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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우리 큰 아이가 아가아가한 시절의 어느 봄날에 저희 부부는 고구마를 심었던 적이 있었답니다. 그 땐 다른 텃밭에 심었었는데 그 밭에는 모기가 어찌나 많은지 아기를 안고 가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답니다. 그래서 아이와 남편은 차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저 혼자 고구마 모종 한 단을 심었던 일이 있었는데 결과는 참혹했답니다. 하필 반팔을 입고 갔던지라 팔뚝에 울룩불룩 빨갛게 올라온 모기에게 물린 자국하며, 너무도 쨍쨍하고 뜨거운 햇살 때문에 모종들은 비닐에 닿아 잎이 타 버리고 연일 계속된 가뭄에 남편이 출퇴근길에 들러 물을 주곤 했는데도 결국 다 말라 죽어버렸었지요. 모기에게 물려가며 얼마나 열심히 심고 흙을 덮고 했었는데.. 그 때 그 기억은 정말이지 너무도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답니다.

↗그 때의 기억이 제게 아주 나쁜 기억으로 남아있다는 걸 남편이 아는지 모르는지 희한한 물건을 가져왔습니다. Y자 모양의 단순한 막대기같아보였는데 남편은 이 물건을 1,500원짜리 '고구마심게'라고 소개를 했답니다. 정확한 이름을 알지 못하는 것이지요. 여튼, 이 막대기로 뭘 어쩐다는 건지..?

 

 

↗이걸로 고구마를 어떻게 심느냐고 물었더니 남편이 시범을 보여주며 따라해보라고 합니다. 심을 고구마 줄기 부분을 저 고구마 심는 막대기의 Y자 부분에 넣어주더라고요.

그리고는 흙 속으로 쑤욱 찔러넣더니 흙을 살짝 눌러줍니다. 이게 끝이라네요. 이렇게 쉽고 간편할 줄이야! 왜 그렇게 남편이 고구마 심는 막대리를 사자고 졸랐는지 알 것 같았답니다.

↗그렇게 신랑이랑 한 줄씩 쓱- 쓱- 심다보니 고구마 모종 한 단을 금새 심어버렸답니다. 세 이랑을 고구마를 심기로 했는데 한 단으로는 부족해서 다음 날 반 단을 더 사와서 심었답니다. 그런데 고구마 심는 막대기는 남편 차에 실려 남편 회사에 가 있는 거 있죠~ 비는 오고, 모종은 더 사왔는데 막대기는 없고, 속상하기 짝이 없었네요. 예전에 하던 것처럼 비닐에 구멍을 내고 흙을 파서 모종을 심고 흙을 덮고.. 바로 전날 막대기로 심어놓은 상태에서 다음 날 손으로 심어보니 '아, 막대기가 정말 편하구나.' 싶었답니다. 불편한 것에서 편한 것으로는 가는 건 너무도 적응을 잘 하면서 거꾸로 가는 건 적응하기 참 힘든 것 같습니다.

↗어찌 됐건 간에 고구마 세 이랑을 다 심었습니다. 5월 2일엔 부슬부슬 계속 비가 내렸는데 고생해서 심어둔 모종들 더 잘 살라고 복을 받는 것 같습니다. 한 뿌리도 죽지 않고 다 땅에 뿌리 잘 박고 튼튼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욕심이 납니다. 어린 아이들 키우는 부모 마음이나 농작물 심는 농부 마음이나 잘 되길 바라는 건 매 한가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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