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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올 한해는 두 아이를 모두 어린이집에 보내고 저의 시간을 조금 더 여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았었답니다. 봄에는 소소하게나마 텃밭농사를 지을 수가 있었고, 여름에는 사회복지실습과 보육실습을 빠듯하게나마 끝낼 수가 있었지요. 그리고 이런 저런 볼일을 보러 다닐 때 혼자서 여유있게 다니기도 했고, 친정엄마가 부르시면 언제든 달려가기가 수월했던 한해였지요. 물론 보육실습을 끝낼 때쯤 찾아온 셋째 아이 덕분에 한 달 남짓의 시간을 집에만 누워있기도 했고, 14주차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입덧으로부터의 부자유를 겪고는 있지만 그래도 기다리던 셋째를 품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크답니다. 그리고 심한 유산기와 엄청난 입덧으로 우리집 두 아이들을 제대로 챙겨먹이고, 입히기 힘든 시간동안 친정엄마가 매일 매일 찾아오셔서 아이들을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재우고 참 많이 수고해 주셔서, 그리고 먹지도 못하는데다 조금 먹기라도 하면 다 토하는 입덧을 하는 저를 위해 이 것 저 것 바꿔가며 음식을 해 먹이시느라 참 고생해주셔서 참 감사하고 죄송하고 그랬답니다. 친정엄마는 정말 감동입니다. 올 한해를 제가 어떻게 보냈나 생각하다보니 정말 친정엄마는 단 한순간도 빠지지 않네요. 오늘은 지난 번 고구마를 캔 이야기에 이어 텃밭에서 들깨를 쪘던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이번에도 친정엄마는 저와 함께 하셨답니다. 임신 12주차였던지라 친정엄마 마음이 놓이질 않으신지라 또 이렇게 막무가내인 딸을 따라나서신 것이지요.

↗여름볕이 뜨거워지면서 토마토들이 익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지금까지 쭈욱 밭에 가면 늘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방울 토마토였답니다, 이제는 날이 차가워져서 토마토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도 빨갛게 익는데 엄청 오래 걸리지만 여름에는 매일 매일 빨갛게 익는 토마토가 한줌씩 나왔었거든요. 참으로 감사했지요. 아이들도, 저도 너무나 좋아해서 내년엔 꼭 더 많이 심겠다 다짐했던 방울토마토.

↗아침저녁으로 꽤나 추운지라 토마토가 잘 익지 않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빨갛게 익은 토마토가 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하나씩 따서 간식으로 먹었답니다. 농약을 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럴 때 가장 좋지요. 

↗이건 들깨를 쪄 놓고 말리는 중에 찍어둔 사진이예요, 와 보니 덜 말라있어서 일주일을 더 기다렸다가 다시 왔답니다.

↗일주일만에 다시 찾은 텃밭에는 쪄 둔 들깨들이 참 잘 말라있었답니다. 옆에다 캠핑매트를 가져다 펼쳐두고 일을 시작할 준비를 했답니다. 친정엄마는 보시더니 "겨우 한 되 나오겠다." 하시네요. 예전 시골 사시며 농사지으실 때는 정말 몇 말도 우스울 정도로 하셨으니 이건 그냥 소꿉놀이같으실 거예요. 그래도 임신한 딸이 농사지은 게 아까워 어쩔 줄 몰라하며 들깨를 털러 간다 하니 따라나서신 거겠죠. 사실 저는 들깨를 직접 털어본 기억이 없어요, 어릴 때 옆에서 놀며 늘 보았는데도 말이지요. 그래서 친정엄마가 함께 와 주시고 일을 가르쳐 주셔서 얼마나 다행이다 싶었는지 모른답니다. 이럴 때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느낌이라고 하나봅니다.   

↗깨를 털 기구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대충 왔더니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이렇게 저렇게 해 보다가 빨간 고무통 뚜껑에다 대고 탁탁 쳤더니 들깨들이 잘 털리는 겁니다. 친정엄마가 보시더니 그거 괜찮다 하시며 뚜껑에다 툭툭 쳐서 들깨를 터십니다. 저는 옆에서 바닥에 깔아둔 매트를 들어서 밖으로 튀어나가는 들깨들을 지켰답니다. 

↗일단 들깨를 다 털고 나니 이렇게 잎들이 수북히 쌓였습니다. 이게 들깨인지 낙엽더미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말이지요.

↗먼저 손으로 대충 큰 잎들을 걷어냈답니다.

↗대충 큰 잎들을 걷어내고 나서는 체에다 걸러주었답니다. 이걸 반복하고 반복하는 것이지요. 오전 내내 미세먼지가 심하다가 오후쯤 미세먼지가 보통으로 내려왔던 날이었는데 들깨를 털고 체에 치고 하다보니 자체 미세먼지를 발생시켜 마시는 느낌이었습니다. 아, 농사는 참 손도 많이 가고 여러모로 어렵구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들깨향은 정말 정말 짙어서 기분이 좋았답니다.

↗몇번이나 반복했으려나요, 드디어 들깨다운 모습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체에 치고 나서도 풀씨와 찌꺼기들이 참 많아서 키질을 해야 한답니다. 그러나 일단 저에겐 키가 없으니 집에 가서 좀 더 촘촘한 체에다 치며 키질을 해보기로 하고 싹싹 긁어담았답니다. 

 

 

↗들깨를 정리해두고는 텃밭 한쪽에 있던 파밭으로 왔습니다. 실습하는 석 달동안 텃밭은 나몰라라 해두고, 실습 마치자마자 집에 한 달 누워있느라 또 그대로 뒀더니 이게 파밭인지 잡초밭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당장 어떻게 할 방법은 없고 대충 파를 뒤덮고 있는 잡초만이라도 좀 어떻게 하자 싶어서 급한대로 대파 옆만 정리를 해주었습니다. 풀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누워있는 파도 있고 말라버린 파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굵게 잘 자라주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파밭 정리한다고 풀들을 뽑고 걷어내고 했더니 장갑에 도깨비바늘이 마구 붙어서 난리입니다. 하다가 장갑을 벗어서 떼내고, 또 일을 하다가 장갑을 벗어서 또 떼어내도 계속 붙어서 콕콕 찔러대는 통에 아주 힘들었답니다.

↗오늘은 들깨와 함께 대파와 호박을 따서 돌아왔습니다. 잡초들 속에서 치이고 여름 뜨거운 볕을 견디고 쌀쌀해진 날씨까지 견뎌낸 대파라 맛이 정말 달콤할 것만 같습니다. 대파향이 얼마나 향긋하고 좋았는지 모른답니다.

↗해가 서쪽으로 빠지기 전에 텃밭을 덮었던 비닐을 대충 걷었답니다. 봄에 텃밭 정리를 하면서 지난 해 농사지으신 분이 그냥 방치해 둔 비닐이 다 삭아버려서 아주 고생을 했던 터라 미리 정리를 해 둘 마음이었지요. 땅이 너무 단단하게 굳어서 힘들긴 했지만 손이 무섭다고 친정엄마와 둘이서 하니 그것도 금방이더라고요. 

↗비닐을 걷다가 오늘 만난 녀석은 도마뱀이었습니다. 뱀인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답니다. 어릴 땐 분명 도마뱀을 손으로 잡고 놀기도 하고 했는데 지금은 어찌 손도 못 대겠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튼,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해 준 녀석이라 반갑기는 했답니다. 봄에도 가을에도 저희집 텃밭에서는 지렁이와 메뚜기를 비롯해서 참 다양한 생물군을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녀석들이 계속 함께 이 곳에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농산물을 걱정없이 먹을 수 있도록 내년에도 서가네는 깨끗한 텃밭을 가꾸어야겠습니다. 내년엔 더 많이 풍성하고, 내년엔 더 많이 깔끔한 텃밭이길 소원해봅니다.

↗집으로 돌아와 체에 거르고 키질을 하며 몇 번을 거르고는 겨우 깨끗한 들깨를 만날 수 있었답니다. 2L 생수통에 한 병, 500ml 물병에 한 병이 나왔습니다. 봄에 텃밭 여기 저기에 야생으로 마구 올라와있던 들깨를 모종해서 심은 들깨였는데 여름 내내 향긋한 들깻잎도 잘 따서 먹었는데 가을엔 들깨도 이만큼 수확을 했습니다. 약 한 번 치지 않고 키운 들깨였는데 이 정도면 우리 가족 겨울에 먹을 들깨로는 손색 없겠지요? 수확의 기쁨을 오늘도 마음껏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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