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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뉴질랜드를 향해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하루 전이었어요. 큰 아이가 어린이집을 간 사이에 아이들 옷가지와 비상약 등을 챙겨 짐을 싸다가 하던 일을 멈추고는 책장에 꽂혀있던 손바닥만한 작은 성경책 하나를 꺼냈답니다. 매일 아이들에게 성경말씀을 한 장씩 꼭 읽어주겠노라 약속을 했기에 뉴질랜드에 가 있는 한 달 동안도 성경책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 사용하고 있는 커다란 성경책을 가방 속에 넣자니 제 어깨가 아마도 남아나지 않을 것만 같더라고요. 그래서 대학생 때부터 사용했던 작은 성경책을 가방에 넣어 뉴질랜드까지 가져갈 요량으로 꺼낸 것인데 정말 꼴이 말이 아니었어요. 

↗겉면이 원래 굉장히 부드러웠었는데 그 재질이 무엇이었는지 성경책 겉 표면이 삭아서 다 떨어져 나와 버린데다 아이들이 자꾸 손을 대고 하는 통에 속까지 떨어져서 완전 너덜너덜한 상태였지요. 작은 성경책을 새로 하나 살까 고민도 했었지만 워낙에 추억이 많이 담긴 손 때 묻은 성경인지라 그러질 못했었답니다.

쓰고 남은 천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골라왔답니다, 작은 바늘도 찾아두고, 실은 분홍빛이 도는 레인보우사를 선택했지요. 그렇게 꼼꼼하게 할 것은 아니고 급한대로 정말 간단하게 리폼을 할 생각이었답니다.



우선 다 떨어진 안쪽에다 풀칠을 해서 고정을 좀 시켜주었어요. 그런 뒤에 준비해 두었던 천을 성경책보다 조금 크게 잘라주고는 성경책 겉면에다 딱풀로 풀칠을 해 준 뒤에 잘라둔 천을 붙여주었답니다. 

↗시접을 안쪽으로 1cm 정도 접어준 뒤, 드디어 바늘과 실이 힘을 모을 시간이예요. 

↗한 땀 한 땀 공그르기를 해서 실이 겉으로 보이지 않도록 해 주었답니다. 꼼꼼하게 할 시간은 없으니 바늘땀의 간격은 조금 넓었지요.

↗공그르기로 한 바퀴를 빙 돌고 나니 완성이 되었답니다. 별 거 없지요? 그런데 너무 오랜만에 바늘을 잡았던 제 손은 꽤나 피곤했답니다.

뒷태도 한 번 봐주었어요, 미리 풀칠을 해 두어서 그런지 울거나 밀리지 않고 마음에 드는 모양새가 나왔답니다. 

지퍼를 열어 펼쳐 보니 불편한 곳이 없었어요, 급한대로 대충 했던 리폼인데 꽤 마음에 들어 기분이 좋았답니다. 이렇게 새 옷을 입은 성경책은 제 가방 속에 들어가 뉴질랜드까지 잘 왔고, 저는 매일 밤 제 손 위에 펼쳐서 아이들 귓가에 말씀을 잘 읽어주고 있답니다. 아이들도 말씀 들을 시간이 되면 당연히 성경책을 찾아 가지고 제 옆으로 모여든답니다, 한 권 뿐인지라 둘이 서로 가지겠다고 싸우는 게 흠이네요. 하하^^; 성경책 겉면이 진짜 가죽이 아니면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서 겉면이 저렇게 잘 삭아버리곤 하던데 손 때 묻은 성경책을 그 때마다 바꾸기도 그렇고.. 그럴 때 은혜의 시간들을 함께 한 낡은 성경책에게 예쁜 옷 한 벌 지어주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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