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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늦은 밤이었답니다, 밤이라기보다는 새벽이었죠. 아이들을 다 재워놓고 홀로 깨어 빨래를 널면서 [머스트잇]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해천탕이라는 것을 발견했답니다. 보다 보니 해신탕이라고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음식이었는데 이번엔 해천탕이라고 소개를 하더라고요. MC를 맡은 딘딘이 해천탕은 요즘 SNS에서 아주 핫한 메뉴라면서 국적이 각기 다른 외국인 친구들에게 보양식을 선보인 것이지요. 친구들의 나라에서는 보양식이라는 것이 따로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이렇게 여러가지 해산물과 닭고기를 다 넣고 요리하는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더군요. 딱히 보양식이라는 것은 없지만 몸이 쳐지고 아플 때 꼭 먹는 음식들은 다른 나라에도 있다고 했던 것 같아요. 여러 나라에서 온 출연자들은 여러 가지 해산물과 닭이 통째로 들어간 이 메뉴에 대해서 처음에는 맛이 별로일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었답니다. 그렇지만 먹어보고는 완전 Holic! 다 따로 놀 줄 알았던 각각의 재료들이 이렇게 잘 어우러지면서 깊은 맛을 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하며 다들 정말 잘 먹는 거 있죠. 정말 피곤하고 왠지 그냥 배고픈 새벽 시간인지라.. [아, 나도 보양식!]이러면서 잠자리에 들었답니다. 요즘 정말 몸이 피곤하고 여기 저기 아프긴 했었는데.. 제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게 더욱 제 뇌리에 확 꽂혔나봅니다. 다음 날 서가파파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바람도 쐴 겸 당장 주말에 포항 죽도시장엘 가자고 합니다. 어째 손발이 척척 맞는 서가부부지요..?

서가맘 손 끝에서 탄생한 해천탕이랍니다. TV에서 볼 땐 포장해 온 반조리제품을 끓여먹으면 되는 것 같았는데, 그래서인지 야채를 찾아볼 수가 없었답니다. 야채를 너무도 사랑하는 제 사전에 그건 또 용납이 안되지요. 그래서 저는 야채를 조금 추가해 보았답니다. 야채없이 먹는 건 앙코없는 찐빵같은 느낌이랄까요^^;

 

 

신선한 해산물을 구하러 죽도시장 나들이를 다녀왔답니다. 바람은 어찌나 많이 불고 춥기는 또 얼마나 추운지.. 시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이렇게나 매서운 추위 속에서 삶의 터전을 지키고 계셔서 내가 이렇게 필요할 때 언제든 와서 나의 필요를 채워갈 수 있음에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신선한 전복과 미더덕, 다양한 조개도 사고 너무 좋았는데 정작 문어는 구하지 못했답니다. 몇 군데 여쭈었더니 저희가 찾는 작은 문어는 이렇게 저녁 시간엔 다 팔리고 구할 수가 없다는군요. 그렇다고 필요 이상으로 큰 문어를 굳이 비싼 가격에 사 갈 필요도 없고. 문어는 낙지나 쭈꾸미로 대체하기로 했답니다. 다음번엔 좀 더 이른 시간에 시장에 들러야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압력솥에다 닭을 먼저 삶아주었답니다. 닭이 푹 잠기도록 물을 부어준 뒤 센 가스불에서 압력추가 팽팽 힘차게 돌아갈 때까지 끓여주었어요, 그러다가 불을 조금 낮추어서 10분 정도를 계속 익혀 주었지요. 가스불을 끄고는 압력이 다 빠진 뒤 뚜껑을 열어보니 마침 닭이 딱 맛있게 잘 익었답니다. 닭다리살이 탁 터져 당겨 올라가면 닭고기가 다 익은 것이니 참고하세요.

냄비 가운데에 익힌 닭을 잘 놓아준 뒤 백합조개와 바지락, 홍합, 미더덕을 넣고 그 위에 새우와 가리비, 전복, 쭈꾸미를 올려 주었답니다. 또 그 위로 가운데엔 팽이버섯과 부추와 표고버섯, 작은 청경채를 올려주었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너무 좋아졌던 시간이었지요. (Tip! 전복과 각종 조개들은 미리 소금물에 담가 해감을 시킨 뒤 잘 씻어 준비하고, 새우는 머리의 날카로운 뿔과 긴 수염을 제거해 두었답니다. 소금물에 담가 조개를 해감시킬 때 스텐 숟가락 하나 같이 넣어두시고, 검은 봉지로 싸서 어둡게 해 두면 더욱 해감을 잘 한답니다.)

전복은 언제 봐도 기분좋은 식자재인 것 같습니다. 싱싱한 전복은 회로 먹어도 너무 맛있고, 익혀 먹어도 맛있고, 아플 때 죽으로 끓여 먹으면 기력 회복하기에도 너무 좋은지라 좀 비싸긴 해도 서가맘이 사랑하는 녀석이랍니다. 그런데 서가네 아가들은 이렇게 맛있는 전복도, 조개도 아직 먹기를 꺼려하는지라 그냥 푹 우려서 국물에 밥을 비벼 먹였답니다.

서가네 아들래미는 새우라면 아주 그냥 좋아서 헤헤거리는 녀석이랍니다. 구운 새우, 삶은 새우, 튀긴 새우 가리지 않고 새우라면 그저 입부터 제비새끼처럼 딱 벌리고 보는 새우광이지요. 왠만큼 넣어서는 맛도 못 볼 새우이기에 새우 열일곱마리를 다 넣었답니다. 물론 한꺼번에 넣기엔 냄비가 너무 작은지라 두어번 추가해서 먹었지만 말이지요. 새우를 많이 넣어서 끓였더니 국물 색도 빨갛게 바뀌었답니다, 새우를 익히면 빨갛게 되는 거 아시지요? 그런데 그건 왜 그런 것일까요, 우리 아들이 묻더라고요. [엄마, 이 새우는 왜 빨개?] 늘 보던 현상이라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대답해주려니 어렵습니다. 육아에는 예상못한 일이 너무 많습니다. 

미리 익혀 둔 닭 한마리는 냄비 가운데에서 조개들이 뿜어내는 바다내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중입니다. 바다와 육지의 만남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누가 발견했을까요, 이 맛을.

국물이 조금씩 뜨거워지면서 조개들도 입을 쩍쩍 벌리기 시작했답니다. 팔팔 끓여서 쭈꾸미랑 조개살 건져먹고 바다내음 한가득 머금은 닭고기도 발라서 먹었더니 너무 맛있습니다. 소스도 필요없고 해산물만으로도 간이 너무 딱 맞고 좋았답니다. 이렇게 많은 해산물과 닭 한마리는 성인 3명, 유아 2명의 한 끼 저녁식사로 모두 사라졌답니다. 정말 배부르게 잘 먹었답니다. 밥은 패스, 밥까지 먹는다면 성인 4명이 먹고도 풍성할 정도의 양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야채를 조금 준비했습니다.

↗어제 남겨 둔 쭈꾸미 1마리와 새우 3마리도요.

↗원래는 어제 해천탕을 먹고 마무리로 칼국수를 끓여먹을 예정이었는데 너무 배 부르게 많이 먹었던지라 먹질 못했답니다. 그래서 하루가 지난 뒤 생칼국수면을 꺼내 칼국수를 끓이기로 했답니다.

↗시판되는 생칼국수면에는 전분가루가 아주 많이 묻어있답니다. 면이 서로 들러붙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이걸 그냥 넣었다가는 칼국수가 죽이 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답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냄비를 두 개 준비해서 물을 따로 끓여주세요. 칼국수면을 끓는 물에 한 번 데친 뒤 칼국수 육수에 넣어 끓여주면 된답니다. 저는 옆에서 보채는 아이들 챙기느라 끓인 물에 헹구기만 했는데 이것보단 살짝 데치는 게 더 좋답니다.

↗다시마와 멸치 유수에 새우를 넣어 끓이다가 데친 칼국수면을 넣어서 같이 끓여주었답니다.

↗면이 다 익어갈 즈음 쭈꾸미와 야채를 넣어서 한소끔 부르르 끓여주면 완성입니다. 부족한 간은 천일염으로 해 주면 되지만 저는 멸치와 다시마 육수만으로 간이 아주 좋아서 따로 간을 하지 않았답니다. 혹여나 간장을 올려 드시길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따로 소금간을 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저는 간장을 올려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지라 천일염으로 아예 밑간을 한답니다. 천일염으로 간을 하면 시원하고 깔끔한 맛도 더 좋아지거든요.

↗해물야채칼국수도 완성이 되었습니다. 뜨거울 때 후루룩 먹으니 추위에 움츠러든 몸이 샤샤삭 풀리는 것 같은 마법같은 맛입니다. 이 겨울 추위가 물러가기 전에 깊고 깊은 바다내음 가득한 뜨끈한 밥상 한 번 차려보심이 어떨까요? 일상에 지치고 추위에 움츠러든 몸과 마음이 마법같이 풀어질 거랍니다. Happy New Year!  

 

#해천탕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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