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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올 겨울에는 두 번의 김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1차 김장날, 11월 23일에는 절임배추 40kg을 배송받아서 김장을 했답니다. 2차 김장날, 11월 29일에는 정말 정신없이 바빴답니다. 하루 전 날인 28일부터 밭에서 공수해 온 배추 44포기를 아파트 욕조에서 절이고 헹구고. 서울 올라가기 전에 현관에 쌓여있던 배추들을 해결하고 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바쁜 일정 가운데서 무리하게 김장을 했더랍니다. 아랫집에는 참으로 죄송한 것이 소금에 푹 절여진 저 배추들을 자정이 넘어서야 다 헹궈냈었다는.. "정말 죄송합니다, 아랫집 입주민 여러분"

 여튼, 우여곡절 끝에 두 번째 김장을 잘 마치고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친정엄마와 우리 아가와 함께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갔고, 친정엄마는 2차 수술을 잘 받으셨답니다. 어쩜 이리도 바쁜 날들의 연속인지.. 잠시 쉴 새도 없이 이어지는 일거리에 엄마와 19개월 우리 딸과 저는 두 번의 김장 여파를 찜질방이 아닌 병실에서 풀어냈답니다.

↗김장에서 빠지 수 없는 요고~ 갓 버무린 김치와 수육이랍니다. 아이들을 다 재워놓고 김치를 담근 덕에 밤 11시에 야식으로 수육을 먹었답니다. 많은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아이들이 곤히 자고 있어 세상 조용하니 너무 좋았답니다. 

↗절여둔 배추를 양념에 버무리기 전에 김치를 담을 통부터 먼저 씻어서 준비했답니다. 저처럼 미처 물기를 다 말리지 못했다면 키친타올로 닦으시면 된답니다.

↗1차 김장 때는 해남 절임배추를 사용했답니다. 한 번씩 주문하곤 하는데 이번에도 배추가 달고 맛있어서 좋았답니다.

↗김장매트를 깔고는 그 위에 배추를 쌓아두었습니다. 40kg도 쌓아두고 보니 그리 많진 않은 것 같습니다.

↗배추의 노란 속살이 너무 맛있어 보였답니다. 주문한 해남배추는 일반적인 수준으로 절여져 있었답니다. 배추가 너무 뻣뻣하지도 않고, 너무 많이 절여지지도 않고 적당하다고 해야 할까요?

↗첫번째 김장 양념은 조금 묽었답니다. 마늘, 생강, 새우젓, 까나리액젓, 청각, 배, 설탕, 천일염, 고춧가루, 찹쌀풀, 땅콩이 들어간 양념이었답니다. 1차 김장 때는 육젓은 넣지 못했답니다. 친정에서 가지고 온다는 걸 깜박했거든요. 그랬더니 남동생이 와서 먹어보고는 그럽니다. 젓갈은 안 넣었냐고. 하하^^ 까나리액젓을 넣긴 했는데 늘 먹던 젓갈 맛이 나질 않으니 허전했나 봅니다. 음식을 할 줄은 몰라도 먹을 줄은 안다고, 괜히 있는 말이 아닙니다.

↗양념을 배추 속까지 골고루 잘 버무려주었답니다. 배추는 많은데 양념이 너무 빠듯해서 딱 최소한의 양만 사용해서 버무렸답니다. 양념을 좀 넉넉히 했어야 했는데 아쉽습니다. 그래도 푹 익혀서 먹으면 시원한 김치가 될테니 기대가 됩니다.

↗김치통에 김치를 꾹꾹 눌러담고는 미리 떼어 둔 배추 겉잎으로 잘 덮어주었습니다. 김치의 신선함이 오래도록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말이지요.

↗1차 김장 끝입니다. 두 통은 남동생네 보내고, 또 두 통은 친정으로 보내고, 남은 한 통은 서가네가 먹기로 했답니다.

 

 

드디어 2차 김장날입니다. 지난 번 김장 때와는 배추의 모습이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으시려나요. 정말 숨을 팍 죽였답니다. 물기 배어나오지 않는 김치를 제가 좋아하는지라 어차피 제가 절이게 된 거 완전 푹 절이기로 한 것이랍니다. 

↗노란 배춧잎도 힘없이 축 쳐져 있는 느낌, 서가맘이 원했던대로 잘 절여져서 너무 좋았답니다. 므흣!

밥상 일년농사 김장, 배추절이기 http://liebejina.tistory.com/87

↗배추도 물기없이 절여뒀으니 양념도 좀 뻑뻑해야겠지요? 양념도 원하는 농도로 만들어서 하룻동안 잘 숙성시켰답니다. 지난 번 양념이 너무 빠듯했던 기억에 이번엔 넉넉히 한다고 했는데 정말 '있는 게 한정'입니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맞춰 쓰고, 넉넉하면 또 넉넉한대로 맞춰 쓰고. 남을 거라 예상했는데 정말 하나도 남지 않았답니다. 아이들을 다 재워놓은 고요한 시간, 친정엄마와 둘이 마주앉아 김치를 버무렸답니다. 사는 게 바빠서 한 번도 이렇게 김치를 정성껏, 예쁘게 담아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정성들여서 담아보는 것도 처음이고, 새색시 옷 입히듯 곱게 하나씩 겉잎으로 싸 보기도 처음이라는 엄마 말에 괜히 마음이 뭉클해지는 밤이었습니다. 저희들이 아주 어릴 땐 시댁 대가족 속에서 살아가느라 그랬을테고, 저희들이 좀 크고 나서는 아빠의 빈 자리를 혼자 메꾸시며 저희 삼남매 뒷바라지로 하루 하루 살아가기가 힘들어 그랬을테지요. 엄마의 남은 생은 그래도 좀 여유있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해 먹거리, 김장-맛있는 김치양념 http://liebejina.tistory.com/88

↗김치통 여섯 개에 김치를 꾹꾹 눌러담았습니다. 제일 오른쪽 아래 한통은 굴 한줌을 양념에 버무려 속을 넣은 굴김치인지라 금방 먹을거니까 겉잎으로 덮지 않았답니다. 굴김치는 오래 두고 먹기보다 금방 먹는 게 더 맛있더라고요. 이번에도 두 통은 남동생네 보내고, 두 통은 친정엄마께 보내고, 나머지 두 통은 서가네가 먹기로 했습니다. 나눠먹으니 좋습니다. 받는 것도 좋지만 나눠주는 입장이라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밤 11시가 다 된 시각, 갓 버무린 김치를 손으로 쭉쭉 뜯어서 놓고 뜨거운 김이 채 사라지지도 않은 수육을 접시 한가득 담았습니다. 저 김치 속에는 제가 좋아하는 굴도 함께였지요. 김치와 굴과 수육을 한 입에 넣고 먹는 맛이란 정말 최고였답니다. 양념이 너무 매워서 연신 '아, 매워.'라고 하면서도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매번 낮에 김장을 했었는데 이렇게 밤에 해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 치워놓고 야식으로 김치와 수육을 먹는 맛이 너무 좋아서 말이지요. 이렇게 서가네의 두 번의 김장이 끝이 났습니다. 정말이지 너무 바빴던 탓에 한 주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답니다. 서울 가서 두 번째 수술을 잘 마치고 다음 날 돌아와서 친정엄마가 그러십니다, 김장을 하고 가길 정말 잘 했다고. 그러게 말입니다. 너무 바빠 다녀와서 하자고 했으면 다녀와서 또 얼마나 막막하고 힘들었을까 싶었답니다.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짬을 내고 욕심을 내어 두 번의 김장을 잘 마무리하고 나니 세 집에 김치가 넉넉히 들어찼습니다. 내년 겨울 이 맘 때 김장을 하기까지 김치 걱정 하지 않고 넉넉히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마음까지 푸근해지는 그런 느낌입니다. 모두들 넉넉하고 평안한 연말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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