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 한 봉지에 담긴 아내에 대한 남편의 관심!

첫째, 둘째, 셋째. 그렇게 세 번의 임신을 겪으면서도 서가맘은 특별히 먹고 싶은 것이 없었답니다. 첫째와 둘째 때는 살짝 울렁거리거나 잘 체하는 것 외에 특별히 입덧도 없었고 가리는 음식도 거의 없었지요. 그러던 제가 희한하게 셋째를 가져서는 두 달동안 음식을 거의 못 먹은데다 총 석달동안을 토했었고, 밀가루는 현재까지 포함해서 임신 전 기간동안 거의 못 먹는 중이랍니다. 여튼, 입덧을 안 했을 때도 심하게 했을 때도 저는 특별히 당기는 음식이라거나 먹고 싶은 음식이 없었답니다. 맛에 무딘 것은 아닌지 가끔 저도 제가 이상하게 생각되기도 했었지요. 드라마를 봐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들어봐도 그렇고 임신하면, 특히 임신 초기에 뭔가 너무 먹고 싶다가도 남편이 어렵게 구해오면 이미 골든타임을 지나서 그 음식이 꼴도 보기 싫어진다거나 뭐 그렇던데 말이지요. 그런 버라이어티한 일이 없었던지라 저희 남편은 그게 또 섭섭한 일이었는지 한 번씩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나도 와이프 임신했을 때 이런 거 이런 거 해줬다! 라고 생색 좀 내 보자." 라고. 뭔가를 사다주고 싶긴 한데 워낙 먹고 싶은 게 없다고 하니 그랬나 봅니다. 그러다가 지나는 말로 "아, 참외 너무 맛있겠다. 근데 너무 비싸더라고." 라고 몇 번 중얼거렸던 것 같은데 어젯밤 퇴근하고 야간 테니스를 치고 돌아온 남편이 집으로 들어서며 "눈 감아 봐!" 하더라고요. 장난치려나 싶어 빨래를 개다가 눈을 슬쩍 감았는데 제 앞으로 후다닥 거리면서 다가온 신랑이 참외 한 봉지를 내려놓았답니다. 사실 눈을 뜨기도 전에 이미 너무도 달콤향긋한 참외 향 때문에 "응? 이 냄새~!!!" 했더랍니다. 경산에서 영천으로 오는 길에는 참외 하우스가 참 많거든요. 그 길을 몇 번이고 지나는 동안에도 차 한 번 세운 적이 없었는데 남편이 어제 그 길을 지나며 서가맘 생각을 했나 봅니다. 이미 밤 열두시가 넘었지만 참외 하나를 얼른 깎아서 참 맛있게 먹었답니다. 참외 하나에 2천원을 넘는지라 마트에서 늘 눈 앞에 아른거려도 비싸다며 지나치기 일쑤였는데. 남편도 너무 비싼 건 굳이 사지 않는 사람인지라 분명 비싸다고 느꼈을테지만 아내가 했던 말 한 마디에 그 정도 가격은 별 거 아니었나 봅니다. 그래서 더 감사했답니다. 요즘 매일 야근하고, 바쁘다면서도 꼬박 꼬박 자기 운동 갈 건 챙겨가고 하길래 늘 불만이었거든요. 셋째를 가지고는 더욱 몸도 무겁고 아이들 챙기는 게 힘들고 해서 왜 남편은 내 상황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지, 나에 대한 배려가 참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답니다. 그러다가 남편이 들고 온 참외 한 봉지에 이렇게 속상했던 마음이 눈 녹듯이 녹아내리네요. 그냥 참외 한 봉지가 아니었거든요. 남편이 어젯밤 들고 온 참외 한 봉지에는 아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답니다. '아, 남편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구나. 남편이 나를 사랑하는구나.' 이렇게 작은 거 하나에 감동받는 걸 보니 저도 남편을 참 사랑하나 봅니다. 오늘이 참 감사합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