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가을이라 더 설렌다.
- 잘 먹었습니다!/서가네밥상
- 2017. 9. 26. 15:54
길가엔 나무들이 새빛으로 단장하고, 하늘은 더욱 높고 푸른 가을이 되었습니다. 먹을거리도, 인심도 풍성한 한가위는 코앞으로 다가왔지요. 지난 주는 우리 아이가 화본역으로 기차여행을 다녀왔는데, 오늘은 애교쟁이 우리 조카가 소풍날이랍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수술을 하셔서 고모인 저희 집에서 요양 중이란 소식을 듣고는 소풍은 잠시 미뤄두고 엄마 아빠 품에 안겨서 병문안을 왔네요. 듣고 나니 귀염둥이 우리 조카가 못간 그 소풍 소식에 고모인 제가 더 아쉽기도 하고 그랬답니다. 그래서 아침메뉴는 김밥으로 결정, 지난 번에 언니들과 모여서 열심히 김밥 싸는 걸 배우기도 했으니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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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김밥입니다, 한입 가득 채워지는 커다란 김밥에 한 줄만 먹어도 배가 너무 불렀답니다. 알록달록 색도 참 예쁘지요? 그렇지만 다음번에 싸면 이것보다 더 예쁘게 쌀 수 있을 것 같아요. 흐흣, 왠 자신감^^;
↗어제 저녁에는 동생 부부가 예쁜 우리 조카와 함께 온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정육점에 가서 돼지고기 앞다리 사태살을 두 근 끊어왔답니다. 말려둔 파뿌리 한줌과 직접 담근 집된장을 한 스푼 넣고 삶아냈더니 간도 적당히 되어 있고 얼마나 맛이 있던지.. 지난번에 담아 둔 장아찌랑 김치까지 꺼내서 쌈야채랑 같이 먹으니 정말 꿀맛입니다. 아이들도 작게 자른 고기를 냠냠 잘도 먹고. 마침 신랑이 갑자기 잡힌 팀 회식에 갔다가 늦게 온다고 연락이 왔었는데, 신랑이 일찍 왔었으면 고기가 부족했을 것 같아요. [여보, 이 또한 감사해.] 여튼, 정말 맛있게 잘 먹는 서가네 가족들이지요.
↗아침 일찍 김밥을 싸려고 쌀도 미리 불려두고 했었는데, 새벽에 잠이 깨서 칭얼대는 우리 아가 토닥이러 들어갔다가 다시 잠들어버리는 바람에 아침 준비가 늦었답니다. 우리 신랑 손에 한 줄 쥐어보내고 싶었는데, 바나나 하나 먹고 가게 해서 괜시리 미안한 아침이었답니다. 우리 아들은 달걀찜과 김으로 아침 먹여 어린이집에 보내고, 늦었지만 아침 9시부터 저의 여유롭게 김밥싸기가 시작되었답니다. 김밥 다섯줄 싸는 기준으로 제가 사용한 양을 알려드릴게요.
*김밥김 - 7.5장 / 어묵 - 쓱마트 1+1 얇은어묵 두 봉지 모두(총 8장) / 단무지 - 치자통단무지 1/2개 / 크래미 1팩(5개입) / 당근 1개(大) / 가시오이 2개 / 달걀지단 한 판 / 네모치즈 1개 / 밥 넉넉히 / 참기름&통깨&마요네즈&소금 조금
↗1.어묵은 물에 담가서 첨가물을 빼 준 다음 물기를 제거하고 채썬 뒤 아주 살짝 볶았답니다. 물에 담갔다 건졌지만 그래도 간간한지라 그냥 집어 먹어도 맛이 좋아요, 그래서 간은 따로 하지 않았어요.
↗2.치자단무지는 가늘게 채를 썰어둔 뒤 물에 담가서 첨가물과 짠 맛을 조금 빼 주었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면보에 싸서 물기를 꼬옥 짜 주세요.
3.오이는 씨가 있는 가운데 부분은 물이 많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돌려깎기를 해서 채를 썰었답니다. 채를 다 썰어서 소금에다 절여두고는 오이가 절여지는 동안에 다른 재료들을 손질했어요. 오이가 다 절여지고 나면 면보에 싸서 물기를 꼭 제거해 주세요. (Tip. 절이고 담가두고 해야 하는 것들은 먼저 해 두시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 순서를 정할 때 참고해 보세요~)
4.달걀물에 마요네즈와 소금을 조금 넣어서 잘 섞이도록 저어준 뒤 달걀지단을 부쳐주었어요. 약불에서 조금 두껍게 달걀을 익혀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정말 너무 얇아서 아쉬운 마음이 컸답니다.
5.크래미는 하나를 길게 반으로 잘라서 10개를 만들어 두었고,
6.치즈는 그냥 두어개만 할 요량으로 준비했답니다.
7.당근은 가늘게 채를 쳐서 소금간을 아주 약간 해서 팬에 살짝 숨이 죽을 만큼만 볶아서 준비했답니다.
8.밥은 소금 약간과 참기름 조금을 넣고 주걱으로 살살 섞어서 준비해 주세요. 싱겁게 드실 분은 참기름만 둘러주세요.
↗9.김밥김도 따로 준비해 두었지요. 온장 5장, 반장 5장, 모두 합쳐서 김밥김이 7.5장 필요했답니다.
↗김밥을 쌀 때는 거친 면이 위로 오도록 놓고 그 위에 밥을 얹어 고루 펴 주어야 한답니다. 밥알을 고르게 펴서 얹고 나서는 준비된 김밥김 반장을 위와 같이 올려주세요. 반장짜리는 거친 면이 위로 오나 아래로 오나 상관없지만 저는 그냥 일관성있게 거친면이 위로 오게 놓아주었습니다. 그냥, 오늘은 그렇게 하고 싶었거든요. 하하^^; 아침 일찍 밥을 해 두었더니 밥이 식어버렸습니다, 온기는 있지만 뜨겁지 않아서 김밥을 싸기는 편했지만 자꾸만 터지려고 해서 속상했답니다. 게다가 가스불에 압력밥솥을 올려 밥을 하고 있는데 요즘 제가 밥을 조금씩 자꾸 태웁니다. 맛은 좋은데 그래도 보기엔 별로인지라 그냥 전기압력밥솥으로 할 걸 그랬나 싶었답니다. 밥마저 아침부터 아이들 챙기랴, 밥 챙기랴 정신없는 제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납니다.
↗김과 밥이 준비된지라 이번엔 사정없이 김밥속을 올려주었답니다. 아래쪽에 달걀과 맛살, 치즈를 곱게 깔아주고는 그 위로 오이, 단무지, 당근, 어묵을 정말 듬뿍 올려주었어요. 이게 과연 말릴까 싶을만큼 많이 말이지요. 하하^^ 처음 이 방법으로 김밥을 싸는 법을 알려준 언니가 싼 김밥은 옆에서 보면서도 [아니, 저게 싸지기는 해?] 싶었답니다, 그에 비하면 이건 많은 것도 아니지요. 흐흣! 여튼, 이렇게 올려 준 뒤에 저 재료들을 두 손으로 꾹꾹 눌러가며 살살 말아주었어요. 아, 이 김밥은 김발 없이 김밥을 싸는 법을 터득하게 해 준 첫 김밥이기도 했어요. 재료들을 안마하듯 꾹꾹 눌러가며 빈 공간이 생기지 않게 잘 말아주어야 해요, 꾹꾹 누르지 않고 대충 말면 썰면서, 먹으면서 김밥 속이 다 빠져버린답니다. 저는 꾹꾹 누른다고 눌렀는데도 [다음엔 더 세게 꾹꾹 안마해주겠어!]하며 다짐하게 되던걸요.
↗김밥 한 줄이 완성되었습니다. 아, 왠지 뿌듯하네요.
↗준비한 재료들을 아낌없이 다 넣어서 김밥 다섯줄을 완성했답니다. 재료만 조금 더 있었다면 한 줄 더 싸서 피라미드를 만들 수 있었을텐데, 뭔가 미완성인 느낌이 들었답니다.
↗이제 김밥을 잘라 줄 시간, 김밥에도 참기름을 살살 발라서 고소한 향과 윤기를 더해주고, 칼에도 참기름을 발라 김밥을 자르면서 밥알들이 들러붙는 일이 없도록 해 주어야 한답니다.
↗잘린 김밥의 단면이예요, 참기름 발라서 그 위에 통깨도 솔솔 뿌려주고. 김밥이 정말 커서 너무 배가 부른 아침이었네요. 지난 번 배워와서 처음으로 만들어 본 김밥인데 바쁜 시간이었지만 나름 잘 싸서 먹었지만,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었답니다. 먼저 밥이 미지근하게 식어서 밥알이 김에 완전히 달라붙지 않아서 먹으면서 자꾸만 터지려고 했다는 게 아쉬웠지요. 일하기엔 편해도 역시 뜨거운 밥이 진리인 것 같아요, 다음번엔 최대한 재료 준비되는 시간에 맞춰서 밥을 해야겠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오이와 당근의 양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충분히 넣는다고 넣었지만 오이와 당근이 저 김밥 속에 보이는 양의 두 배는 되어야 더 아삭아삭하고 맛이 좋은데.. 아침에 바쁘다고 당근과 오이의 양을 절반으로 줄였더니 역시나 이렇게 후회할 일이 생기네요. 아삭한 식감과 고운 색을 위해 다음번엔 꼭 더 많이 준비해야겠어요.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재료들의 배치예요. 각각의 재료들이 따로 제자리에 모여 있어야 예쁜데 당근들이 너무 흩어져버렸네요. 이 또한 다음번엔 더 잘 해 보리라 다짐하게 되는 부분이네요. 여튼, 제 시간에 못 먹고 브런치로 먹은 김밥이긴 했지만 맛있고 든든하게 정말 잘 먹었답니다. 이번 주말부터 길고 긴 열흘간의 황금연휴가 시작되는데, 집에만 계시지 말고 가까이 바람 쐬러 한 번 나가보세요.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한 맛있는 김밥 싸서 집을 나서면 살랑이는 가을 바람에 멋진 나무들이 추는 춤도 보고, 아름다운 이 가을을 만끽할 수 있을 거예요.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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