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전야, 반가운 옛 친구

우리 부부가 대학교 다니며 연애하던 그 때부터 알고 지내던 가까운 벗이 있답니다. 함께 밥도 해 먹고 놀러도 다니고 많은 시간을 함께 공유했던 소중한 지인이지요. 결혼을 하면서 서로 멀리 떨어져 살았어도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엔 종종 얼굴보고 살았었는데 아이들이 하나 둘 태어나고는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았답니다. 아이들 키우며 살다보니 평소에도 그리 자주 연락은 못 하는 게 현실이고요. 그래도 가끔 명절에는 안부를 묻곤 하는데 오늘은 전화통화 된 김에 그냥 한 번 만나자 싶어 신랑과 함께 늦은 밤길을 100킬로나 달려 안동까지 왔네요. 자정이 다 되어 만났지만 가는 길에 신랑이 '이렇게라도 안 보면 우리가 어찌 만나고 살겠어.' 하더라고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한 것이지요. 경기도에 살고 있는 지인 부부가 명절이라 본가에 내려온 덕이지요. 치킨 한마리를 시켜놓고 늦은 야식을 먹으며 아주 오래된 이야기로부터 지금 우리가 사는 이야기까지 하나 하나 풀어내며 화기애애하게 이야기꽃을 피웠답니다. 몇 년만에 보는건데도 바로 어제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사람처럼 너무도 친근한 우리들이었어요. 자꾸만 돌아가는 시곗바늘이 야속할 지경이었어요. 내일은 추석날 아침이라 일찍 일어나 할머니댁에 가야하는지라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가야지, 가자." 라며 몇 번을 얘기하고도 쉽사리 이야기를 끊고 일어서질 못했답니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있다가 2시가 다 되어서야 더이상 지체할 순 없겠다 싶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답니다. "우리 또 언제 봐~ "하며 아쉬움 가득한 인사를 나누며 다음을 기약했네요.

↗세상이 다 잠든 것 같은 고요한 이 새벽, 우리 부부는 다시 차를 달려 집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가면서 문득 어릴 적 생각이 납니다. 명절이라 시골 할머니댁에 가서 잠을 자던 때였는데  당시 총각이었던 우리 삼촌이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이 되면 명절 당일 전날 밤에는 항상 친구들을 만나러 나갔던 그 기억이 말이지요. 명절이면 모두가 한 동네에 모이니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며 놀다가 늘 새벽 서너시가 되어 들어왔었답니다. 그 땐 너무 어려 그게 뭐가 좋다는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지금 제가 그 때의 우리 삼촌과 같은 모습이네요. 어릴 적 함께 했던 친구가 생각이 나고, 우리가 함께 했던 그 때의 일들을 나누며 함께 웃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오늘 또 새삼 느끼게 됩니다. '명절전야' 오랜만에 만나는 이들과의 반가운 미소와 따뜻한 웃음소리가 있어 더 행복한 밤입니다. 이 밤, 모두가 평안하시고 행복한 추석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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