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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2월 28일 밤부터 열이 올라서 혹여나 싶어 오전에 병원진료를 다녀왔답니다, 진료 후 감기는 거의 다 나았다고 하셨어요~ 계속 미열이 있었던지라 해열제랑 콧물약 조금을 처방받았지요. 그래서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3월의 첫날, 아침은 분명 맛있게 먹었는데 점심은 그렇게도 좋아하는 고등어구이가 나왔는데도 안 먹겠다며 입 딱 다물고..
뭐 좀 먹어야 할 것 같아 까페엘 데리고 갔답니다. 토마토주스가 먹고 싶대서 주문했는데 반 잔쯤 먹다가 갑자기 응가를 하고 싶다 하네요~ 그런데 또 화장실 갔다가 별 소득없이 돌아왔네요. 화장실 갔다가 응가도 하지 않고 돌아오길 오늘 들어 벌써 두 번째.. 오는 길에 아빠랑 카운터에 가서 초코케익을 주문했다네요. 그래서 이제 배가 고픈가보다 했는데 초코케익 한입을 베어물고는 갑자기 구역질을 몇 번 하더니 먹은 걸 다 토하는 겁니다. 초코케익이 따뜻해서 좀 별로긴 했는데.. 그게 마중물같은 역할을 했는지 계속 속이 안 좋았던 우리 아들 속을 싹 비우게 해 줬네요.
그러고 돌이켜보니 종일 낯빛도 백지장처럼 좋지 않았고, 먹은 것에 비해 배도 좀 많이 불러 있는 것 같았어요. 아침에 병원진료 갔을 때만 해도 아무 증상도 없었고, 의사 선생님도 괜찮다 하셨는데 아침에 먹은 고기 몇 점에 급체를 한 건지, 아니면 오랜 감기로 장염이 온건지.. 하~ 정말 너무 속상했네요.
그래서 근처 약국에 가서 증상을 얘기했더니 한방소화제같은 걸 하나 주시더라구요. 약을 3ml 먹이고 공원에서 좀 뛰어다니게 했어요. 밥을 못 먹은데다 몸도 좋지 않은지 계속 휘청휘청하며 제 발에 걸릴 듯 불안불안한 모습이었답니다. 또 토하고 싶다고 해서 등을 두드려주긴 했지만 토하진 않았어요, 눈이 엄청 곤해 보였답니다. 바람도 좀 불고 해서 쉬를 좀 누이고는 카시트에 태워 친정 엄마댁으로 갔답니다. 한시간여를 자고 일어나 배가 고프다고 숭늉을 조금 먹고는 집으로 돌아왔어요. 손과 발을 씻겨서 밤 10시쯤 잠이 들었는데 새벽 4시에 깨버렸어요, 이 시간에 배가 고프답니다.. 당장 먹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이 새벽에 숭늉을 먹고 싶다고 계속 칭얼대는 아들입니다.
그래서 급히 쌀을 씻어 밥을 지었답니다, 숭늉을 만들려면 밥이 다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얘길 몇 번이나 해줘도 당장 배가 고프다고 아이는 울며 칭얼대고..
정말 얼마나 속상하고 안쓰러운지 도깨비 방망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입니다, "숭늉나와라 뚝딱!"이라고 하게요.
밥 짓는 30분이 왜 이렇게 긴지.
밥이 다 되고는 얼른 냄비에 꾹꾹 눌러붙여서 불을 올려 구수한 냄새가 올라올 때까지 살짝 누룽지가 되도록 해주었어요~ 그러다가 쌀 씻을 때 남겨둔 쌀뜨물을 부어서 보글보글 끓으며 푹 퍼질 때까지 옆에 서서 저어주었지요.
우리 아들은 얼른 먹고싶은지 곁에 서서 지켜보다가 힘이 든지 바닥에 엎드렸다가 다 됐다 하니 식탁에 가서 조용히 앉아 기다립니다.
얼른 그릇에 조금 담아 찬물에 띄워놓고는 숟가락으로 저어가며 뜨거운 기를 빼주고 아들 앞에 가져다주었습니다.
"하나님~ 건강하게 해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늘 입버릇처럼 외우는 길고 동일한 기도의 문구가 있는데 오늘따라 기도가 간결하고 또 바라는 게 정확합니다. 얼른 입에 넣고 싶은 마음이 저에게도 그대로 전해져 왔답니다.

↗한 그릇을 먹고, 두 그릇째 먹고 있는 우리 아들입니다. 이 녀석은 아플 때면 언제나 숭늉을 이렇게 챙겨 먹는답니다. 울면서도 "숭늉~ 숭뉴융! 하며 저를 졸라대죠. 장염으로 설사할 때도 계속 숭늉을 먹어서 아이가 탈수증세 없이 잘 넘어갔었죠, 의사 선생님이 "얘는 잘 먹어서 수액 안 맞아도 되겠는데요." 하셨었답니다. 질리지도 않고 일주일간 매일 매끼를 숭늉을 맛있게 먹는 이 녀석, 평소에도 아이가 좋아해서 자주 해주는 편이랍니다. 밥 먹고는 항상 조금씩 먹곤 하는데, 아플 땐 정말 자기가 알아서 더 챙기고 많이 먹어준답니다.

↗이게 뭐라고.. 눌은 밥에 쌀뜨물 부어 끓인 숭늉 한 그릇이 우리 아들을 기운차리게 해 주는 보양식이네요. 아플 때나 기운 없을 때 다른 거 말고 눌은 밥 삶아서 숭늉 한 그릇씩 드셔 보세요, 별 거 아닌 듯 해도 속 안 좋을 때 올라오지도 않고 참 속 편안한 음식이랍니다.
우리 아들 새벽에 배고파서 일어나 먹고 자더니 9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잠을 자고 있어요, 열도 떨어지는 듯 하더니 여전히 미열이 있고..
오늘은 어린이집 입학식도 있어서 동생들도 들어오는 날인데, 우리 아들 막내 달님반에서 별님반으로 나무기차타고 이사가는 날인데 결국 어린이집도 못갔네요.
모레, 토요일엔 우리 아들 석돌 생일인데.. 얼른 나아서 금요일에는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생일파티도 하고, 토요일에는 아빠랑 할머니랑 다 함께 모여 맛있는 거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힘내라,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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