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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남동생이 처가댁에서 배추를 한가득 싣고 왔었답니다. 세어보니 대략 50포기 정도였어요. 이미 절임배추 40kg으로 김장을 조금 해 두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싱싱하고 속이 노란 맛있는 배추를 받았는데 가만 있을 수 있나요. 친정 엄마와 동생네와 서가네가 일년동안 맛있게 먹을 김치를 더 담그기로 했답니다. 집에 김치가 똑 떨어지면 양식 떨어진 것처럼 괜히 마음이 허전한데 이렇게 많이 담아서 나눠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2017년 11월 28일, 친정 엄마와 함께 현관 한쪽에 수북이 쌓여있던 배추의 겉잎은 말려서 우거지를 하려고 따로 떼서 모으고 전잎은 쓰레기 봉투에 넣어가며 배추를 손질했답니다. 뿌리를 잘라내고 배추 밑동에 칼집을 살짝 내어 4등분이 되도록 배추를 찢었지요. 잎부분까지 다 칼로 자르면 안된답니다.

배추를 절일 간수 뺀 천일염도 미리 준비해 두었답니다, 간수를 빼지 않은 소금을 쓰면 쓴 맛이 나니 소금도 잘 고르셔야 해요. 간수가 싹 다 빠진 소금은 물기가 없어서 손에 달라붙지 않고 혀에 남는 맛이 달짝지근하답니다.

↗깨끗이 세척해 둔 욕조에 비닐을 깔고 배추를 켜켜이 쌓았답니다. 배추 속이 하늘을 향하도록 해서 배추 한 번 깔고 골고루 천일염을 뿌려준 뒤 물을 살짝 흩뿌려주고, 또 배추 한 번 깔고 천일염 뿌린 뒤 물을 흩뿌려주고.. 이 작업을 몇 번 했더니 욕조 위까지 배추들이 나왔습니다. 정말 많기도 합니다. 쌈 싸먹을 배추를 빼 놓고 총 44포기의 배추가 소금맛사지를 했답니다. 아, 그런데 왜 물을 뿌리는지 아시나요? 배추에다 그냥 소금만 흩뿌려놓는 것보다 소금을 뿌린 뒤 물을 뿌려놓으면 소금이 녹으면서 배추가 더 잘 절여진답니다. 소금물을 만들어 담가도 되지만 양이 많을 땐 그게 힘드니까 이런 방법을 쓸 수가 있지요. 

↗배추가 시들지도 않고 얼마나 싱싱한지.. 그런데 왠지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는 듯한 느낌^^;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배추의 위, 아래를 한 번 바꿔주었답니다. 소금이 아직 다 녹지도 않았는데 배추잎은 벌써 꽤 절여졌지요. 아까의 그 기세는 어디로 간 건지.. 흐흣! 소금이 녹을 수 있도록 물을 한 번 더 뿌려주었답니다.

↗배추 사이 사이에 빈 틈이 없도록 꾹꾹 눌러주고는 좀 더 절여질 수 있도록 기다리기로 했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물기없고 양념이 많은 김치를 좋아하거든요, 지난 번 김치는 물기 자작하게 담았으니 이번엔 배추를 소금에다 완전 푹 절여서 제 스타일의 김치를 담기로 결정했지요.  

↗혹여나 아이들이 손씻다 물이라도 튈까 싶어 비닐로 싸서 꼭꼭 덮어두었답니다. 저의 김장은 소중하니까 말이지요!

↗하룻동안 푹 절여둔 배추는 이렇게 되었답니다. 욕조 위까지 올라왔던 배추들은 다 어디가고 저 아래까지 쑥 내려가 있습니다. 배추들이 짠내나는 인생경험을 했는지 참으로 겸손해졌지요?

↗배추가 다 절여졌으니 이번엔 이물질을 씻어낼 시간입니다. 보통은 서너번 헹궈낸다고 하시던데.. 저는 무려 여덟번을 깨끗한 물에 헹궈냈답니다. 아이고, 허리야. 허리가 정말 끊어질 것 같았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저 위에 보이는 진딧물 때문이었어요. 가족친지들 나눠먹을거라 농약도 안 치고 무농약 재배를 한 배추라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 봅니다. 첫 헹굼물에 회색 진딧물이 어찌나 많이 나오던지, 이거 정말 끝은 있을까 싶었답니다. 그래도 헹구고 또 헹구다보니 마침내는 깨끗해지더라고요. 몸은 좀 힘들었지만 건강한 먹거리라고 생각하니 그게 또 기분이 좋고, 주신 분께 감사하고 그랬답니다.

↗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채반 아래에 대야를 3개 엎어두고는 그 위에 배추를 쌓았답니다. 배추를 옆으로 비스듬히 누이듯 엎어주었답니다. 중간 중간 공간이 생길 수 있도록 얼기설기 엎어주어야 물이 잘 빠진답니다. 

↗한나절쯤 지났으려나, 물기가 쫙 빠진 절임배추의 모습입니다. 처음보다 배추탑의 높이가 많이 낮아졌지요?

↗물기가 잘 빠진 절임배추들은 이제 예뻐질 준비를 다 마쳤습니다. 김장매트 위에 질서정연하게 누운 채 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요. 아직 갈 길이 먼데 벌써부터 괜히 뿌듯합니다. 

↗배추 속이 정말 샛노랗습니다. 어릴 적 김장하던 엄마 옆에서 할일없이 왔다갔다하며 저 노란 잎에 김치 양념이 발리기만을 기다렸다가 "엄마, 아~ 아아!" 하며 작은 입을 하늘 위로 벌려대던 기억이 납니다. 이게 뭐라고 그렇게도 맛있는지, 수육까지 한 점 보태지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답니다.

한 해 먹거리, 김장-맛있는 김치양념 http://liebejina.com/88

밥상이 풍성해지는 시간, 두 번의 김장 http://liebejina.com/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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