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먹고 힘내자, 정월대보름밥!

오늘은 2019년 새해 처음 맞는 대보름날이랍니다, 정월대보름! 둥근 달이 뜨는 정월대보름에는 풍년과 건강을 기원하며 예로부터 부럼도 깨물고 오곡밥도 지어먹지요. 지금은 거의 달집태우기 행사만 남아 있지만 예전에는 대보름밤이 되면 달집을 태우는 것을 신호로 논둑이나 밭둑에 불을 놓으며 잡초를 태우고 해충도 퇴치하고자 불을 놓곤 했답니다. 서가맘도 아주 아주 어릴 적에 논두렁 태우던 곳에 따라가서 깡통에 구멍을 숭숭 뚫어 불붙은 볏집같은 것을 넣어 빙글 빙글 돌리며 쥐불놀이를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답니다. 그 땐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불놀이인 줄로만 알았는데 많은 의미가 있더라고요.  

↗아이들 장난감 정리하며 정신도 없고 해서 정월대보름이라도 딱히 뭘 해먹을 생각은 없었는데 친정엄마가 잠시 잠깐 분주히 움직이시더니 밥 먹으라고 부르시더군요. 가보니 제가 아이들이 어질러 둔 장난감 정리하던 그 짧은 시간동안 이걸 다 하셨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뭘 많이 해 두셨더라고요. 역시 친정엄마 클래스!  

↗씽크대 위를 보니 그저 예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답니다. 그 뒤로 든 생각이 이걸 언제 다 했나,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콩나물과 무를 반씩 넣어 물을 자박하게 붓고는 소금으로 간하고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리는 나물부터 시작해서 당근나물, 데친 미나리나물, 주키니호박나물, 말린 가지나물, 말린 도토라지(명아주)나물을 참 맛있게도 해 두셨더군요. 정월대보름 음식 해서 먹어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으면서도 막상 할 엄두는 안나고, 엄마한테 해달라고 조르려니 미안해서 말 못하는 딸래미 생각에 집에 있는 재료로라도 맛있게 먹으라고 하신 거겠지요. 제가 나물을 참 좋아하거든요.

↗찰밥은 먹고 나면 소화 안된다고 칭얼대는 서가맘인지라 친정엄마가 예쁜 콩들만 넣어서 밥을 지어놓으셨답니다. 간간하게 간을 해서 찰밥을 해 두면 맛은 참 좋은데 먹고 나면 어찌나 속이 쓰리고 힘이 드는지 모르겠어요. 옛 어른들은 근기있고 좋다고 하셨지만 사실 그게 소화가 더디다는 표현인 것 같더라고요. 친정엄마 어릴 적엔 맨날 풀뿌리 나무뿌리 캐서 쌀 한 줌 넣어 멀건 죽을 온 가족이 나눠먹는 집이 많았다던데 그 땐 사실 소화가 빨리 되는 게 좋은 게 아니었을테니까요. 먹으며 친정엄마 어릴 적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정월대보름이 그렇게 반갑고 좋은 날은 아닌 것 같았어요. 정월대보름이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라는데 겨우내 양식을 아끼고 아끼다가 대보름날에 한 번 잘 챙겨먹고 힘내서 또 한 해의 농사를 잘 지어보자는 의미가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친정엄마 어릴 적 그 시절을 살던 그들에게 정월대보름은 새로운 희망보다는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가 더 컸을 것만 같아 마음이 짠해져 왔답니다. 여튼, 그 시절 그 분들께 그저 감사한 오늘입니다.  

↗된장찌개도 보글보글 참 맛있게도 끓여두신 거 있지요, 똑같은 재료로 끓이는데 왜 친정엄마가 끓이는 된장찌개가 내 된장찌개와는 다른 맛을 내는지 정말이지 알 수가 없답니다. 언제쯤 엄마 솜씨를 흉내나 낼 수 있을까요.

↗나물밥에 된장찌개까지 해서 먹고 나니 마지막은 숭늉입니다. 친정엄마는 항상 누룽지를 만들어 쌀뜨물을 부어 숭늉을 만들어주신답니다. 어릴 적부터 먹어서인지 밥 먹고 나서 먹는 숭늉은 그냥 제겐 밥상의 진리같은 느낌이랄까요? 아직 어린 우리 아들도 밥 먹고 나면 꼭 숭늉을 찾는답니다. 소화도 잘 되는 것 같고, 특히 기름진 것을 먹은 날은 입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답니다. 여튼, 친정엄마 덕분에 나물 쓱쓱 비벼서 너무나도 맛있는 정월대보름밥을 먹었답니다. 여러분도 집에 있는 나물 몇가지 해서 나물밥 한 끼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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