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로 국제택배 보내기-우여곡절 항공편!

많은 자매들이 그렇듯 저희도 함께 울고, 웃고.. 참 많은 순간을 함께 한 여동생이 있답니다. 밥도 같이 먹고, 옷 사러도 같이 가고, 뭔가를 선택할 때도 함께 의견을 나누고. 어쩌면 동생이라기보다는 절친이라고 해야 할까요? 가까이 살면서 쇼핑도 같이 하고 아이도 함께 키우자 하며 소소한 일상을 얘기하곤 했었는데. 그런 동생이 결혼을 하고 만 10개월만에 제부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머나먼 타국, 뉴질랜드로 이사를 가 버렸답니다. 18세부터 30세까지의 청년들만이 누릴 수 있는 워킹 홀리데이, 딱 서른살에 그 마지막 기회를 잡고서 말이죠. 이제 막 세번째 생일축하를 한 우리 아들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조카 바보 이모인지라 거의 매일 영상통화를 하며 목소리도 듣고 얼굴도 보고 있지만 뉴질랜드와의 거리가 쉽사리 좁혀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소리없이 쌓여가는 먼지가 어느 순간 '어머나!' 싶듯, 그렇게 그리움이 하루 하루 쌓여가는 느낌이랄까요? 보고 싶습니다.

한달 전, 동생에게 국제택배를 보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어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동생 부부에게 필요한 두 권의 책으로 시작된 짐꾸리기가 필요한 것 하나 하나를 챙기다보니 이렇게나 많아졌답니다. 뉴질랜드에는 공산품이 그렇게도 비싸다고 하네요~ 책도, 옷도, 필기구도.. 뉴질랜드에서는 무엇 하나 직접 생산하지 않고 수입을 해서 사용을 한다는데 공산품의 경우에는 거의 중국산 제품들을 접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그 제품들의 가격이 일반적으로 저희가 국내에서 접하던 그 중국산 제품의 가격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놀라워했었죠. 제가 들어봐도 '아, 이게 무슨 황당한 가격표야? 잘못 찍힌 거 아냐?' 싶었답니다. 그래서 동생이 필요하다는 걸 메모해 뒀다가 하나씩 챙기게 됐답니다.

↗우쿨렐레, 수면양말, 롱패딩점퍼, 바지, 앞치마, 속옷, 창모자, 포스트잍, 수정펜&리필, 자, 필통, 붓펜, 샤프&샤프심, 볼펜, 한복, 다시백, 필러, 스카프빕, 면끈, 계산기, 다시마, 스킨로션&썬크림, 영어교재, 보드게임, 버너, 온도조절기, 카메라플래시, 일회용렌즈, 여권수첩, 가족사진

열거해두고 보니 참 많기도 하네요~ 9개월 아가를 데리고 준비하려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언제 올까, 언제 올까 하며 얼마나 기다렸을지^^; 준비하는 동안 신경도 많이 쓰이고 힘들기도 했지만 동생이 기뻐할 것을 생각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거 있지요. 제부가 정말이지 사랑하고 아끼는 우쿨렐레, 출국하는 날 너무 정신없이 짐 챙기고 하다보니 빠뜨렸다며 너무 너무 아쉬워했었답니다.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6호 박스가 가장 큰 박스인데 그 박스 안에 대각선으로 겨우 들어가더라구요~ 직원은 파손되니 빼라고 하고, 저는 괜찮다고 하고.. 몇 번이고 실랑이를 벌였던 아이랍니다. 가족들 사진도 인화해서 모두 챙겨주었어요, 친정가족들, 시댁가족들, 특히 우리 동생이 너무 너무 사랑하는 우리 아들 사진을 가장 많이 보내주었어요~ 누군가는 지금까지도 우리 동생의 아들 아니었냐며 물어올만큼이나 우리 동생이 많이 예뻐하고 아껴주었기에 보고 싶을텐데 항상 볼 수 있도록 말이죠.

↗동생이 부탁한 짐을 찾다보니 여권수첩이 제 눈에 들어왔어요, '출국할 때 가져가지~ 보내줄까?' 싶어 열어봤더니 쪽지편지가 한 장 들어있네요, 동생이 제부에게 써 준 메시지였어요. "뉴질랜드에 꼭 이거 가지고 가자♥"라고 되어 있네요~ 하하, 정말이지 여자의 감은 무섭다고 해야 하나요..? 이건 꼭 보내줘야겠다 싶어서 냉큼 챙겼답니다.

뉴질랜드에는 다시백이 없어서 차 우려먹을 때 너무 불편하다고 해서 다시백도 6팩이나 준비했어요~ 부피가 크니까 박스포장은 다 빼버리고 내용물만 모아서 넣었답니다!

↗필통 안에는 샤프와 샤프심, 수정펜과 리필, 필기감이 좋은 제트스트림 펜을 한가득 넣어주었어요, 공부하는데만 해도 스트레스 받을텐데 쓸데없는 것들로 더 스트레스 받지 않길 바라며! 보드게임은 동생부부가 연애할 때부터 참 많이 했던 거예요~ 손때 묻은 소장품이라고 해야 할까요. 공부하다 스트레스 받을 때 보드게임 하면서 힘내라고 또 하나씩 챙겨봅니다.

↗동생은 뉴질랜드에 가서 우리 옷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며 한복을 챙겨갔는데 제부는 필요없을 것 같다면서 두고 갔었는데 생각보다 뉴질랜드에서 한인모임 등을 이유로 한복을 입을 일이 꽤 있다고 동생이 부탁을 했답니다. 그래서 우리 신랑 수트커버를 하나 꺼내서 한복을 곱게 넣어준 후 비닐로 또 한 번 싸 주었답니다.

뉴질랜드에서 동생이 사는 집은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예쁘긴 한데 우풍이 너무 심하다고 했어요, 난방 방식도 우리 나라와는 달라 추위를 많이 타는 동생은 많이 춥고 힘들다고 해서 보들보들한 수면잠옷도 두 벌 챙겨넣었답니다. 

↗우리 동네 우체국에 가서 6호 박스를 사왔답니다. 6호 박스는 2,300원~ 튼튼하고 넉넉한 사이즈에 비하면 저렴하죠? 이제 얼른 짐을 싸야겠어요^^

↗제일 아래쪽에 책을 넣어주고, 그 위로 버너와 플래시, 스킨로션을 넣어주었어요. 이걸 포장할 때만 해도 버너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었지요. 2016년 11월 말에 동생이 워홀을 준비하며 이 버너보다 두 배나 큰 버너도 항공으로 보내서 뉴질랜드에 도착해서 받았기 때문에 말이죠~ 그래서 우체국 직원이 '안될텐데, 안될텐데..'라고 해도 제부의 경험담을 근거로 고집을 부렸었답니다. 하하!

↗차곡차곡 쌓아주었어요, 박스 가득 다 넣으려면 블럭쌓기를 잘 해야 하니까요!

↗나름의 완충작용을 위해 옷가지들도 사이 사이에 껴 넣고..

↗평편하게 해준 뒤 한복을 넣고 그 위에 우쿨렐레를 대각선으로 넣어주었어요. 우쿨렐레가 박스 모양을 좀 일그러뜨렸지만 최대한 패딩과 바지들로 틈 메우고, 남는 틈은 신문지들로 메우며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조심했답니다~ 우쿨렐레를 손꼽아 기다릴 낭만돌이 우리 제부를 생각하며. ^^*

↗박스 포장이 완료되었어요, 무게는 18.8kg. 우체국 홈페이지(epost.go.kr)에 들어가 발송조건을 검색해보니 20kg이 제한인지라 보낼 짐을 준비하며 몇 번이나 재고 또 쟀는지 모른답니다. 아이고, 허리야!

↗2017년 2월 7일, 드디어 발송~ 9개월된 우리 딸을 안고서는 거의 20kg이 되는 박스를 도저히 옮길 자신이 없어서 친정엄마까지 오시라고 하고는 우체국을 방문했답니다. 품목과 수량, 금액까지 하나 하나 다 기재했지요. 154,900원 결제완료! 혹시라도 반송될까 봐 걱정이 되었지만 일단 발송했으니 택배는 제 손을 떠났고, 저는 그저 홀가분해졌어요.

 

↗이틀이 지나고 전화를 한 통 받았어요, 귀에 익은 목소리, "금호우체국입니다!"

띠로리~ 아, 올 것이 왔구나 싶었어요. 역시 반송이었어요, 사유는 버너의 점화장치. 직원이 웃으며 한 마디 했답니다, "그 날 빼셨으면 반송 안 됐을텐데요~" 그러게요, 뺄 걸 그랬나봐요~ 하하^^;

"작년말엔 배송이 되었는데, 지금은 왜 안된건가요?" 하고 물었더니 직원이 그러더라구요. 2017년부터는 규정이 더 까다로워져서 전수조사를 하게 되었다고. 들으면서 보니 우편접수 창구 옆에 규정강화에 대한 안내문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네요~ 그제 왔을 땐 없던 안내문인데.. 에휴~ 그래도 뉴질랜드까지 갔다가 보안검색대에서 걸려 돌아오는 것 보다는 낫지 않나 싶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인천공항까지만 갔다가 돌아온지라 9천5백만 제하고 145,400원은 돌려받았어요.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답니다^^;

일단 집으로 돌아와 짐을 풀고는 다시 정리를 했어요, 빈 공간이 좀 생긴지라 뭘 넣을까 고민도 좀 하고. 그러다가 김이랑 고구마스낵을 넣어줘야겠다 싶었어요.

↗대천김은 맛이 좋기로 유명하지요~ 우리 아기들 특새 전출한 기념으로 받은 김인데 뉴질랜드에서는 김도 꽤 비싸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김도 한 박스 뜯어서 모두 넣어주고. 히빈드라이에서 구매한 바삭한 자색고구마칩도 한 봉지 넣어주었어요~ 소리까지 바삭해서 맛도 더 좋고 제 입엔 딱 괜찮아서 입맛 비슷한 우리 동생에게도 맛있지 않을까 해서 입 심심할 때 한 번 먹어보라고!

2017년 2월 10일, 친정엄마 또 오시라고 부탁드려서 우리 딸 안겨드리고는 다시 박스를 들고 우체국을 방문했답니다. 우체국 직원이 저를 알아보고는 씨익 웃네요^^; 다시 접수하고 154,900원 결제완료!

이번엔 꼭 동생네 집 앞까지 배달이 되길 바라며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

택배를 보내고는 일주일이 지났답니다.

2017년 2월 18일 토요일 새벽 3시 30분, 뉴질랜드 시간으로는 아침 7시 30분에 택배를 받았다고 연락이 왔어요! 토요일 아침부터 "띵동!" 하길래 '택배구나'싶었다고 하네요~ 그걸 받고는 정말 정말 기뻤다고 해서 저도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답니다. 우체국 직원이 몇 번이나 우려를 표명했던 우쿨렐레도 멀쩡히 잘 도착했다고 해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10여만원 하려나 했던 우쿨렐레였는데 제부가 아이들을 가르쳤던 학원 원장님 얘길 들어보니 5-60만원 정도의 우쿨렐레라고.. 정말이지 깜짝 놀랐었네요~ 우리 4살짜리 아들이 그 우쿨렐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포장하는 날까지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려고 해서 저랑 얼마나 실랑이를 벌였는데.. 못 만지게 하길 잘 한 것 같아요..^^;

여튼, 잘 받았다고 하고 보내준 고구마칩은 그 자리에서 뜯어 다 먹어버렸다고 해서 다음번 보낼 때 좀 더 보내줘야겠다 싶었답니다. 동생 덕에 어쩌다보니 국제택배도 보내보고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요, 반송도 한 번 당해보고!

이번에 이렇게 실수도 해 봤으니 다음번에 보낼 때는 실수하지 않겠지요? 헤헷!

동생아, 두 번째 택배 곧 보낼테니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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