있을테니 그 때 그 곳에서 웃기 위해 더 열심히 한 번 살아보자구요! 

↗곧 출산을 앞두고 있는 서가맘은 대게살이 가득 차고 그 맛이 달다는 이 계절을 놓치지 않기로 했답니다. 늘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 겨울 다 보내고 대게맛을 보지 못했었는데 이번 겨울엔 두 번이나 다녀왔어요. 첫번째로 대게마트에 다녀오고는 왠지 아쉬웠는데 서가파파가 제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갑자기 대게를 먹으러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흔쾌히 가기로 했답니다. 그런 저희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 막 쪄서 나온 대게는 고운 빛깔과 우아한 자태로 저희를 맞이해 주었답니다. "정말 정말 반가워!"

↗1번방에 짐을 풀고는 대게를 고르러 수족관으로 향했답니다. 통통히 살이 오른 싱싱한 대게들은 길쭉한 다리를 자랑하며 수족관 안을 걸어다니고 있었어요. 갑자기 애들이 즐겨보는 옥토넛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네요. 2월에 저희가 가서 보았을 때는 크기별로 마리당 15,000원/20,000원/30,000원짜리로 나뉘어져 있었답니다. 20,000원짜리 대게는 살이 조금 덜 찬 대게와 꽉 찬 대게로 나뉜다고 했는데 저희는 조금 덜 찬 대게를 택했어요. 살이 조금 덜 찬 대게는 살이 쏙쏙 빠지는데 비해 살이 꽉 찬 대게는 살이 잘 빠지지 않아 숟가락으로 긁어 먹어야 한다고 했거든요. 서가파파가 크기별로 섞어서도 가능하냐고 여쭈었더니 그건 안된다고 했어요, 왜냐하면 크기별로 찌는 시간이 다르다는 이유였답니다. 

↗대게를 골라서 찜통에 넣고 찌는 걸 지켜보다가 잠깐 밖으로 나왔답니다. 혹여나 해서 여쭤봤더니 큰바다펜션이라고 적혀 있긴 하지만 펜션으로 운영을 하지는 않는다고 해요.

↗장독 너머로 보이는 수평선, 정말 너무 멋진 것 같았어요. 흔히 보던 장독대와 배경은 아니어서 낯설었지만 그만큼 신선한 풍경이었답니다.

↗건물 아래쪽으로는 양식장이 보였는데 무슨 물고기가 살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그 곳에서 일하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외국인근로자여서 어촌의 실정이 어떤지 살짝 엿볼 수가 있었답니다. 양식장을 지켜보다보니 양식장 안에 떠 있는 배 한 척을 찾아볼 수가 있었는데 저 배는 도대체 입구도 출구도 없는 저 양식장 안으로 어떻게 들어갔는지 궁금해졌답니다.

↗오른쪽으로 바라보니 빨간 등대가 눈에 들어왔답니다. 통통배도 간간히 보이고 방파제로 달려와 부서지는 파도도 너무 아름다웠답니다. 농촌풍경이 익숙한 제겐 낯설고 멋져보이는 이 그림은 누군가에겐 흔한 어촌의 풍경이겠죠?

↗대게가 다 쪄질 때쯤 달려가보았더니 김이 마구 올라오고 있었어요, 타이머가 울릴 때까지 잠깐 더 기다린 뒤 찜통 뚜껑을 열었더니 피어오르는 뜨거운 김 뒤로 대게들이 그 자태를 뽐내었답니다. "와우!" 처음 볼 때나 두 번째 볼 때나 똑같은 탄성이 나오는 건 맛있는 음식을 맞이하는 모두가 경험하는 일일 거예요.

↗이건 처음 대게마트에 방문했을 때 사장님이 들고 오신 대게 10마리였답니다. 친정엄마와 서가맘, 서가파파, 남동생부부와 아이 둘, 여동생이 함께 했던 나들이였는데 대게를 정말 맛있게 먹고 돌아왔었답니다. 이번 나들이에서는 서가맘과 서가파파, 그리고 여섯살, 네살의 두 아이와 함께 갔던 터라 2만원짜리 대게 다섯마리를 쪘는데 양이 꽤나 많았답니다.

↗다리를 잘라내고 뒤집어 보았더니 등딱지가 선명한 붉은 색을 띄는 게 너무 곱고 먹음직스러웠답니다. 그런데 뒤집으니 등딱지 속의 맛난 물이 뚝뚝 떨어져서 금새 후회가 되었답니다.

↗이렇게 뒤집어놓는 이유가 바로 대게 쪄진 맛난 물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나 봅니다.

↗열마리의 대게 다리를 모두 떼어놓고 보니 큰 쟁반 위에 수북히 쌓였답니다.

↗사장님이 대게살 쉽게 바르는 방법을 알려주셔서 따라해봤더니 쉽게 되더라고요, 100% 게살의 위엄이란! 

↗지난 번엔 함께 하지 않았던 서가네 아이들도 두 번째에 함께 했답니다, 게살을 쏙 빼서 입에 넣어줬더니 "게살 진짜 맛있다." 하며 참 잘도 받아먹습니다. 달콤짭짤한 대게살을 처음 먹는 아이들인지라 아마 신세계였을 것 같아요.

↗사장님이 대게 등딱지를 떼고 몸통을 반으로 갈라서 접시에 올려주셨어요, 먹기 좋게 다 손질해 주셔서 너무 좋아요.

↗등딱지에 가득한 대게 내장이 군침을 돌게 만들었어요, 여기다 밥 두어 숟갈 넣고 슥슥 비비면 어찌나 맛이 좋은지! 서가맘은 이 맛을 정말 잊을 수가 없답니다.

↗대게마트에서는 이렇게 대접에 하얀 쌀밥을 퍼서 그 위에다 내장을 올려 비벼먹도록 준비해 주신답니다. 처음 갔을 땐 이대로 먹었는데 두 번째 갔을 때는 등딱지에다 바로 밥을 두어 숟갈 올려 비벼먹었답니다. 등딱지에 먹는 게 눈이 즐거워서인지 습관 때문인지는 몰라도 전 그게 더 맛있게 느껴지더라고요. 아, 방마다 압력밥솥이 준비되어 있고 계속 새 밥을 지어 주시는데 원하는 만큼 무한리필로 드실 수가 있답니다. 

↗지난 번 방문 때 대게마트에서 대게를 먹으면서 함께 주문했던 회, 도심에서 먹을 때도 맛있게 잘 먹지만 이렇게 바닷가에 와서 먹는 회는 그 맛이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좋은 것 같아요. 쫀득쫀득하고 단단한 그 식감은 정말이지 환상적이예요. 대게마트 사장님께 여쭈면 회도, 과메기도 정말 신선한 걸로 저렴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꼭 한 번 문의해보세요.

↗미리 준비해 간 라면에다 대게 몸통을 두 개 넣어서 꼬들꼬들하게 얼마나 맛있게 끓여주셨는지 몰라요, 게장에 비빈 밥은 서가맘과 서가파파가 거의 다 먹었는데 이 맛있는 라면은 아이들이 거의 다 먹었답니다. 최대한 게장밥을 먹이고 싶었는데 아이들은 라면이 더 좋았나봅니다.

↗게장밥이 그렇듯 라면도 게딱지에 덜어 먹는 게 훨씬 그 맛이 좋았답니다. 음식은 입으로만 먹는 게 아니라 눈으로도 먹는다는 게 진짜 맞는 말인 것 같았답니다.

↗밥과 함께 또 한 가지 무한리필로 제공되는 것이 바로 이 맛있는 김치랍니다. 처음 갔던 날은 얼마 전 김장김치를 담그셨다고 내어주셨는데 어찌나 맛이 좋았는지 라면을 먹으면서 두 접시나 먹었답니다. 

↗두 번째 갔던 날 주신 김치는 깎두기, 지난 번 김장김치도 너무 너무 맛있고 좋았는데 깎두기도 맛있게 잘 먹었어요. 그렇지만 지난 번에 먹었던 그 배추김치가 눈 앞에 아른아른거려서 혼났답니다. 너무 맛이 좋았는지 벌써 다 떨어졌나봐요. 조금도 남김없이 싹싹 비우며 정말 맛있게, 배부르게 잘 먹었는데도 가격 부담도 적고 매번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대게마트였답니다. 포항맛집 인정이예요!

↗대게도, 게장밥도, 대게라면도 남김없이 싹싹 다 먹은 뒤 아이들과 밖으로 나왔답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난 뒤라 바람도 차고 이미 바다 위에도 어스름이 깔리고 있었어요. 햇살이 가득한 날도, 어둑어둑한 저녁에도 참 멋지고 아름다운 바다였답니다. 그저 대게가 생각날 때 여러분도 구룡포 대게마트 한 번 들러보세요. 대게마트에는 대게와 김치, 흰 쌀밥 말고는 아무것도 없으니 라면과 물, 더 필요한 것들 챙기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구룡포 대게마트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일출로 242-98 (구룡포읍 석병리 721-3)

054-277-8932 / 010-6229-8932

blog.naver.com/leegh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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