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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RANGE ROVER] 로고가 딱 박힌 차 한 대를 보고는 나도 몰래 옛 추억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랜드로바, 그 강렬한 추억으로 인해 나는 이 차를 볼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이 일을 떠올리게 된다. 흐흣.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아마 10년도 더 된 이야기인 것 같다. 지금은 길에서 흔하디 흔한 게 외제차인지라 교통사고가 나면 돈이 꽤 든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외제차에 대한 특별한 생각이 없는데, 내가 기억하는 저 때에는 외제차를 찾아보기 참 어려웠던 것 같다. 2008년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근무하던 서울 대치동에서나 꽤 자주 보였던 외제차. 그 전 이야기인지라 나는 외제차에 대해 잘 몰랐다. 사실 지금도 그리 잘 알지는 못한다. 볼보, 아우디, 도요타, 렉서스, 벤츠,.. 이런 이름 몇 개와 로고를 알고 있을 뿐. 

이미지 출처 : 랜드로버 공식사이트 https://www.landroverkorea.co.kr/index.html 

 

 

어느 날이었다. TV에서 들려온 소리인지, 라디오에서 들려온 소리인지, 누군가의 대화 속에서 들려온 소리인지 내 귀에 들려온 한 마디. "아, 랜드로바는 4천만원입니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뭐지? 랜드로바가 4천만원이라고? 대체 어떤 것이길래?' 정말 한참을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서 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아니, 아까 내가 오는 길에 들었는데 랜드로바가 4천만원이라는 거야. 도대체 무슨 신발이 4천만원이나 하는 건지, 아까워서 신을 수나 있겠어?" 내 말을 들은 친구는 아무 설명도 없이 그냥 웃기만 했다. 터진 그 웃음은 끊어질 줄도 모르고 배꼽이 빠질 듯 이어졌다. 나는 영문도 모르고 따라 웃었다, 친구의 그 웃는 모습이 너무도 웃겨서. 한참을 웃고 나더니 친구가 말문을 열었다. "랜드로바가 신발이 아니고 차야, 차. 랜드로바라는 자동차 브랜드가 있어." 순간 홍당무같이 빨개진 내 얼굴, 정말이지 어질했다. 랜드로바가 4천만원이라는 말이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이미지 출처 : 금강제화 https://www.kumkang.com/Mall/Product/BrandProductList.asp?SBrandCode=500

20년 남짓 내 삶에 랜드로바는 워커밖에 없었는데, 아.. 그렇구나, 난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던 거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내가 딱 그 짝이었다. 흐흐흐. 랜드로바에 얽힌 이 이야기는 한참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나에겐 여전히 조금 전 일어났던 처럼 생생하다. 아마도 내가 살아가는 모든 날 동안 그럴지도 모르겠다. 레몬을 떠올리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것처럼 랜드로바를 보기만 하면 나는 입꼬리를 쓱 올리게 되겠지. 세상은 내가 아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어린 날의 나의 기억 하나, 살다보면 누구나 바보같아질 수도 있다는 걸 새삼 또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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