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생활기, 저녁식사에 초대받았어요! 2018.02.04

신랑과 함께 자주 보던 TV 프로그램 중에 '정글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답니다. 두 아이들 양육하면서 강의도 듣고 살림하느라 요즘은 잘 챙겨보지 못하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지요. 언젠가 뉴질랜드 편을 보면서 병만족이 야생 장어를 잡아 나뭇가지에 끼워 구워먹은 걸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걸 보면서 '여보, 저건 정말 맛있겠다, 야생 장어는 어떤 맛일까?'하며 대화를 나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제가 그 때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뉴질랜드에 덜컥 와 있잖아요, 그리고 그 뉴질랜드에서 저녁 식사에 초대받아 예상치도 못했던 그 야생 장어를 소금쳐서 구워먹게 됐답니다.  

낯선 곳에 와서 낯선 이들로부터 대접받는 귀한 한 상이었답니다. 이 한 상에 담긴 마음이 너무도 소중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파란 하늘 위로 구름이 손가락으로 마구 휘저어놓은 듯 아름다웠답니다. 첫 주일 아침이 밝았어요!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잿빛 구름이 가득 덮인 하늘이었는데 오늘 아침은 정말 파란 하늘이네요. 어제 오후부터 걷힌 구름들이 이젠 다시 오지 않으려나 봐요. 초록빛 숲속 동네 위로 펼쳐진 새파란 하늘이 이 하루를 더 빛나게 해 줄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았답니다.



↗다른 이들보다 더 아침 일찍 일어난 우리 아이들과 함께 간단히 아침을 먹었어요, 포도와 오렌지, 토마토 위에 그릭 요거트를 가득 얹어서 상큼하게 말이지요. 집에 있었으면 밥을 먹었을텐데 여행을 와서는 그런 원칙들에 대해 조금 자유하기로 했답니다. 말 그대로 여행 중이니까 여러 가지 상황들을 인정하기로 한 것이죠. 여하튼 아이들도 저도 맛있게 잘 먹었답니다.  

↗동생네 부부가 섬기고 있는 로고스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답니다. 참 감사하게도 말씀을 선포하시기 전 성도들과 교제하는 시간에 목사님께서 우리 아이들을 앞으로 불러서 축복기도를 해 주셨답니다. 말씀을 듣는 시간에는 아이들과 함께 모자실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모자실에서는 소리가 전혀 들리질 않았어요, 예배 시작 전에 체크해서 들리도록 해뒀는데 담당자가 실수로 꺼 버렸나봐요. 상황이 그렇다보니 말씀은 전혀 듣지 못하고 아이들 뒤만 쫓아다닌 시간, 우리 교회 모자실이 갑자기 너무 그리워졌었답니다. 예배를 드린 뒤 성도들이 다같이 모여서 식사를 하며 교제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오늘은 빵을 먹는다고 하네요. 저희 교회에선 매 주일 점심마다 잔치국수를 먹었었는데 여기에선 빵과 밥을 섞어서 낸다고 하는 것 같았어요. 믹스커피와 롤케익, 몇 가지 종류의 머핀이 준비되었고, 첫째 아이는 빵을 배가 부를 만큼 먹었답니다. 어찌나 맛있게 잘 먹는지 나중에 올 때 챙겨주시기까지 했었답니다. 과일과 요거트로 아침을 간단히 먹었던 저는 밥생각이 절로 나는 시간이었지요.

↗교회에서 나온 후 저희는 코스코에 들러 라면과 쌀, 두부, 고기 등의 식재료를 구매했답니다. 2월 5일, 월요일 아침 일찍 퀸스타운으로 일주일간의 여행을 떠나기로 했었거든요. 우리 딸은 카트에 앉혀놨더니 싫다고 일어서서 고집을 피웠지요, 위험하다고 앉으랬더니 이렇게 쪼그려 앉아서 배시시 웃더라는. 22개월, 미운 3살입니다.

↗큰 아이는 지나가다가 장난감 자동차에 올라탔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지요.

↗마트에서 사 온 상추입니다. 뉴질랜드에 와서 보니 상추를 저렇게 포기째 비닐에 싸서 파는데 뿌리를 잘라내지 않고 그대로 넣어두더라고요. 생각해보니 뿌리를 자르지 않으면 유통과정에서 더 신선도가 높아지겠구나 싶긴 했는데 매우 색다르게 느껴졌답니다.

↗지난 번 샀던 옷을 교환하러 잠시 K마트에 들렀었는데 큰 아이는 결국 첫 날 안고 다녔던 장난감을 할머니께 얻어냈답니다. PAW, 비행기 타고 오는 동안 에어뉴질랜드에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로 시청한 애니메이션인데 저게 그렇게도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22, 어딜 가나 장난감은 너무 비싼 것 같네요.

↗집에 돌아오자마자 뜯어서는 가지고 나왔습니다. 어제 아이들과 함께 산책 나갔다가 잠시 들러서 레몬과 토마토를 따 왔던 그 집으로 가는 길이랍니다. 어제 강에다 통발을 던져 직접 잡은 장어를 보여주셨었는데 그걸 오늘 구워주시겠다며 저녁식사에 초대를 해 주셨거든요. 이렇게 뉴질랜드에서 야생 장어를 맛보게 될 줄이야! 

집 근처에 있는 '어퍼 리카턴 도맹'이라는 공원을 가로질러 초대받은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답니다. 키다리 이모부 손을 꼭 잡은 우리 딸도 신이 났었지요. 양 옆으로 서 있는 키가 큰 나무들은 꼭 공원을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공원을 지키는 문지기 같아 보였답니다.  

↗샛노란 민들레도 잔디밭에 예쁘게 피어 있었지요. 언제봐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민들레 꽃!

↗태풍에 가지가 꺾여 떨어진 도토리들도 정말 많았는데, 도토리 삼형제는 유독 더 예뻐보였답니다. 한여름의 싱그러움이 이 속에 다 담겨있는 듯 했답니다.

↗공원의 나무들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작은 잎사귀들이 모이고 모여서 저렇게 큰 나무가 되었네요. 바람에 나뭇잎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어찌나 시원하고 멋있었는지 모른답니다.

↗넓은 식탁 한가득 차려진 귀한 음식을 대접받았습니다. 직접 닭강정을 튀기고 찍어먹을 탕수 소스를 만들고, 마늘쫑 삭힌 것을 내고, 깻잎김치, 알타리김치를 내고, 밭에서 딴 오이고추와 깻잎, 상추를 내고, 삼겹살과 야생 장어를 구웠지요. 우리 아이들을 포함해서 11명이 모여 앉아 도란 도란 이야기도 나누며 맛있는 음식들을 나누었답니다.

↗살아있는 장어를 직접 손질하셔서 그릴팬에 올리고는 굵은 소금을 쳐서 구웠답니다. 평소 생선 손질하는 것을 아주 싫어하신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저희를 위해 직접 잡은 장어를 손질까지 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답니다.

두툼한 장어살이 복숭아빛에서 하얀색으로 바뀌었네요, 노릇노릇 참 맛있게도 구워졌답니다. 오동통한 장어살이 어쩜 그리 부드럽고 맛있는지, 팬에다 소금만 쳐서 구워도 이렇게 맛있는데 여기다 숯향까지 더하면.. 아, 어지러울 듯!

↗껍질은 쫄깃하고 하얀 속살은 부드럽고, 비린내도 전혀 나질 않고 참 맛있게 먹었답니다. 뉴질랜드에서 먹는 야생 장어의 맛이라니, 신랑 생각이 많이 났답니다. TV를 보면서 뉴질랜드 야생 장어의 맛에 대한 궁금증을 함께 이야기 했었는데 저만 이렇게 맛보게 되어 미안하기도 하고 참 많이 아쉬웠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그 사람이 생각난다고 하던데 제가 우리 신랑을 좀 많이 사랑하긴 하나 봐요. 못 본지 4일째, 우리 신랑 밥은 잘 먹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첫 주일 밤이었네요.   

당신의 손끝에서 피어난 공감, 제 하루를 더욱 풍성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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