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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중추절이라고도 하고 가위, 한가위라고도 하는 우리 민족 고유의 가장 큰 명절이랍니다. 농사를 짓던 우리 민족에게 1년간 땀 흘리며 지은 농사의 결실을 맺는 풍성하고도 즐거운 축제였던 것이지요. 곡식과 과일과 채소가 이토록 풍성한데다 여름처럼 덥지도, 겨울처럼 춥지도 않고 않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너무도 아름다운 계절인지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이라는 말도 있지요. 추석이 가까워지면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선선한지라 짧았던 여름옷을 넣어두고 가을옷을 꺼내 입게 된답니다. 저도 요 며칠 갑자기 아침 저녁으로 너무 쌀쌀해져서 긴 옷을 꺼내 입고 있지요. 이렇게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예로부터 추석이 되면 새 옷을 지어 입었답니다, 흔히 듣던 '추석빔'이 바로 이 것이지요. 옛날 머슴을 두고 농사를 짓던 집에서는 머슴들 옷까지도 한 벌씩 해 주었답니다. 수확의 계절에 모두의 마음이 얼마나 풍성했는지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긴 연휴의 첫째 날, 서가네에는 고소한 전 냄새가 온 집안을 채웠답니다. 명절이 되면 어른들 찾아뵈러 여기 저기 가긴 하지만, 딱히 저희 집으로 손님이 많이 오시질 않기 때문에 명절이라도 명절같은 분위기가 나질 않는답니다. 그래서 이번엔 우리끼리라도 맛있는 전을 구워먹으며 명절 분위기를 누구보다 먼저 느껴보기로 했답니다. 하나 하나 양은 그리 많지 않지만 종류가 열 가지이다보니 커다란 채반 한가득 전이 예쁘게 완성되었답니다. 이 많은 전들을 참 예쁘고 먹음직스럽게도 구웠지요? 그런데 이 전들을 구운 건 서가맘이 아닌 서가파파랍니다. 전을 참 좋아하는 우리 신랑인데 아이들이 태어나고부터는 아이들 보느라 제가 전을 굽는 게 사실상 좀 힘들어지자 어느 날인가 자기가 해 보겠다며 두 손을 걷어부쳤답니다. 그렇게 시작을 하게 됐는데 방법을 알려줬더니 '어머!' 너무 잘 하는 겁니다. 그게 벌써 3-4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저는 조금씩 곁에서 도와주기만 하고 자기가 주가 되어 전 굽기를 한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저는 보조만 했네요.      

↗먼저 재료들을 준비했답니다, 아이들 낮잠 재우고 나와보니 꼬지는 이미 신랑이 다 꿰어놨답니다. 달걀물로 노른자만 따로 해서 만들어 두고 애호박과 새송이버섯도 잘 잘라뒀네요. 저는 나와서 나머지를 준비했답니다. 부침가루는 우리밀로 사용했어요, 우리밀 튀김가루가 남아있어서 조금 섞어서 바삭함도 더해주었답니다. 흔히 쓰는 부침가루도 종류가 다양하고 많지만 요즘 워낙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가 많다보니 아이들도 같이 먹는데 신경쓰이는 게 많은지라 집에서만이라도 먹거리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조금 비싸긴 하지만 우리밀을 사용하고 있는 서가네랍니다.

 

 

두부는 썰어서 소금을 솔솔 뿌려 주었어요, 간도 적당히 배고 두부도 단단해진답니다. 그리고 꼬지용 햄은 뜨거운 물에 담가서 첨가물을 제거했답니다.

우엉은 소금을 살짝 넣어 물이 팔팔 끓을 때까지 살짝 삶아준 뒤 물기를 제거하고는 전으로 구울 수 있게 납작하게 썰어주었답니다. 꼬지용으로 사용할 것은 +자 모양으로 4등분 해서 따로 준비했고요.

호박은 소금에 절여두었다가 물기를 제거한 뒤 비닐팩에다 부침가루와 함께 넣어 마구 흔들어주며 밀가루를 묻혀주었답니다. 이건 굽기 직전에 해 주어야 눅눅해지지 않는답니다.

↗소고기와 달걀 두개와 갖은 야채를 함께 갈아서 소를 만들어주었더니 어묵살처럼 정말 부드러워졌어요. 고기만 갈고 야채는 그냥 좀 다질 걸 그랬나 싶었네요. 통후추를 조금 갈아넣고 소금도 넣어서 간도 맞춰 주었답니다. 깻잎 속에 소를 넣고는 깻잎도 밀가루 묻혀서 달걀물을 입혀 바로 구워주었지요.

서가파파가 열심히 끼워둔 꼬지, 이젠 저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답니다. 고기는 익으면서 줄어들기 때문에 다른 재료들보다 조금 더 길게 해 주어야 한답니다. 식탁 위에 이렇게 전 구울 준비가 다 되었어요. 고구마도 소금물에 담갔다 꺼내 물기를 빼주었고 동태도 실온에서 다 녹여두었고, 고명으로 얹을 쑥갓잎과 빨간고추도 빠뜨리지 않았지요.

↗반으로 갈라 고추씨를 다 빼 준 고추는 깻잎에 넣었던 소를 넣어 주었어요. 소를 넣기 전에 고추 안쪽에 튀김가루를 묻혀주면 소가 잘 떨어지지 않는답니다. 

↗소금간을 해 두었던 두부는 물기를 제거하고 그대로 구웠어요, 고명이 두부에 잘 붙을 수 있도록 달걀물만 살짝 묻혀서 올려주었답니다. 저는 두부 전체를 달걀물이나 부침가루물에 담가 하는 것보다 두부만 굽는 게 더 맛이 좋더라고요.

↗꼬지도 달걀물 입혀 구워주고, 깻잎은 부침가루 묻혀서 달걀물 입혀 구워주었답니다.

↗애호박은 부침가루를 묻혀주었다가 부침가루물에 담가서 구워주었어요. 준비해 둔 쑥갓잎과 홍고추를 고명으로 얹어 예쁘게 단장해 주었지요, 보기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도 있잖아요.

↗속을 꽉 채운 고추도 반으로 나눠서 한쪽은 부침가루 묻힌 뒤 달걀물 입혀 굽고, 또 한쪽은 부침가루 묻힌 뒤 부침가루물을 입혀 구웠답니다. 가족들 입맛이 다르니까 음식도 이렇게 나뉩니다.

↗새송이버섯도 부침가루 묻혀서 부침가루물에 담갔다 고명얹어 굽고, 익혀서 납작하게 잘라 둔 우엉은 부침가루물에 담가 나란히 놓아 익혀주었답니다. 우리 막내동생이 이 우엉전을 엄청 좋아하는데.. 우엉전을 볼 때마다 우리 동생이 생각납니다. 뉴질랜드에도 우엉이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고구마도 부침가루물 입혀서 구워주고, 남은 부침가루물에는 쪽파를 담가서 구워주었답니다. 빨간 고추를 고명으로 얹었더니 화단에 예쁘게 피어난 꽃들을 보는 것 같아요. 

↗완성된 파전이예요, 바짝 구워달라는 신랑의 요청에 따라 파전을 노릇하게 바짝 구웠답니다.

↗두부전, 우엉전, 깻잎전, 호박전, 꼬지, 고구마전, 새송이버섯전, 동태전, 고추전도 완성되었답니다. 다 된 모양새를 보니 우리 신랑 정말 멋쟁이네요. 저는 준비하는 거 조금 돕고, 고명 얹는 거랑 다 구워진 전 꺼내서 채반에 정리하는 것만 한 것 같아요. 매번 이렇게 맛있게 구워주는 서가파파, 당신의 그 열정을 응원한답니다.

"사랑해요, 여보." 

연휴가 시작된 첫날부터 출국인파가 엄청났다고 하지요, 그래도 고향을 찾아 연휴에 내려오는 분들도 많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모두들 가족들 만나서 인사도 나누고 좋은 말 주고 받고 맛있는 음식 나눠먹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었으면 좋겠습니다. 먼 길 오가면서 혹여나 사고나지 않도록 모두가 조심하는 멋진 대한민국이길 또 바라봅니다. 이 연휴동안 모두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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