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과 뜸한 발걸음에도 감사한 텃밭
- 서가네텃밭
- 2018. 8. 15. 16:54
오늘은 찬란한 햇살이 비취고 멀리 보이는 산 너머로 뭉게구름이 너무나도 웅장하게 피어올랐던 광복절 아침이었습니다. 광복절과 참으로 어울리는 날씨라고 해야 할까요, 우리 나라가 광복절을 맞이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 선진들의 마음이 아마도 이렇게 찬란하고 아름다웠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다섯살 우리 아들과 함께 태극기를 게양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 녀석이 그럽니다. "엄마, 태극기가 뭐야? 엄마, 광복절은 뭐야?" 그래서 다섯살짜리가 알아들을 정도로 풀어서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이 아이가 과연 이해를 했는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 아래 아이와 함께 태극기를 게양하고 나니 너무도 기분이 좋았답니다.
↗바람도 적당히 불어주고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이 참으로 멋졌답니다. 언제 어디서든 태극기를 바라보면 가슴 가득 자랑스럽고 왠지 뭉클한 느낌이 든답니다. 뼛속 깊이 대한민국인, 당신도 그렇죠?
↗오늘은 한동안 너무도 뜸했던 서가네 텃밭 이야기를 짧게 나눠볼까 합니다. 사실 이야기라기 보다는 그간 제가 수확해서 아이들과 맛있게 먹으며 누렸던 행복한 일상과 야채들의 사진들이랍니다. 이건 7월 11일 아침에 텃밭에서 따온 오이고추와 찰토마토와 대추방울토마토, 그리고 가지랍니다. 가뭄이 시작되기 전이었던지라 아주 싱그러운 모습이 가득했지요. 아이들은 토마토를, 저는 아삭아삭하고 달콤한 저 오이고추를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르겠어요.
↗토마토를 정말 좋아하는 서가네 아이들은 아무런 약도 치지 않은 토마토를 물에다 헹궈 담아줬더니 그대로 들고 오물오물 먹어버렸답니다. 조금 귀찮고 수확량은 적어도, 벌레가 먹기는 해도 농약을 치지 않고 텃밭에서 작물을 기르고 수확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 아이들 때문이죠. 세상 여느 부모가 그렇듯 서가맘도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건강하고 좋은 걸 먹이고 싶은 마음이랍니다. 이런 엄마 아빠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잘 먹어주니 그저 감사하고 이쁘기만 하네요.
↗이건 광복절인 오늘 아침에 남편이 따온 단호박과 옥수수, 대추방울토마토랍니다. 아이들 낮잠 자는 동안 찌고 삶고 해서 간식을 준비했답니다.
↗마트에서 뉴질랜드 단호박을 사 먹고는 씨앗을 말려뒀다가 세살 우리 딸이 식목일에 우유팩에다 심었는데 싹이 났었답니다. (땡볕에 김매고, 첫 수확까지! http://liebejina.tistory.com/108) 아이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그 싹을 텃밭에 가서 심으면서도 '과연 단호박이 열릴까?' 반신반의했었는데 정말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더니 이렇게 노란 단호박이 되었습니다. 식감은 꼭 밤같이 타박타박하고 맛은 달콤하고 담백한 게 신기했답니다. 덜 익었을 때는 애호박으로 따서 호박볶음을 해 먹었는데 다 익고 나서는 이렇게 쪄서 먹습니다. 서가네는 찐 단호박을 참 좋아해서 자주 사서 먹는데 이렇게 직접 키워 먹으니 괜히 더 맛이 좋은 것 같네요. 내년엔 아예 호박밭을 내 주어서 더 많이 심을 예정!
↗달콤하고 짭짤한 맛이 너무도 좋은 대추방울토마토, 뜨겁다 못해 아프기까지 한 햇살 아래 자라난지라 껍질도 질기고 과육이 정말 정말 단단하지만 그만큼 더 맛도 좋은 노지 토마토랍니다. 이렇게 먹다가 마트에서 사서 먹으니 맛도 맛이지만 너무 연해서 꼭 시든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건 수확해서 말려뒀던 옥수수 씨앗을 물에 불려서 집에서 싹을 틔워 심은 옥수수라 더 마음이 짠하답니다. 모종을 가져다 심을 때 집에서 씨앗을 불려 심었던 터라 한달 정도 늦게 심었는데 그게 잘못된 것 같아요, 제가 매일 나가서 아침 저녁으로 물을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 이 가뭄에 열매를 맺게 했으니 말이죠. 올 여름도 영천은 40도를 넘긴 가마솥더위였는데 비도 없이 이 뜨거운 한여름에 이렇게라도 열매맺고 자라줘서 그저 감사한 옥수수입니다. 내년엔 꼭 싹 틔워서 이른 봄에 옥수수를 심어야겠어요, 옥수수를 참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이랑 함께 옥수수도 꺾을 수 있도록 말이죠. 보기엔 이래도 맛은 너무도 좋답니다!
↗6월 28일에 첫 수확을 거뒀던 애호박이었답니다. 새우젓 넣고 양파 조금과 다진 고추, 다진 마늘 넣고 애호박젓국을 끓여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시원하게 해서 먹었더니 어찌나 맛이 좋던지! 젓국을 싫어하는 우리 신랑에겐 다진 마늘 넣고 빨간 청양고추 하나 송송 썰어 들기름에 소금간해서 볶아줬더니 그게 또 밥도둑이었네요.
↗이렇게 예쁘게 자라난 옥수수였는데, 가뭄에 고생시켜 미안했네요. 내년엔 더 시원할 때 만나!
↗서가맘이 너무도 사랑하는 백오이, 우리 아이들이 "달콤해!"하면서 오이를 먹길래 먹어보니 정말 오이가 달콤했답니다. 아는 언니들, 동생들에게 얘기했더니 오이가 어떻게 단 맛이 나냐며 아이들이 야채를 정말 좋아하나보다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아니고 오이가 정말 달콤했답니다. 내년엔 더 많이 심어서 꼭 맛을 보여줘야겠어요.
↗단호박꽃이 숨바꼭질하듯 수줍게 피었습니다.
↗오이고추도 길쭉하고 싱그럽게 열렸답니다. 가뭄에도 고추는 병도 없이 어찌나 많이 열리든지요, 초록 고추도 참 많이 따서 먹고, 한동안 덥다, 바쁘다는 핑계로 발걸음을 하지 못한 사이에 고추들이 어찌나 곱게 익어있던지 빨간 고추도 한가득 따서 말리는 중이랍니다. 참 감사하죠!
↗예쁘게 꽃 맺고 열매가 달리고 하나둘 익어가는 모습이 너무 앙증맞은 대추방울토마토입니다.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짙은 토마토 향기가 코끝에 가득 피어올랐답니다. 열매에도 잎에도 줄기에도 토마토 향기가 너무 너무 짙게 배여있어서 저는 토마토를 정말 좋아한답니다. 그리고 겉과 속이 똑같이 붉은색이라서 참 좋아하지요. 딸기도, 블루베리도, 포도도, 바나나도, 수박도, 복숭아도, 배도, 참외도 .. 많은 과일과 과채들이 겉과 속이 다른데 말이죠.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을 토마토같은 사람이라고 하기도 한답니다.
↗고추 뒤로 고구마들이 무성한 잎을 자랑하며 자라나고 있었어요, 가을이 되면 아이들과 호미들고 수확하러 갈 거랍니다. 땅 속에서 고구마가 많이 나와서 우리 아이들이 참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가지도 이렇게 꽃자루 끝에서 자라났었는데.. 이 아기아기한 가지를 2주동안 키워서 커다란 가지를 따서 가지전을 구워 먹었답니다. 너무 맛있는 가지전이었어요, 흐흣!
↗실파같은 파를 심었는데 이렇게 힘있게 자라났어요, 지금은 더 많이 많이 자라나서 멋진 대파가 되었답니다. 곧 대파를 베러 가야겠어요, 파가 없으면 요리할 때 너무 불편해서 말이죠.
↗살이 부드럽고 단맛이 나는 애호박!
↗물이 풍성하지 않아 백오이가 크게 자라지는 못했지만 맛은 너무 너무 좋답니다. 껍질도 같이 먹는 걸 저는 너무 좋아하는데 우리 둘째가 먹기에는 너무 질긴지라 껍질을 조금 깎아줘야 한답니다. 그래도 아이가 달콤하고 시원하다며 잘 먹으니 백오이가 너무 좋답니다. 내년엔 조금 더 심어서 피클도 담가 먹어야겠어요.
사진을 찍을 땐 분명 그 때 그 때 포스팅해야지 했는데, 아이들 데리고 살림살랴, 공부하랴 하다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더 많이 따 먹고, 아이들과 더 많이 기쁨을 누렸는데 순간 순간 사진으로 남겨두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내년에는 조금 더 텃밭농사에 성공하리라 다짐하며 오늘의 기쁨을 나눕니다. 광복절 이 하루를 마지막까지 감사하며 행복하세요!
+ 텃밭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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