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어모아, 맛으로 가득한 연인의 데이트

강의를 듣고 난 토요일 점심 시간, 친정 엄마가 아이들을 잠시 봐주기로 한 이 시간은 저희 부부에게 정말 정말 소중한 날이었답니다. 첫째아이가 태어나면서, 그리고 둘째아이가 태어나면서는 더욱 저희 부부만의 평온한 식사 시간은 없었던지라 더욱 귀하게 느껴진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이 시대 육아로 심신이 지쳐버린 모두가 같은 마음일테지요. 정말 오랜만에 맛있는 파스타를 먹고 싶다고 앞산에 있는 '호어모아'에 가보자고 남편을 졸랐답니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었던 곳이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다녀간, 그리고 맛있다고 입을 모아 칭찬한 하와이안 레스토랑이더라고요.

HAWAIIAN 호어모아, 하와이 토속어로 요리하는 집이라는 뜻이 있다는군요. "반가워!"

↗종일 비가 내린 토요일 점심 시간, 담장없이 길가에 있는 호아모아의 모습입니다. 비 내리는 이런 날 왠지 더 예쁜 느낌은 왜일까요? 햇살이 눈부시게 부서지는 날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집니다.

↗오후 한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 테이블마다 두세사람씩 모여 앉아 식사도 하고 담소도 나누며 미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도 얼른 맛있는 음식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비어있는 마지막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답니다. 

↗메뉴판은 간단했습니다. 호어모아 라이스, 호어모아 스테이크, 호어모아 파스타, 호어모아 샐러드와 스낵, 그리고 맥주와 음료. 각기 몇 가지의 종류대로 구성이 되어 있긴 했지만, 크게는 이게 다였지요. 너무 복잡하지 않아서 좋은 그런 메뉴판이었어요. 저는 감베리 제노베제를, 남편은 핫 칠리 쉬림프를 주문했답니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고 있자니 먼저 식사를 끝낸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나고 북적이던 홀은 조용해졌답니다. 그래서 레스토랑 이 곳 저 곳을 둘러보았죠, 식사 시간을 조금 비껴서 배가 고프긴 했지만 이렇게 둘러 볼 여유가 있어서 기분이 좋았답니다. 다들 그러하듯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 동안은 이런 여유가 쉽사리 찾아오질 않거든요.

↗빈 벽에다 천을 두르고 낡은 사다리, 다 풀어진 낡은 밧줄을 가져다 놓았을 뿐인데도 참 예쁜 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아이들이 조금 더 크고 나면..' 그저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네요.

↗출입문 옆으로 벽에 구멍이 뚫려 있었답니다. 이 곳에도 무심한 듯 천 하나 걸쳐두고는 소품으로 장식을 했더군요. 저 벽에 구멍이 없었으면 그냥 평범한 벽일 뿐이었을텐데, 저 구멍 하나가 주는 효과는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가 되겠지요.

↗저는 저 뚫린 곳을 통해 이쪽과 저쪽이 연결되는 느낌도 받았고, 꽉 막혀있어 답답한 그런 것이 해소되는 느낌 또한 받을 수 있었답니다. 그저 보기에 예쁘기도 했고 말이지요. 어두운 밤, 저 촛대에 불을 밝히고 그 옛날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랬듯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사랑을 속삭인다면 참 세상 부러울 것이 없겠단 생각이 드네요. 갑자기 호어모아 주인장이 조금 부러워지네요. 흐흣^^ 그런데 저 구멍은 과연 실수였을까요, 의도였을까요?

  

↗테이블에 앉아 위를 바라보니 또 다른 느낌입니다. 벽돌의 원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서 온통 하얀 벽과는 구별되어 또 다른 매력을 뿜어내고 있는 것 같았네요. 언제부턴가 인테리어를 할 때 천정을 덮지 않고 모두 오픈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 것 같은데..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러한가 봅니다. 인위적이지 않고 편안하긴 하죠, 그만큼 모두가 삶에 지치고 힘들어 공간으로부터의 쉼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훗,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냅킨 위에 무언가를 올려두셨네요, 테이블마다 제각기 다른 모양, 다른 소재던데.. 매번 냅킨꽂이에 꽂혀있던 것만 보다가 이렇게 보니 이것 또한 예쁘네요.

↗카운터입니다. 낡은 테이블 위에 작은 소품 하나 하나가 참 예쁘게도 올려져 있었답니다. 우리 딸 방도 이렇게 아기자기하게 꾸며주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너무나도 활동적이고 남자아이같은 매력을 뿜어내는지라 그게 언제가 될지.

↗도마 위에, 나무 토막 위에 무심한 듯 놓아둔 저 작은 소품들, 별 거 아닌 듯 편안하게 놓여진 저 소품들을 두고 호어모아의 주인장은 혼자 이리도 놓아보고 저리도 놓아보고 얼마나 마음을 쏟았을까요. 

↗커튼 너머로 보이는 앞산의 촉촉한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답니다. 햇살이 비치는 기분 좋은 날에나, 구름 끼고 비가 내리는 우울한 날에나 나도 변함없이 누군가에겐 그저 편안하고 아름다운 사람이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나뭇가지 하나, 조명 하나가 주는 묘한 매력.

 

 

↗구경하다보니 드디어 음식이 나왔습니다. 남편이 주문한 핫 칠리 쉬림프, 색감부터 강렬하고 참 맛있었어요.

↗달콤하면서도 정말 매콤했던 핫 칠리 쉬림프. 생각보다 달고, 생각보다 맵고, 생각보다 새우가 엄청 많았던 메뉴였죠.  

↗윗 입술 가득 얹어지는 부드럽고 깊은 거품이 매력적이었던 생맥주는 핫 칠리 쉬림프와 너무도 잘 어울렸답니다. 주의할 것은 키스를 부르는 입술이 된다는 것!

감베리 제노베제, 바질 페스토와 페페론치노로 만든 오일 소스가 정말 매력적인 파스타였답니다. 편안함을 주는 색으로 알려진 초록색은 식욕을 돋우는 것과는 거리가 먼 색깔임에도 감베리 제노베제는 시각적인 선입견을 무의미하게 해주는 정말 맛있는 메뉴였답니다.

↗오동통한 새우살이 정말 맛있었답니다. 다만 아쉬웠던 건 너무 매웠다는 것과 피클이 없었다는 거예요. 남편이 주문한 핫 칠리 쉬림프는 매울 거라는 예상을 하고 시켰던지라 그러려니 했는데, 감베리 제노베제는 매울 거라는 생각을 못했던 제 불찰이죠, 메뉴 설명을 조금 더 꼼꼼히 읽어볼 걸 싶었답니다. 피클이라도 있었으면 좀 덜 맵게 느꼈을텐데.. 사실 매운 거에 있어서 전 완전 어린아이 수준이거든요. 매운 거 못 먹는 저인지라 '아, 매워.'를 연발하긴 했지만, 그래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거든요. 매콤한 맛을 즐기시는 분이시라면 정말 이런 맛있는 메뉴가 또 있을까 싶어요.

↗센스있게 영수증은 코르크 마개에 콕 꽂아서.

↗디저트로 수제 요거트를 주셨어요, 덕분에 매워서 어쩔 줄 몰라하던 제 입이 많이 진정되었답니다.

↗화장실도 깔끔하고 예뻤답니다. 올리브 잎이 드리워진 거울 앞에서 입술을 다시 바르고 있자니 기분이 좋아지던걸요.

↗레스토랑 밖으로 나오니 작은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어요. 이 곳에서는 커피를 내리나 봐요, 비 오는 날엔 커피향이 더 향긋한데.. 커피를 못 마셔서 왠지 아쉽네요.

↗내리는 비에 남천 잎 위로 은구슬, 옥구슬이 모두 맺혔습니다. 또르르 굴러가고 또다시 또르르 굴러가고. 눈에 담아야 할 진짜 보석은 이런 것일텐데 어른이 되면서 우린 자꾸만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되네요. 걱정없이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생각해 봅니다. 늦은 식사를 마치고는 작은 마당 한 번 둘러보는 이 사치를 끝으로 저희 부부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종일 아이들 먹이고 재우고 놀아주시느라 바쁘셨을 친정엄마께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마음에 더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거든요. 밥 한 끼 먹는 게 다였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남편과 여유있게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그것만으로도 참 기분이 좋아졌답니다. 짧았지만 알찬, 결혼 전 데이트같은 그런 날이었네요. 언젠가 시간이 되면 남편과 다시 찾아야겠습니다. 그 땐 햇살이 눈부신 그런 날이었으면 좋겠어요.

 지도를 클릭하시면 위치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호어모아 -

대구광역시 남구 안지랑로5길 88(대명6동 587-15) / 053-653-0007

매일 11:00~22:00 / 브레이크타임 16:0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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