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녘, 보물같은 고구마를 캐다!
- 서가네텃밭
- 2018. 11. 13. 17:51
가을이 짙어져 가던 지난 10월 17일 오후였답니다.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벌써 한달 가까이 지나버렸군요. 여름의 끝자락에서 서가맘은 셋째 아이를 가진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5주 1일부터 시작된 입덧은 어찌나 심했는지, 게다가 초기 유산기가 얼마나 심했는지 한달을 꼬박 누워만 있었답니다. 그러다가 9주차에 접어들면서 의사에게서 보통 9주차에 접어들면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지요, 얼마나 마음이 평안했는지 모른답니다. 여전히 입덧은 너무도 심해서 잘 먹지도 못하고, 겨우 먹은 걸 다 토하고 했지만 일단 이젠 아이가 안전하다니 한달 남짓 누워만 있던 생활을 청산하고는 겁도 없이 텃밭으로 향했답니다. 보통 12주차는 되어야 정말 안정기라고들 하는데 정말 너무 무모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가을향기가 짙었던 그 날의 모습들을 함께 나누고 싶답니다.
↗말라버린 풀숲에 곱게 피어있던 꽃이예요, 국화향이 나지 않는 걸로 봐서 국화는 아닌 것 같고 쑥부쟁이가 아닐까 싶었답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라긴 했어도 이런 꽃들 이름은 참 낯설기 그지 없네요.
↗보기만 해도 가을가을했던 그런 꽃이었어요, 수를 놓은 듯 이렇게 아름다운 야생화가 텃밭 가까이에 많이 있다는 게 참 감사한 날이었답니다. 너무 짙지도 않고 그윽한 향기가 풍기는 꽃이었네요.
↗갓 피어난 억새도 텃밭 주위를 둘러보면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답니다. 텃밭 바로 옆에 있는 탑못가에는 억새가 정말이지 군락을 이룬 듯 참 아름답게 피어있었답니다. 갓 피어났던 그 때도, 풍성하게 다 피어난 지금도 억새는 참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가을을 더 가을답게 느끼게 한다고 해야 할까요?
↗이 꽃은 대체 무슨 꽃인지, 이름은 모르지만 풀 자체에서 독특한 향이 났답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드디어 고구마 캐기가 시작되었답니다. 한 삽 떠올려 흙을 파보니 붉은 자줏빛 고구마들이 얼마나 소담스럽게 자리하고 있던지 그저 감탄과 웃음이 났답니다. 변함없이 고마운 나의 텃밭입니다.
↗쓰윽 당겨올려보니 커다란 고구마가 주렁주렁 달려올라옵니다, 이러니 웃지 않을 수가 없지요. 색도 얼마나 고왔는지 몰라요.
↗고구마를 캐다가 마주친 이 녀석은 도롱뇽입니다, 물기가 많은 곳에서 사는 녀석이라고 하던데 텃밭에서 마주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네요. 그래서 알아보니 알은 물에다 낳고 사는 건 뭍에서 산다네요. 도롱뇽은 환경오염 정도를 측정하는 척도로 사용되는 지표종에 해당된다고 하는데, 깨끗한 곳에서 산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 먹일 고구마며 토마토 등을 심을 마음으로 약 한 번 안 치고 벌레먹는 건 벌레먹는대로 놔두고 했더니 이런 생물들이 살고 있나 봐요. 앞으로도 약 안칠테니 여기서 오래 오래 살기를!
↗이 녀석은 깻벌레예요, 정확한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어릴 적부터 깻벌레라고 불렀던 녀석인지라 그냥 깻벌레. 독이 있거나 하진 않지만 정말 깜짝 놀랐네요, 한 20년만에 본 것 같은데.. 머리에 뾰족한 뿔이 있는데다 옆에 점이 있어서 금새 알아볼 수 있었답니다. 어릴 때 듣기로는 잉어낚시 할 때 이 녀석을 쓰면 잘 잡힌다고 하던데 지금도 이 녀석을 낚시할 때 쓰는지 모르겠네요. 성인 검지 손가락 정도로 크고 통통한지라 전 이 녀석과 친해지는 건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다시 고구마예요, 제가 유산기로 계속 누워있는 동안 고구마캐기를 계속 미뤘더니 고구마들도 마음이 급했는지 그새 이렇게 싹을 틔웠답니다. 한낱 미물도 이렇게 자연의 이치를 알고 때를 맞춰 싹을 틔운다는 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창조주 하나님의 그 섭리가 그저 경이로울 뿐이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친정엄마랑 같이 고구마를 캐면서 정말 크고 탐스러워서 계속 "우와, 보물이다!" 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는데 이건 정말이지 사진으로 남겨두지 않으면 섭섭할 것 같아서 찍어봤어요. 자줏빛 고구마가 어찌나 큰지 신기할 따름이었어요. 퇴비도 안 넣고, 약도 한 번 치지 않고, 바쁘다는 핑계로 그 뜨거웠던 여름 내내 한 번 돌보지도 못했는데 고구마가 사름하고는 이렇게 잘 자라주어 참 고마웠답니다. 고구마가 좋아하는 모래땅도 아닌데 찰땅에서 이렇게 잘 자라주니 그것도 고맙고 말이지요.
↗그렇게 고구마를 캐고 흙을 털어내고 담아보니 20kg 쌀자루로 4포대가 나왔답니다. 초기 임산부가 겁도 없이 말이지요, 그걸 다 담아 차에 싣고 돌아왔답니다. 물론 친정엄마도 함께 계시긴 했지만, 정말 무리하긴 했던 것 같아요. 텃밭에 다녀와서는 허리가 아파서 혼자 끙끙대고 그랬네요. 고구마를 싣고 돌아오는 길에 서가네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들과 나눠먹으라고 고구마 한 포대를 내려주고는 세 포대를 가지고 와서 또 작은 종이백에 여러개로 나눠 담았답니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언니들, 동생들에게 나눠주려고 말이지요. 이렇게 담아서 한 집, 한 집 나눠주고 나니 고구마로 인해 가을이 더 풍성해지는 것 같았답니다. "맛있는 건 원래 나눠먹어야 더 맛있어!" 친정엄마가 자주 하시는 말씀인데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모두 맛있게 잘 먹을 수 있길, 내년엔 더 많이 심어서 더 많이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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